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우의 사진이야기]90년 경남 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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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진우의 사진이야기]90년 경남 의령
  • 사진가 문진우
  • 승인 2019.11.0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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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 27
사진가 문진우
사진가 문진우

작가의 말

아이들이 떠난 빈 교실에 풍금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이빨 빠진 건반은 그 허전한 것이 늙은 할애비의 주름진 뺨과 같다. 어린 시절 시골학교의 풍경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간다.

풍금 너머 창 밖으로 펼쳐진 자그만 운동장에선 뽀얀 먼지 날리며 아이들이 뛰어논다. 고무공을 차는 남자아이들, 고무줄 뛰기 하는 여자아이들, 다망구(다방구의 부산 사투리) 놀이 하는 아이들, 담벼락에 앉아 재잘대는 아이들...

댕그랑 댕그랑 종소리가 울리자 아이들은 지남철에 들어붙는 쇳가루 모양으로 일제히 한 구멍속으로 들어간다. 운동장은 이내 조용해진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조용한 적막을 뚫고 한 교실에서 풍금소리가 난다. 아이들의 꾀꼬리 같은 합창소리도 교실의 창을 넘어 온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교실의 창을 넘어온 피아노 소리와 합창소리는 파란 가을 하늘 속으로 흩어져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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