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지 않고도 마음을 나눌 수 있어요"... 코로나시대 따뜻한 ‘비대면 봉사활동’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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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지 않고도 마음을 나눌 수 있어요"... 코로나시대 따뜻한 ‘비대면 봉사활동’ 인기
  • 취재기자 허시언
  • 승인 2021.04.0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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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 사람들의 소망...“만나지 않고도 봉사활동하는 방법을 알고싶어요”
‘미씽맵’, ‘e북’... 생소한 봉사활동도 크라우드 소싱으로 참여
‘모자뜨기’, ‘태양광 랜턴 만들기’... 직접 만들어서 봉사활동 참여

코로나19로 마음이 얼어붙어 버린 사람들 사이에도 따뜻한 온기를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어려운 시대라도 베풀고자 하는 이는 어디든지 있고, 그것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사람들 사이에 접촉이 어려운 지금, 비대면 봉사활동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세이브 더 칠드런,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 신생아 모자 뜨기

세계 곳곳에는 죽어가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8년 아프리카에서 생후 4주 내에 사망하는 신생아가 약 250만 명에 다다른다. 열악한 환경 탓에 온갖 질병에 노출되는 신생아는 저체온증, 폐렴, 패혈증 등으로 고통받다 사망한다.

질병과 빈곤, 기아로 숨져가는 저개발국 신생아를 살릴 수 있는 비대면 봉사활동이 있다. '세이브 더 칠드런' 홈페이지(www.sc.or.kr)에서 신생아 모자 뜨기 키트를 신청해 모자를 떠서 보내면, 완성된 모자는 다시 열약한 의료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위해 아프리카로 보내진다.

작은 모자 한 개는 아이의 체온을 약 2도 높여 저체중과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신생아를 살릴 수 있다고 한다. 봉사자가 직접 아프리카로 향하지 않아도 신생아 한 명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된다는 것.

세이브 더 칠드런 신생아 모자 뜨기 캠페인은 시작된 이래로 수거된 모자 및 조각 담요가 약 211만 개, 캠페인 참여자는 약 92만 명, 모자 전달 및 사업 국가는 13개국에 이른다. 이 캠페인의 영향으로 인해 5세 이전에 사망하는 영유아가 2007년 대비 2019년에 33%가 감소했고, 생후 한 달 내 사망하는 신생아는 23% 감소했으며, 임신과 출산 중 사망하는 산모는 21% 감소했다.

세이브 더 칠드런 신생아 모자뜨기 캠페인 이후 눈에 띄게 감소한 사망자 비율을 볼 수 있다(사진: 세이브 더 칠드런 홈페이지 캡처).
세이브 더 칠드런 신생아 모자뜨기 캠페인 이후 눈에 띄게 감소한 사망자 비율이 도표에 잘 나타나 있다(사진: 세이브 더 칠드런 홈페이지 캡처).

대학생 배수빈(22, 경남 양산시) 씨는 2019년 겨울 세이브 더 칠드런 모자 뜨기에 참여했다. 처음에는 장학금과 봉사시간이 목적으로 봉사활동을 찾았지만 이왕이면 뜻깊은 봉사활동이 하고 싶다는 생각에 세이브 더 칠드런 모자 뜨기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뜨개질이 서툴렀지만 편리하게 모자를 만들 수 있는 키트가 있어 쉽게 만들 수 있었다. 배 씨는 “몇 시간 고생해서 만든 모자를 보니 뿌듯했다”며 “다음에도 참여해 더 좋은 모자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국경 없는 의사회의 디지털 지도 제작하는 미씽맵(MISSING MAPS) 만들기

국경 없는 의사회(www.msf.or.kr)는 국제 인도주의 의료 단체다. 의료 지원의 부족, 무력 분쟁, 전염병, 자연재해 등으로 생존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을 위해 긴급구호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국경 없는 의사회는 미씽맵 만들기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미씽맵은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구호 활동 지역의 정확한 디지털 지도를 만드는 봉사활동이다. 참여형 지도 서비스인 오픈스트리트맵(OpenStreetMap)을 활용하여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지도가 없는 지역의 디지털 지도를 만들 수 있다.

미씽맵은 오픈스트리트맵이라는 누구나 편집 가능한 오픈소스 지도 서비스를 이용해 디지털 지도를 그린다. 오픈스트리트맵을 통해 인공위성 사진을 띄어놓은 뒤, 사진 위에 봉사자가 직접 길과 건물을 따라 그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 그린 지도는 카테고리(street, building)를 분류하여 지도를 업로드한다. 그 후 봉사자들이 그린 지도를 종합하여 현지에 있는 봉사자에게 전달된다.

