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길 잃은 신(神)이다-19/타로점과 명리학의 만남
상태바
당신은 길 잃은 신(神)이다-19/타로점과 명리학의 만남
  • 서창덕
  • 승인 2019.10.18 0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창덕
서창덕

정상은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서 닿는 곳이다

우디바바 캠프 뒷산의 봉우리는 생각보다 기운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내가 있는 곳의 봉우리보다 더 높은 봉우리가 있음을 가르쳐 주었다. 그런 면에서 히말라야는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산이다. 밑에서 보면 분명 저 봉우리가 가장 높을 것 같은데 막상 그 봉우리에 올라서면 그 뒤로 더 높은 봉우리가 또 펼쳐진다.

저기까지만 가볼까, 하고 힘을 내서 올라가면 또 그 뒤로 더 높은 봉우리가 있다. 그래서 또 저기까지만, 하고 올라간다. 그렇게 결국 8천미터 최고봉 에베레스트까지 오르는 것이다. 밑에서 8천미터가 다 보인다면 어떻겠는가. 그 까마득한 높이에 질려 미리 포기하고 말 것이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하듯 결국 한 걸음이 모여서 천리를 가는 것이다. 8천미터 최고봉도 결국 계단 하나 오르는 것이 모여 도달하는 것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도통하겠다고 밤낮없이 앉아서 끙끙 앓는 사람은 금방 지친다.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명상하고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다 보면 1시간 앉아 있는 것도 어렵지 않다.

마음에 있는 욕심과 악한 마음을 반성하고 깨끗하게 비우다보면 저절로 마음이 밝아진다. 그러면 잠도 자연히 줄어들고 먹는 것도 가볍고 깨끗한 것만 찾게 된다.

그러면 또 육체에 있는 병이 저절로 낫고 몸도 깨끗해지고 가벼워진다. 육체의 병이 물러가면 정신은 더욱 맑아지고 더 또렷해진다. 그러면 2시간 앉아 있어도 10분처럼 짧다. 그렇게 조금씩 가다보면 어느새 산의 정상에 닿는 것이다.

그녀의 타로점과 나의 사주명리학

내가 봉우리 끝에 앉아 명상을 하는 동안 타로점을 치는 프랑스 여인 루디는 동쪽 절벽 끝에 앉아 노래를 불렀다. 남자는 서쪽 언덕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둘이 싸웠던 모양이다. 여자가 조금 문제가 있어 보인다. 타로점을 배운다며 타로카드그림이나 그리고 내가 명상을 하고 있는데 옆에 앉아 노래를 부르다니. 눈치가 없는 건가. 아니면 배운 게 모자란 걸까. 무슨 노래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만든 곡이란다. 차라리 유명한 곡이면 덜 거슬릴 텐데.

봉우리에서 내려오며 둘은 또 갈라졌다. 남자와 나는 올라올 때처럼 빙빙 돌아가는 길이 귀찮아 경사진 길로 내려왔고 경사에 겁을 먹은 루디는 올라왔던 길로 돌아서 내려왔다. 먼저 내려온 우리는 밑에서 불쏘시개로 쓸 작은 나뭇가지를 주우며 그녀를 기다렸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그녀가 내려오지 않았다. 내려오다 미끄러져 떨어졌을까. 미끄러지면 낭떠러진데. 그럴 리는 없을 거라던 남자가 불안했던지 그녀를 찾으러 올라갔다. 조금 뒤 둘이 함께 내려왔는데 그녀의 가슴엔 작은 나뭇가지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녀는 내려오며 마른 나뭇가지를 줍느라 늦었던 것이다. 나는 그녀가 내가 추측하는 것처럼 그렇게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다 같이 아침식사를 마친 뒤 나는 그녀에게 제안을 했다. 내게 타로점을 쳐주면 나도 네게 한국의 타로점을 쳐주겠다. 물론 한국식 타로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해주겠다는 것은 사주팔자를 감정하는 사주명리학이다.

눈을 반짝이며 흥미를 보이던 그녀는 금방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자기는 이제 타로점을 배우는 시기이기 때문에 자신이 없단다. 나는 상관없다며 재미삼아 해보자고 하니 잠깐 고민하던 그녀도 좋다며 일어섰다. 집중을 위해 조용한 곳이 필요하단다.

