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 따른 청소년 우울증 · 무기력증 '위험 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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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 따른 청소년 우울증 · 무기력증 '위험 수위'
  • 취재기자 허시언
  • 승인 2021.12.2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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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퍼져... 일상에 큰 변화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
청소년기 학교와 또래집단 상실... 청소년 정신건강 이상 신호
청소년 4명 중 1명 "최근 1년간 자살 생각을 한 경험 있어"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우울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우울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고등학생 A 군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있으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울한 생각이 깊어지다 보면 극단적인 생각에까지 치달을 때가 있다. 혼자서는 우울증을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려고 해도 어디에 가야 할지 몰라 그냥 우울을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A 군은 “학교에 가면 친구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면서 웃고 떠들다 보면 괜찮아질 텐데 집에서 혼자 고민하다 보니 우울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코로나 블루’라고 한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감염 위험에 대한 우려는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일상생활 제약이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으로 전면 등교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멈췄다. 쏟아지는 코로나 확진자에 학교는 다시금 원격수업과 등교 병행 체제로 전환했다. 청소년들은 또다시 학교라는 공간을 떠나 집에 갇힐 수밖에 없었다.

2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청소년들은 등교중단과 원격수업 확대를 겪었다. 청소년기 정신건강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학교와 또래집단을 상실해버린 것. 학교에 원활하게 가지 못한 청소년들은 우울과 불안을 호소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청소년 43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45%, ‘코로나19 이후 우울감, 절망감을 자주 느낀다’ 22%, ‘코로나19 이후 또래관계에 대한 불안이 늘었다’ 16% 등으로 응답했다. 정서적으로 위태로운 청소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고 답한 청소년은 47.2%,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고 응답한 비율도 38.3%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인해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우울감이 극심해지고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고립되고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시 청소년 위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4명 중 1명은 최근 1년간 자살 생각을 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을 했다. 지난 1년간 ‘자살 생각을 1회 했다’(9.5%), ‘자살 생각을 2~3회 했다’(8.0%)라는 응답이 많았지만 ‘월 1~2회’(3.5%), ‘주 1~2회 이상’(3.3%)라고 응답한 비율도 있었다.

실제 자살 계획을 세우는 청소년도 적지 않았다. ‘주 1~2회 자살 계획을 세운다’(1.0%), ‘월 1~2회’ (0.9%)를 기록했다. 자살을 시도한 적 있는 사람은 총 342명으로 대부분 1번 또는 2~3번에 그쳤지만 주 1~2회, 월 1~2회 시도했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 우울에 대응해 자살예방 상담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자살예방 상담전화(1393) 인력을 확충하고, 자살예방 상담전화 운영을 연장한다는 것.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자살예방 상담 강화 조치가 지속적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고립감, 우울감으로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되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29, 청소년 전화 1588-9191 등에서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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