구호 현장에 대한 정확한 지리적 정보가 부족한 경우, 국경 없는 의사회의 활동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지도가 있으면, 국경 없는 의사회가 더 신속하게 구호팀을 투입하여 많은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자원봉사자의 참여로 만들어진 지도는 자연재해, 전염병, 무력 분쟁 등으로 인한 피해 지역의 규모를 파악하고, 역학 조사와 구호 물품 수송 계획을 통해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국경 없는 의사회가 미씽맵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로 현재까지 참여인원은 약 12만 명이며, 편집 작업 횟수는 6051만 번에 달하고, 새로 그린 건물 수는 5176만 개나 되며, 새로 그린 길은 123만km에 다다른다.

국경 없는 의사회 미씽맵 프로젝트 이후 수많은 길과 건물이 새롭게 그려진 것을 알 수 있다(사진: 국경 없는 의사회 홈페이지 캡처).
국경 없는 의사회 미씽맵 프로젝트 이후 수많은 길과 건물이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사진: 국경 없는 의사회 홈페이지 캡처).

대학생 정혜빈(22, 강원도 원주시) 씨는 지난 겨울방학부터 국경 없는 의사회의 미씽맵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재활센터에서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던 정 씨는 코로나 이후 대면 봉사가 불가능해지자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기 시작했다.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정 씨는 생명 관련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 찾아보던 중, 우연히 국경 없는 의사회에서 미씽맵 만들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참여하게 됐다.

정 씨는 미씽맵 만들기 봉사활동을 하면서 아직까지도 지도가 없어 접근이 불가능한 지역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지도를 그림으로써 접근이 불가능한 지역까지 도움의 손길이 뻗치는 것을 보며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는 중이다. 정 씨는 “앞으로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봉사활동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확하지 않았던 콩고의 지도가 미씽맵(MISSING MAP) 프로젝트를 통해 정확한 디지털 지도로 만들어졌다(사진: 국경없는 의사회 홈페이지 캡처).
정확하지 않았던 콩고의 지도가 미씽맵(MISSING MAP) 프로젝트를 통해 정확한 디지털 지도로 만들어졌다(사진: 국경없는 의사회 홈페이지 캡처).

시각장애인 위한 e북 제작...점자도서와 녹음도서 제작보다 쉽다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책을 읽을까? 시각장애인은 눈으로 책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점자 도서 또는 귀로 듣는 녹음 도서를 이용한다. 점자 도서와 녹음 도서는 제작자의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고 제작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어려움이 있다. 그에 비해 전자 도서의 경우, 기본적인 제작 지침을 숙지한다면 누구나 자원봉사로 참여할 수 있으며, 점자 도서나 녹음 도서에 비해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완성된 전자 도서는 점자정보 단말기를 통해 점자로 읽거나 컴퓨터와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확대 화면이나 음성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아서 해마다 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도서를 스캔하여 추출한 텍스트를 전자 도서 제작 지침에 준하여 오탈자 수정, 전자 도서 형식 편집을 하는 등의 교열과 편집을 한다. 전자 도서 제작에 최적화된 클라우드 소싱 환경을 구축하여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면 언제, 어디서나 한 권의 책을 여러 명이 동시에 제작 가능하다.

시각장애인 e북 제작은 현재 여러 곳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실로암복지관(www.mypickebook.org), 한국점자도서관(www.kbll.or.kr), itlo 점자도서관(www.itlo.org) 등에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

봉사자 조제 씨는 올해 3월 시각장애인 e북 만들기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조제 씨는 시각장애인 e북 만들기 봉사활동 참여가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니라서 실명을 밝히고 싶지 않다며 닉네임인 조제로 불러달라고 기자에게 요청했다. 평소 조울증을 앓고 있는 조제 씨는 우울과 무기력이 평소보다 심해진다는 기분을 느꼈고,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함으로써 기분을 환기시키고 싶었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비대면 봉사활동을 찾아보던 중 책을 좋아하는 조제 씨의 눈에 시각장애인 e북 만들기 봉사활동이 들어왔다. 원래부터 책을 좋아하던 조제 씨는 시각장애인분들이 읽고 싶어 하는 책을 e북으로 만드는 봉사활동이 의미가 깊다고 생각해 시각장애인 e북 만들기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조제 씨는 자신이 입력한 텍스트들로 보고 싶은 책이 있어도 읽지 못했던 시각장애인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이 큰 보람이 됐다고 느끼고 있다. 조제 씨는 “시각장애인 e북 만들기 봉사활동은 비대면에 홈페이지 가입을 하고 교육만 들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기 때문에 편리하게 자원봉사를 할 수 있었다”며 “이런 편리한 비대면 봉사활동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권의 책을 여러 명이 나눠 오탈자 수정, 전자 도서 형식의 편집을 하는 등의 교열과 편집을 한다(사진: 실로암복지관 홈페이지 캡처).
한 권의 책을 여러 명이 나눠 오탈자 수정, 전자 도서 형식의 편집을 하는 등의 교열과 편집을 한다(사진: 실로암복지관 홈페이지 캡처).

