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들지 않는 몰카 불법촬영 범죄, 대책 없는 현실에 여성들은 마음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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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들지 않는 몰카 불법촬영 범죄, 대책 없는 현실에 여성들은 마음고생
  • 취재기자 조봉선
  • 승인 2020.06.1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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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사 KBS서 불법촬영 카메라 적발돼... 용의자는 KBS 공채 출신 개그맨
공공시설 이용하기 두려워하는 여성들, “공중화장실, 숙박업소 이용하기 겁나”
몰카 탐지 앱 ‘릴리의 지도’ 주목... 한계 있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반응도
불안한 여성들 “강력한 수준의 처벌과 초소형 카메라 판매 제한 필요” 요구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하는 불법촬영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많은 여성들이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여성들을 위해 불법촬영 카메라 탐지 앱이 개발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불법촬영 없는 안전한 사회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난 5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한국방송공사) 본사의 여자화장실에서 불법촬영 카메라가 적발됐다. 용의자는 KBS 공채 출신 개그맨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KBS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결과, 휴대용 보조배터리 모양의 불법촬영 기기를 발견해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용의자는 6월 1일 새벽 경찰에 자진 출석해 1차 조사를 마쳤으며, 현재 경찰은 사실 확인을 위해 화장실에 설치했던 촬영 장비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영등포경찰서는 “용의자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조사 받고 귀가했다”며 “이후 용의자의 신병 처리는 포렌식 결과와 CCTV 분석 이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영방송사인 KBS에서 불법촬영 범죄가 발생하자, 사람들은 용의자에 대한 비난을 퍼부으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직장인 김혜리(28, 경남 창원시) 씨는 “너무 소름 돋고 끔찍한 일”이라며 “나와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동료가 이런 일을 했다고 상상해보니 매우 수치스럽고 화가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최지은(22, 경남 김해시) 씨는 “KBS에서도 불법촬영 범죄가 일어나다니 정말 안전한 곳은 없는 것 같다”며 “범인의 신상을 꼭 공개하고 엄벌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BS의 경우처럼 타인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는 불법촬영 범죄는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법무부의 ‘2020 성범죄백서’에 따르면, 불법촬영 범죄는 2013년 412건에 불과했으나 2018년에는 이보다 5.8배 증가한 2388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또 2019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불법촬영 범죄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8년까지의 불법촬영 범죄 발생 건수는 총 3만 9044건에 달했다고 한다.

이렇게 불법촬영 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데에는 불법촬영 범죄의 처벌 수위가 낮은 것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9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1심 판결 현황’에 따르면, 2012년에서 2018년까지 불법촬영 혐의로 재판을 받은 사람은 총 9148명으로, 이 가운데 벌금형이 4788명(52.3%), 집행유예가 2749명(30.1%)을 차지했다고 한다. 또 지난 5월에는 수십 차례에 걸쳐 여성들을 몰래 촬영한 40대 남성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기도 했다.

불법촬영 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데에는 해당 범죄의 처벌 수위가 낮은 탓이 크다. 지난 5월, 재판부는 여성들을 상대로 수십 차례의 불법촬영 범죄를 저지른 40대 남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불법촬영 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데에는 해당 범죄의 처벌 수위가 낮은 탓이 크다. 지난 5월, 재판부는 여성들을 상대로 수십 차례의 불법촬영 범죄를 저지른 40대 남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이런 가운데 현재 많은 여성들은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학생 김수현(22, 경남 창원시) 씨는 불법촬영에 대한 우려로 인해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기가 무서워졌다고 이야기했다. 공중화장실이 불법촬영 범죄의 장소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탓에 언젠가 자신도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김 씨는 “공중화장실에 들어가면 벽면이나 문에 구멍이 나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를 볼 때마다 이 수 많은 구멍들 가운데 나를 찍고 있는 카메라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볼일은커녕 일단 뛰쳐나오기 바빠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요새는 외출을 하게 되면 공중화장실을 아예 안 가려고 한다”며 “모두가 이용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중화장실을 나쁜 몰카범들 때문에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없어 너무 서글프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박모(22, 경남 창원시) 씨는 장기간 여행하기가 겁이 난다고 밝혔다. 박 씨가 장기간 여행을 두려워하게 된 데에는 숙박업소에 설치돼 있을지 모를 불법촬영 카메라에 대한 우려 탓이 크다. 박 씨는 “원래 여행을 갈 때마다 짧게는 1박 2일, 길면 3박 4일 정도를 머물다가 오는 편이었는데, 요새는 숙박업소에서도 불법촬영 범죄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서 여행을 가더라도 당일치기로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어쩔 수 없이 숙박업소에 가게 되면 우선적으로 내부에 카메라나 수상한 물건은 없는지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두려움으로 떨고 있는 여성들을 위해 최근 불법촬영 카메라를 탐지할 수 있는 앱도 등장했다. 지난 5월에 출시된 ‘릴리의 지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릴리의 지도는 딥러닝 인공지능 기반의 기술과 증강현실을 바탕으로 불법 카메라를 찾아내는 앱이다. 사용자가 휴대폰 카메라로 공간을 스캔하면 불법 카메라로 의심되는 이미지를 식별하고, 40cm 거리 내에서 30도 안으로 피사체가 들어오면 불법 카메라를 찾아낼 수 있도록 되어있다. 탐지 결과가 누적되면 이미지를 스스로 학습해 정확도를 더욱 높일 수 있으며, 탐지 결과를 지도에 표시하고 공유할 수 있어 추가적인 피해 예방이 가능하다고 한다.