우리는 외따로 떨어진 장소에 가서 마주보고 앉았다. 먼저 그녀가 내게 타로점을 쳐주기로 했다. 그녀는 집중이 필요하니 나보고 눈을 감으라고 하고는 자기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주문을 외우는 듯 기도를 했다. 5분쯤 뒤에 눈을 뜨라고 하더니 내게 카드를 쥐게 하고는 다시 그 카드를 가져가서 펼치고는 또 기도를 하고 내게 카드를 뽑으라고 한다. 그녀가 기도를 하는 동안 얼른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눈을 감은 게 아니라 엷게 눈을 뜨고 있었다.

그녀는 매우 진지했다. 영적인 소질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너무 느렸다. 중간 중간 책을 봐가며 해석을 하는데 나의 과거 직업에 대한 얘기만으로 30분이 넘게 걸렸다. 얼마나 남았냐고 했더니 앞으로 가족, 친구, 건강 등등 많이 남았고 그게 끝나면 앞으로 일어날 미래에 대해 또 그만큼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러다간 1박 2일도 모자랄 판이다.

시간이 없으니 그만하면 됐다고 하고는 그녀의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물었다. 21세라고 했는데 한국나이로는 23세였다. 그녀는 작은 노트를 펼치고 내 해석을 기다렸다. 그녀가 했던 것처럼 나도 눈을 감고 기도를 하는 척 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명리학은 점을 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그녀의 사주는 좋았다. 초년에 고생할 운인데 모두 지나갔다. 그러나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다. 이 약점을 고치지 못하면 그녀의 인생은 절대 꽃을 피우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너무 고생이 많았는데 특히 부모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더니 깜짝 놀란다. 잠깐 눈물을 보였던 그녀는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그녀의 고생은 이제 모두 끝났다. 올해부터 너의 모든 고생은 끝나고 새로운 대운이 펼쳐질 거야.

“그러면 이제부터 남자가 많이 생길까요? 혹시 이번 여행에서 새로운 남자를 만날 수 있을까요?”

나는 잠깐 현기증을 느꼈다. 좋은 대운이 왔다는데 남자친구부터 찾는 여자는 처음이었다. 물론 그런 남자도 없었다. 프랑스가 로맨스의 나라라더니 역시 다른가. 지금까지 늘 그녀는 남자친구가 잘 생기지 않았다고 했다. ‘늘’ 이라면 도대체 언제부터를 말하는 걸까?

지금의 남자친구도 며칠 전부터 갑자기 냉랭해졌다. 이유를 모르겠다. 사실상 헤어진 거나 마찬가지다. 내일 이곳을 떠나면 각자의 길을 간다. 네팔에 가서 히말라야 트레킹을 할 예정이다. 혹시 트레킹 때 남자친구가 생기는 것일까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좋은 운이 왔다면서요?

밝은 아침햇살이 계곡을 비추자 매섭게 불어오던 바람도 잠잠해졌다. 밤새 북쪽에서 바람이 불었다. 온도도 급격하게 떨어졌다. 텐트가 바람을 막느라 밤새 끙끙 앓았다. 텐트의 비명소리가 리시케시보다 더 시끄러웠다. 이래서 수행자들은 텐트보다 동굴을 선호했다. 이곳이 지구의 최고봉이 있는 히말라야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아늑한 동네 뒷산이 아니었다.

나는 아침햇살에 차츰 가라앉는 바람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나쁜 운이 물러가고 좋은 운이 오니 앞으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 하늘의 도움으로 고생 끝에 낙이 오고 있다. 큰일을 하고 성공해서 과거의 나처럼 어려웠던 사람들을 돕고 살아라. 그것이 하늘에 보답하는 길이다. 이런 얘기들을 해주고 싶은데 그녀의 관심사는 오로지 남자친구밖에 없다.

남자가 중요한 게 아니야. 그럼 뭐가 중요한데요? 남자친구는 앞으로 얼마든지 많이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렇다면 이번 여행에서 만날 수 있어요? 물론 있지. 그러나 그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니까. 그럼 뭐가 중요한데요?

너는 꿈이 뭐니? 대학에선 뭘 전공했지? 패션(fashion)이요. 패션? 그게 너하고 맞아? 적성에 안 맞았어요. 그럼 앞으로 뭘 하고 싶은데? 영화배우요. 그럼 영화배우 해. 그리고 나중에는 영화감독도 하게 될 거야. 그래. 영화감독하면 잘 생긴 남자배우들 많이 만나겠네.

