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9세 아이의 죽음, 창녕 소녀의 극적 탈출...코로나 사태가 아동학대 감시망을 무력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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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9세 아이의 죽음, 창녕 소녀의 극적 탈출...코로나 사태가 아동학대 감시망을 무력화하고 있다
  • 울산시 중구 성민주
  • 승인 2020.06.1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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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전쟁으로 세상이 떠들썩한 가운데, 코로나19가 낳은 아동보호의 사각지대 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됐다. 학교 개학이 미뤄지면서 아동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 아동학대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 것. 또한, 코로나 사태로 인해 관련 공무원들이 아이들을 만날 방법이 없어 위기 아동의 보호 방문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한 기사에 따르면, 지난 1일 천안 자택에서 계모가 9세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7시간가량 감금해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참모진과의 회의에서 “위기의 아동을 파악하는 제도가 작동하지 않아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난 것”이라며 “그 부분에 대한 대책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아동학대가 일어날 가능성은 열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위기 아동을 찾아내지 못해 아동학대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코로나 사태가 아동학대를 악화시킬 기회가 되고 있다(사진: pixel 무료 이미지).
코로나 사태가 아동학대를 악화시킬 기회가 되고 있다(사진: pixel 무료 이미지).

다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9일 경남 창녕에서 계부와 친모의 가혹한 학대를 당하던 아홉 살 아이가 목숨 건 탈출을 시도한 끝에 한 시민에게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아이는 때때로 목에 쇠사슬이 감겨 베란다에 감금돼 있었으며, 손과 발이 달궈진 프라이팬에 지져졌던 것. 언론은 아이가 위기 아동으로 등록돼 있었지만, 감염 우려로 가정방문이 줄어들면서 멍 자국을 확인할 수 없는 등 집에만 있어야 했던 아이들의 피해 상황을 외부에서 알 수 있는 길이 사라져 일어난 일이라고 전했다. 또한, 학교 측에서는 50통이 넘는 전화를 했지만 “온라인 수업 잘 듣고 있다. 괜찮다”는 부모의 답변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아동학대 실태에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은 존재하지만, 코로나19가 이마저도 무용지물로 만들어 제대로 된 효능을 발휘하지 못해 안타깝다.

영화 <어린 의뢰인>은 2013년에 울산에서 일어난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다. 이 영화에서는 아주 충격적인 아동학대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동학대의 모습을 담았을 뿐만 아니라 경찰, 단체, 아동보호 전문기관 등 외면하는 이웃의 모습 또한 잘 보여준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 장면이 실제 현실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주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충격적인 사건들을 보면서 아동학대는 어느 아동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영화에서 주인공 다빈이가 “어른들은 믿어서는 안 돼”라고 말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 믿을 사람이 없어 학대당하면서도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다. 이번에 일어난 사건들도 신체 곳곳에서 멍 자국을 발견한 의료진이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했지만, 경찰은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고 아동보호 전문기관도 분리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어쩌면 가방 속에서 죽어가던 9세 아이도, 쇠사슬에 묶어 감금당한 아이도 우리가 외면한 것은 아닐까?

나는 최근에 일어난 사건들이 계모와 계부의 학대로 일어난 것을 보며, 재혼 인식이 보편화돼 재혼율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에 맞는 인식이 개선되지 못한 근본적인 문제가 아동학대로 이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판명된 사건에서 학대 행위자와 피해 아동과의 관계는 부모(76.9%), 대리양육자(15.9%), 친인척(4.5%) 순이었던 것. 부모에 의한 학대만을 놓고 봤을 때도 친부(43.7%), 친모(29.8%), 계부(2.2%), 계모(1.2%) 순서다. 보건복지부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도 신고된 아동학대 행위자 중 친부모가 다수라는 통계수치에 큰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계부모냐, 친부모냐에 논점이 집중되고 개별 가해자에게 분노와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 것에만 그치다 보면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당하는 ‘아이’는 소거되고, 문제 해결의 길목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계모, 계부를 유독 잔혹한 이들로 몰고 가서 이들 계모계부 집단을 일반화해 도덕적으로 악평하는 행위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코로나19 전염병 전쟁은 끝을 예상하지 못한 채 이어지고 있는데, 아이들은 학대로 목숨을 잃고 있다. 피해를 보는 아동이 더 늘어날까 봐 두렵다.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아동보호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양육자나 부모에게 필요한 교육을 제공해 주어 인식을 개선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아이를 낳았을 때, 이혼할 때, 재혼할 때 등 다양한 경우에 맞게 양육자에게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양육지식 및 기술을 알려주는 교육이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아이들은 꽃으로도 때려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 노력해야,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가 분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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