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코로나 감염자만큼 짙어지는 ‘혐오사회’...‘혐오바이러스’ 사회 검게 물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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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코로나 감염자만큼 짙어지는 ‘혐오사회’...‘혐오바이러스’ 사회 검게 물들여
  • 취재기자 김슬기
  • 승인 2020.06.17 0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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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엘리베이터 탑승금지 시키고 계단 이용하게 하는 아파트도
배달상자에 소독제 뿌리고 “택배기사님 숨 쉬지 마세요” 황당 주문까지
택배상자 감염사례 전무...택배문화 있어 사재기 없고 거리두기 재택 가능

최근 이태원, 택배물류센터, 종교, 학원, 유흥시설 등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2차 대유행이 우려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코로나 감염자와 관련된 사람을 대상으로 ‘코로나 혐오’가 우리 사회에 퍼지고 있다.

누군가 다가오지 못하게 손짓을 취하며 혐오하는 표정이다.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코로나 혐오’가 생겨나고 있다. (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누군가 다가오지 못하게 손짓을 취하며 혐오하는 표정이다.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코로나 혐오’가 생겨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개학을 시작한 학생 중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면 학교 전교생과 동네에는 소문이 금방 퍼져 코로나 확진자를 두렵게 만들고 있다. 그 외에도 이태원클럽과 관련된 코로나19 확산으로 성 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종교시설과 관련된 종교인을 향한 분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쿠팡부천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쿠팡택배기사가 가장 큰 ‘코로나 혐오’ 피해를 보고 있다.

쿠팡택배기사를 바이러스 취급하는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에는 “옆 사무실에서 택배 받는 사람이 택배기사님께 오만상을 찌푸리며 손에 장갑을 끼고 손 소독제를 택배 상자에 바르면서 ‘숨 쉬지 마세요’라고 했던 말이 잊히지 않아 충격이었다”는 목격담이 올라왔다.

경남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양 모(55, 경남 창원시) 씨는 이틀 전, 경비원이 쿠팡택배기사에게 “엘리베이터 이용하지 말고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라”라고 말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게다가 택배 물량이 많았고 무거워 보이는 짐들이 가득했다고 한다. 심지어 경기도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입주민이 택배기사에게 주먹을 휘둘러 코뼈가 부러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그 외에도 택배기사의 출입을 금하는 공고문을 아파트 입구에 붙이는 일도 있었다.

쿠팡택배기사의 출입을 자제하는 공고문이 아파트 입구에 붙어있다(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쿠팡택배기사의 출입을 자제하는 공고문이 아파트 입구에 붙어있다(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얼마 전, 쿠팡 택배아르바이트를 그만둔 박 모(22) 씨는 “밥 먹을 시간도 없고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계단을 이용할 때 숨쉬기가 너무 힘들고 마스크를 오래 껴서 귀 뒤 살갗이 벗겨졌다”며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 더 힘이 들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이 내리면 나를 병균 취급하듯 피해서 가거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는 배려도 눈에 띄게 많이 줄었다”고 일을 그만 둔 이유를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사태가 한창 심각했을 때 해외보다 휴지, 식료품 등 ‘사재기’가 덜했던 이유는 발달한 택배 문화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택배기사를 업신여기는 분위기에서 코로나19사태로 분노와 혐오의 프레임을 씌워 택배기사를 더욱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평소 쿠팡을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 박 모(43, 창원시 성산구) 씨는 “정말 힘들게 시간에 쫓기듯 성실히 일하는 택배기사님 덕분에 우리가 편하게 집에서 물건도 받고 코로나로 위험할 때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됐었는데 그런 고마운 분들을 병균 취급하거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는 굉장히 비윤리적이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택배 상자를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된 사례는 없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택배를 통한 코로나19 감염사례는 아직 없고 그럴 가능성도 낮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고 전했다.

코로나19로 각박해진 사회가 앞으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닌 사회를 검게 물들어버리는 혐오바이러스와의 전쟁이 남아있다. 대학생 이동근(24, 경남 김해시) 씨는 “지금 가장 외롭고 힘든 싸움을 치르고 있는 코로나 감염자를 향해 그들을 더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씨는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무서운 ‘코로나 혐오’를 언론과 시민이 바람직한 자세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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