[문진우의 사진이야기]83년 서면
상태바
[문진우의 사진이야기]83년 서면
  • 사진가 문진우
  • 승인 2020.01.09 0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간여행 36
사진가 문진우
사진가 문진우

작가의 말

고등학교 3학년 때이다. 독서실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 집에서 등하교 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지만 좋은 결과를 얻은 건 아니었다.

독서실은 학교와 가까운 부산 서면에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독서실로 가는 육교 위에서는 남루한 차림의 한 아이가 매일 같은 자리에서 껌을 팔고 있었다. 불쌍해 보여 처음엔 한두 번 껌을 사주었다. 그러나 매일 사 주려니 용돈이 충분치 않아 약간은 부담이 되었다.

얼마 후부터는 그 아이를 만나지 않기 위해 길을 빙 둘러서 독서실에 간 적이 있다. 이 한 장의 사진을 보니 문뜩 그때 생각이 난다.

양지 바른 길가에서 할머니가 플라스틱 소쿠리에 껌을 담아 팔고 있다. 껌 전부를 다 팔아도 얼마 되지는 않을 터인데, 소쿠리를 거친 손으로 꼭 부둥켜안고 있다.

굶주려서인지 피곤해서인지 할머니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분명 할머니는 이 껌을 팔아서 일용할 양식을 구할 것이니 할머니에겐 귀중한 껌이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소득격차는 더 심화된다. 가진 자들의 ‘갑질’이 뉴스로 등장할 때마다 씁쓸한 생각이 든다. 오히려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이 한 톨의 콩도 나눠 먹는다는 생각으로 주변을 살피는 것 같다.

나눔이 절실한 시절이다. 모든 사람이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