그녀는 똑똑하고 사주도 강한데다 좋은 운까지 와있었다. 그러나 앞에서 얘기했듯이 그녀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사주에 넘치는 남자였다. 많다는 것은 없다는 것과도 통한다. 풍요 속의 빈곤. 그러나 앞으로는 진짜 넘칠 것이다. 쾌락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다보면 남는 것은 후회와 병(病)뿐이다.

그녀의 복잡한 이성관계는 모두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이었다. 프랑스는 쉽게 이혼하니까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쉽게 이혼하고 결혼하다보면 결국 인생은 망가지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자신이 쌓은 업(業)은 자손에게까지 이어진다. 그녀는 이성관계도 혼탁한데 도화살도 많았다. 영화배우를 하면 좋겠지만 그것도 열심히 노력해야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녀의 나이는 이미 23세이다.

간신히 그녀를 설득했지만 아무래도 그녀는 끝내 이해를 못한 표정이다. 하기야 한국인들도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서양의 상식과 문화로 단시간에 이해가 될 리가 없다.

나의 미래는 사주팔자가 아니라 나의 마음 씀씀이에 달려 있다

미래는 정해져 있는 것일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철학관에 갔더니 올해 문서가 들어올 운이라고 하더니 과연 맞았는가? 어떤 사람은 맞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틀렸다고 한다. 맞았던 사람은 미래는 정해져 있다고 하고, 틀렸던 사람은 말짱 거짓말이라고 한다. 진실은 무엇일까.

작년에 지인이 선거에 출마했다. 용하다는 점집 열 군데를 갔는데 열 군데 모두 당선이 된다고 나왔다. 그는 자기도 신중한 편이라 열 군데 중에 한 군데라도 떨어진다고 나왔으면 출마를 하지 않았을 것이란다. 그리고 이미 결정했지만 사주팔자는 어떻게 나오는지 물었다.

그때 나는 그렇게 얘기했다. 미래는 알 수 없다. 신 내린 무당이 과거를 맞추는 것은 쉽다. 귀신이니까. 그러나 귀신이 내 과거를 맞춘다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내 과거는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여기서 사람들은 착각한다. 내 과거를 잘 맞췄으니 내 미래도 잘 맞출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미래에 일어날 일은 과거를 맞추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무리 용한 점쟁이라도 미래를 맞추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나는 네가 이렇게 저렇게 잘 하면 당선이 될 것이고 만약 이런 것들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으면 당선이 되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내 충고를 흘려들었다. 열 명의 점쟁이가 당선될 것이라는 예언에 자만하며 이미 당선이 된 사람처럼 굴었다. 결과는 낙선이었다. 안타까운 건 아직도 그는 뭐가 잘못됐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 사람도 아니고 무려 열 명의 용한 점쟁이가 당선된다고 했는데 도대체 왜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명리학은 통계학이다. 타로카드처럼 점을 치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명리학은 타고난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음양오행으로 나눠서 그것을 사람의 운명에 적용하며 발달한 학문이다. 그렇다면 명리학의 확률은 얼마나 될까? 10년 넘게 사람의 운명을 감정한 내 경험으로는 60% 정도다. 그것도 많이 봐줘서 그렇다는 것이다.

올해로 23세가 된 루디에게 큰 대운이 왔지만 그녀가 그 대운을 잘 받아서 비상(飛上)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왜?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나쁜 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즉, 수학의 공식처럼 좋은 운을 받지 못하는 것과 같은 원리를 적용하면 나쁜 운(運)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

사주팔자를 보다보면 현재 아주 나쁜 운이 왔는데도 전혀 적용이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야기를 나눠보면 늘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대부분 마음이 밝고 긍정적인 사람들이었고 돈이나 출세보다는 남을 돕는 일에 더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쁜 운은 잘 적용이 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바로 이것이 나쁜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즉, 지금 나쁜 운으로 힘든 사람들은 마음을 밝게 먹고 욕심을 비우고 적선(積善)을 한다면 어느덧 불행은 멀어지고 행복이 올 것이다.

짧은 시간에 남자만 관심 있는 루디를 이해시킨다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대로라면 좋은 운(運)을 헛되이 낭비하고 말 것이다. 그러다 몇 년 뒤 다시 나쁜 운이 올 것이다. 그 시기 몇 년 만 잘 극복하면 루디는 크게 성공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미래는 움직이는 것이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니까.

자기의 팔자를 물어오는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언제 좋은 대운(大運)이 오느냐이다. 언제쯤 큰돈을 벌 수 있는가? 언제쯤 문서가 들어오는가? 그러나 사실 팔자에서 중요한 건 좋은 운(運)이 아니라 나쁜 운(運)이다.