태양광 랜턴 제작 봉사...세계 인구 17억 명 빛 없이 살고 있어

세계 70억 인구 중 약 17억 명의 인구는 밤이면 빛 하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17억 명 대부분이 남반구에 살고 있으며, 특히 아프리카 지역에 이들 70%가 거주하고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주로 등유 램프를 사용하지만, 등유 램프 사용은 화재 위험, 비싼 연료비, 폐 질환 주범, 지구 온난화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

세계 17억 명의 사람들이 빛 하나 없는 삶을 살고 있고, 대부분이 남반구에 살고 있다(사진: 밀알복지재단 에너지나눔센터 홈페이지 캡처).
세계 17억 명의 사람들이 빛 하나 없는 삶을 살고 있고, 대부분이 남반구에 살고 있다(사진: 밀알복지재단 에너지나눔센터 홈페이지 캡처).

밀알복지재단 에너지나눔센터(lighting.miral.org)에서 진행 중인 라이팅 칠드런 캠페인은 에너지가 부족한 해외 에너지 빈곤 국가에 후원자가 직접 조립한 태양광 랜턴을 보내주는 에너지 나눔 캠페인이다. 태양광 랜턴 키트를 신청해 랜턴을 조립하면 조립된 태양광 랜턴은 해외 에너지 빈곤 국가로 전달된다.

랜턴 수혜국은 등유 램프 사용을 줄이며 환경보호를 할 수 있고, 어두운 밤에도 소일거리를 할 수 있어 소득증대를 가져올 수 있다. 또, 등유 램프 사용으로 인한 화상과 호흡기 질환에 노출돼있는 아이들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고, 밤에도 공부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줄 수도 있다. 가구 소득의 약 30%나 차지하는 등유 램프 유류비를 줄여 가계지출을 절약할 수 있다.

밀알복지재단이 2012년 태양광 랜턴 만들기를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필리핀, 미얀마, 베트남, 말라위 등 동남아시아 및 아프리카 일대 24개 국가에 태양광 랜턴 7만 8000개를 배분했다. 2013년 5000개에 불과하던 태양광 랜턴 보급이 2020년 7만 8000개로 늘어났다.

만들어진 태양광 랜턴은 동남아시아 및 아프리카 일대 24개 국가에 보급된다(사진: 밀알복지재단 에너지나눔센터 홈페이지 캡처).
만들어진 태양광 랜턴은 동남아시아 및 아프리카 일대 24개 국가에 보급된다(사진: 밀알복지재단 에너지나눔센터 홈페이지 캡처).
2013년 5000개에 불과하던 태양광 랜턴 보급이 2020년 7만 8000개로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사진: 밀알복지재단 에너지나눔센터 홈페이지 캡처).
2013년 5000개에 불과하던 태양광 랜턴 보급이 2020년 7만 8000개로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사진: 밀알복지재단 에너지나눔센터 홈페이지 캡처).

대학생 전연우(22, 인천시) 씨는 올해 3월 태양광 랜턴 만들기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전 씨는 학과 봉사 동아리 부장으로 활동하며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대면 봉사는 어렵다고 판단해 비대면 봉사활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밀알복지재단에서 주관하는 태양광 랜턴 만들기 봉사활동을 알게 됐다. 어릴 적부터 아프리카의 기아와 빈곤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간호사가 된 후에는 직접 아프리카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전 씨는 비대면으로 아프리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봉사 동아리 부원들과 함께 이번 봉사에 참여하게 됐다.

전 씨는 희망의 빛을 선물한다는 취지의 태양광 랜턴 만들기 봉사활동을 하며 ‘희망의 빛’에 담긴 진정한 의미에 대해 깨닫게 됐다. 빛이 없어 공부하지 못하는 아이들, 등유 램프 사용으로 인한 화상, 뱀에 물리는 사고 등빛이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아프리카의 상황들을 알게 됐다. 그런 그들에게 태양광으로 작동하는 랜턴은 희망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 씨는 태양광 만들기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빛으로 주변을 밝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자신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고, 빛의 소중함을 느끼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

전 씨는 그들을 직접 만나 도움을 주진 못하지만 비대면 봉사를 통해서도 나눔을 실천하고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태양광 랜턴 만들기 봉사활동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된 후 책임감을 가지고 봉사에 임할 수 있었다. 전 씨는 “내가 만든 태양광 랜턴이 한 아이의 꿈을 응원하고 가정에 평안한 밤을 선물하는 희망의 빛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고등학생 허다인(19, 경남 양산시) 양은 대면 봉사활동을 많이 할 수 없어 답답해했다. 봉사활동 시간을 채워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봉사활동을 자유롭게 못하게 된 것. 허 양은 “비대면 봉사활동을 알게 됐으니 앞으로 비대면 봉사활동에 많이 참여하게 될 것 같다”고 말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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