불법촬영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5월에 출시된 불법촬영 카메라 탐지 앱 ‘릴리의 지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사진: 앱스토어 캡처).
불법촬영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5월에 출시된 불법촬영 카메라 탐지 앱 ‘릴리의 지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사진: 앱스토어 캡처).

이러한 불법촬영 카메라 탐지 앱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대학생 안모(22, 경남 창원시) 씨는 “공중화장실도 마음 편히 못 가는 세상에 꼭 필요한 앱”이라며 “몰카가 두려운 친구들에게 꼭 알려줘야겠다”고 이야기했다. 직장인 박나영(23, 경남 창원시) 씨는 “불법촬영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세상에 일반인들이 몰카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이라니 정말 고마울 따름”이라며 “이러한 불법 카메라 탐지 앱을 통해 불법촬영 범죄가 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앱 하나만으로 불법촬영 카메라를 잡아내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대학생 손모(21, 경남 거제시) 씨는 불법촬영 범죄에 자주 사용되는 초소형 카메라의 다양성을 언급하며 불법촬영 카메라 탐지 앱의 한계를 설명했다. 손 씨는 “세상에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형태의 초소형 카메라들이 많이 존재한다”며 “아무리 앱이 딥러닝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해도 갈수록 더 작아지고 다양해지는 초소형 카메라들을 모두 알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이수연(22, 경남 창원시) 씨는 일반 스마트폰 카메라가 교묘하게 숨겨져 있는 카메라들을 모두 발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씨는 “아무리 앱이 좋다고 해도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그만큼의 좋은 성능을 갖고 있지 않다면 몰래카메라를 찾아내기는 힘들 것”이라며 “게다가 몰카범들은 쉽게 들킬 만한 위치에 카메라를 숨겨두지 않기 때문에 스마트폰 카메라가 그런 은밀한 부분까지 살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촬영 범죄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없는 현실에 여성들은 분노하고 있다. 직장인 황모(50, 경남 창원시) 씨는 “불법촬영 범죄 때문에 애꿎은 여성들만 마음고생하고 있다”며 “여성들이 피해를 보는 것도 그렇지만 제대로 된 대책 하나 없는 이 현실이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민지(22, 경남 창원시) 씨는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마다 매번 몰래카메라가 없는지 살펴보는 게 여성들에게 당연한 일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속상하다”며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몰라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 여성들은 불법촬영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방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최지은 씨는 초소형 카메라의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최 씨는 아무런 조건 없이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초소형 카메라가 불법촬영 범죄자들을 활개치고 다닐 수 있게 만든 원흉이라고 설명했다. 최 씨는 “초소형 카메라는 인터넷이나 매장을 통해서 누구나 쉽게 구입이 가능하다”며 “범죄에 자주 사용되는 이 카메라를 어째서 아직까지 누구나 살 수 있게끔 해놓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씨는 “초소형 카메라를 구입하는데 있어 조건을 부과하거나 아니면 판매를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면 최소한 공공시설에서의 불법촬영 범죄는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초소형 카메라 구입에 대한 제한 조치가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정모(22, 부산시 사상구) 씨는 우선적으로 불법촬영 범죄자의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우리나라는 이상하게도 범죄자가 초범이라는 이유로, 혹은 범죄자가 반성하고 있다고 해서 감형을 시키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이러한 낮은 수준의 처벌이 오히려 범죄를 더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정 씨는 “애초에 봐주는 것 없이 높은 수준의 처벌을 내렸다면 불법촬영 범죄 발생률은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것”이라며 “부디 여성들의 마음을 헤아려 불법촬영 범죄의 처벌 수준을 엄격하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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