왜? 나쁜 운은 좋은 운으로 통하는 문(門)이기 때문이다. 좋은 운이 오는 건 순전히 내가 나쁜 운을 잘 극복했기 때문이다. 나쁜 운을 잘 극복하지 못한 사람은 미래에 좋은 운이 오더라도 좋아지지 않는다. 나쁜 운이 와서 절망한 사람이 이번 생은 글렀다며 생을 포기해버리면 그대로 게임이 종료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러니까 나쁜 운이 온 사람은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나쁜 운이 오는 것은 반드시 원인이 있다. 보통은 자기에게 고쳐야 되는 원인이 있다. 그래서 남을 원망하거나 탓하지 말고 아주 냉정하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스스로 반성하여 원인을 찾고 그 원인을 고치면 팔자에 나쁜 운이 남았더라도 즉각 좋은 운으로 바뀐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것은 내가 삶에서 여러 번 적용을 해봤기 때문에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

많은 사례가 있었지만 짧게 두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내가 부산은행 학장동에서 지점장을 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70억짜리 모텔이 팔리지 않는다며 나를 찾아왔다. 옆에 똑같은 모텔은 2년 전에 팔렸는데 자기는 60억으로 가격을 내려도 팔리지 않았다. 아내는 중병을 앓고 있고 모텔에 손님은 갈수록 줄고 대출이자는 꼬박꼬박 내야 한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나는 이 사람의 건물을 3개월 만에 팔아 줬다. 그것도 10억이나 올린 가격으로. 원리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간단하다. 간단하지만 결과는 기적과 같다.

비슷하게 영도에서 지점장을 할 때도 30억짜리 공장을 팔지 못해 고생인 사람도 몇 달 만에 팔아줬다. 그 사람이 고쳐야 하는 원인을 지적해 고치게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직 나쁜 운이 끝나지 않았지만 급한 문제는 곧바로 해결되었다. 정말 기적과 같은 체험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었다. 30억짜리 공장을 판 사람은 그 일을 계기로 완전히 사람이 바뀌었는데 70억짜리 모텔을 판 사람은 문제가 해결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원래의 기고만장한 태도로 돌아갔다. 그래서 사실 사주팔자는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현재 그 사람의 행동과 마음 씀씀이가 훨씬 더 중요하다.

루디, 늘 감사를 드리고 기도를 해!

루디에게 나는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이틀 뒤 리시케시를 떠나 네팔에 갈 예정이란다. 네팔에서 히말라야 트레킹도 할 예정인데 가능하면 남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덧붙였다. 초지일관이다.

"오케이 루디” 나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정 그렇다면 이번에 남자친구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이건 비밀인데 특별히 너한테만 가르쳐 주는 거니까. 절대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된다. 루디가 드디어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매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 기도를 해. 남자친구가 생기게 해달라고.

What(뭐야)? 겨우 기도나 하라구?

겨우 기도라니. 기도가 얼마나 위대한데. 그리고 기도하기 전에 먼저 감사를 드려야 해.

Who(누구에게)?

우선, 너의 부모.

What?(뭐야)? 부모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남자친구 싫어? 그럼 안 해도 돼.

Okay(좋아)! 그럼, 부모한테만 하면 돼?

아니지. 최소한 열 명은 해야 돼.

열 명을 어떻게 찾아?

잘 찾아보면 있을 거야. 너한테 잘 해준 사람. 없으면 너한테 못해준 사람한테도 해. 그게 훨씬 효과가 커.

Are you kidding me now? 지금 장난하는 거야?

Do it first. 일단 해보라니까.

루디는 몇 번을 물어보며 꼼꼼하게 메모를 했다. 물론 메모를 한다고 해서 당장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루만 지나면 까맣게 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순간 살면서 고통스러울 때 메모를 찾아볼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조금씩 이해하고 변해갈 것이다.

마하라지가 스무 살 때 만났던 스승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불같이 화를 내며 제자들을 버렸지만 사실은 일부러 떠날 핑계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훌륭한 수련법이라도 몇 달 만에 완성될 수는 없으니까.

마하라지는 스승이 떠난 뒤에도 스승이 가르쳐준 방법대로 꾸준히 노력해 마침내 도를 완성했다. 무려 35년이나 걸렸다. 35년이 길어 보여도 결국 하루하루가 쌓인 것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