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길 잃은 신(神)이다-15/크리야요가 2(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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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길 잃은 신(神)이다-15/크리야요가 2(하)
  • 서창덕
  • 승인 2019.09.20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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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덕
서창덕

고수가 될 확률은 백만분의 일이다

청산선사가 숨겼다는 90%가 바바지가 전수한 크리야요가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어둠속에서 바늘을 찾는 정확한 지도가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었고, 어둠을 밝히는 횃불과 주의사항까지도 완벽하게 설명이 되어 있었다. 당시의 내 기쁨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설명하기는 어떤 단어로도 부족하다. 나는 이대로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보통 국선도를 하는 사람들은 기운이 움직이면 단전에 쌓인 기운이 임독맥을 따라 얌전하게 오르내리는 것으로 생각한다. 또 그렇게 임독맥을 따라 기운이 오르내리다보면 여러 가지 초능력이 생기고 하늘나라에도 올라가고 멀리 있는 것도 보이고 그렇게 대충 수련이 마무리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의 수련은 절대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이때부터 훨씬 어렵고 복잡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정각도 단계까지는 오히려 간단하다. 430개의 동작이라 좀 많아 보이지만 그래도 책에 그려진 그림대로 충실하게 동작을 따라하고 정해진 방법대로 단전호흡을 하면 된다. 그러나 진기단법부터는 동작이 몇 개 되지 않는다. 설명도 간단하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한 동작과 설명을 아무리 긴 세월 따라 해도 성과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책을 수 백 번 읽어봐도 아예 감도 오지 않는다.

사실 이때부터 중요한 건 마음이다.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흔히들 심전선화(心田善化)라고 하는데 이때의 심전선화를 그냥 착한 마음만 가지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앞에 떠오르는 빛과 귀에 들리는 소리의 처리 방법이다.

진기단법부터는 빛이 보이고 소리가 들리게 되는데 이 빛과 소리를 어떻게 키우고 유지하고 이용하는지가 핵심이다. 이것은 눈으로 보이는 빛이 아니고 귀로 들리는 소리가 아니기 때문에 이 단계를 완성한 경험을 가진 스승이 직접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 된다.

많은 고서(古書)를 읽어보아도 정확하게 설명이 되어 있지 않고 빙빙 돌리거나 헷갈리게 해 놨다.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에서 길을 잃는다. 흔히 백만분의 일의 확률이라고 한다. 즉 천 명 중에 한 사람만이 수련을 하고 수련을 하는 천 명 중에 한 사람만이 마지막 단계를 완성한다고 한다. 이 길에 들어선 수련자 중에서도 999명이 실패한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숫자인가. 그래서 털끝만큼만 빗나가도 이루지 못한다고 했던 것이다.

또, 이 단계를 헛되이 보내면 단전의 기운이 소모되며 마르게 되고 한번 마른 우물은 다시 회복되기 어렵다. 그래서 옛 성현들께서 낡은 수레는 구르기 어렵다며 헛되이 때를 놓치지 말라고 경계하신 것이다.

바바지의 크리야요가를 가르치는 자아실현협회(SRF, Self-Realization Fellowship)의 본부는 미국에 있다. 인도에서 만들고 이어져온 수련법이면 당연히 본부가 인도에 있고 각 나라에 지부가 있어야 하는데 특이하게도 이 단체의 본부는 미국의 LA에 있다.

150년 전 바바지께서 공무원이었던 라히리 마하사야에게 전해줄 때부터 크리야요가는 세계무대를 겨냥하고 있었다. 미래에 미국에 본부를 세울 파라마한사 요가난다에게 미리 정규대학교의 교육을 받게 했고 영어도 배우게 했다. 미국이 중심이 된 서양인들에게 고급요가를 가르치려면 무엇보다 단순하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했다.

나는 2012년에 SRF를 방문했다. 1년에 한 번씩 행사가 열리는데 전 세계에서 크리야요가를 수련하는 사람들이 평균 4천 명가량 모인다. 이 협회의 크리야요가를 배우려면 사전에 SRF의 기초레슨을 1년 정도 받아야 한다. 1년 이상 기초를 배우고 나면 미국의 협회에서 전화로 간단한 시험을 친다. 이때 기초를 충실하게 닦았다 싶으면 드디어 위대한 스승 바바지가 전수한 크리야요가를 가르쳐 준다.

그런데 나는 1년의 기초과정에서 1년 뒤에 받을 크리야요가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이 거의 대부분 나타났다. 1년 뒤 크리야요가에 정식 입문하고 난 뒤에 내 수련은 더욱 단단해졌고 세밀해졌다. 그래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내게 레슨에는 언급되지 않은 여러 현상들이 계속 나타났다. 그래서 나는 미국행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미국 SRF본부에 있는 가시가 없는 선인장. 요가난다가 "공격할 필요가 없다"고 하자 선인장 가시가 사라졌다고 한다(사진: 서창덕 제공).
미국 SRF본부에 있는 가시가 없는 선인장. 요가난다가 "공격할 필요가 없다"고 하자 선인장 가시가 사라졌다고 한다(사진: 서창덕 제공).

미국에 가기 전에 나는 엄청난 기대를 했었다. 전 세계에서 크리야요가를 수련하는 수 천 명이 모이는 자리다. 그리고 미국의 본부에는 요가난다로부터 직접 배운 많은 고수들이 있을 것이다. 아마 그들 중 몇 명은 발을 땅에 닿지 않고 허공을 날아다닐 것 같았다.

아, 그러나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내 실망도 어마무지하게 컸다. 나는 늘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세상에 고수(高手)는 아주 귀하다. 정말 너무너무 귀하다. 그러므로 당신이 혹시 고수를 만나면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절대 놓지 말아야 한다.

실망은 했지만, 그래도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어딘가 한 두 사람쯤은 고수가 있을 것이다. 나는 어렵게 구한 통역과 함께 무려 이틀이나 기다려 그곳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고수를 만나 면담을 했다. 이틀을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별의별 무시와 불평등과 자존심 상하는 일들을 많이 겪었다. 그래도 나는 참고 인내했다. 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으면 그까짓 것은 발톱의 때만큼이나 하찮은 것이었다.

드디어 이틀 뒤에 면담을 하게 되었다. 무려 이틀이다. 그냥 호텔에서 편하게 기다린 시간이 아니다. 딱딱한 의자에서 온갖 일들을 겪으며 그렇게 힘들게 얻은 기회였다. 아, 그런데 면담이 성사되기까지 고난이 끝난 게 아니었다.

이번에는 내 질문지를 받아본 통역이 내 질문의 내용이 황당하다며 대한민국 국가의 위신이 실추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통역을 못하겠다고 거부했다. 기다리는 이틀 동안도 엄청 힘들었는데 마지막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난관이 나를 가로막았다.

통역과 내가 한국말로 다투고 있자 면담자(브라마난다)가 통역을 보고 자기는 괜찮으니 그냥 통역을 하라며 설득하고 나서야 해결이 되었다. 면담자는 60대 중반쯤의 나이에 오랜 수련자답게 어떤 상황에도 얼굴에 항상 온화한 평화로움이 떠나지 않았다.

통역이 주저하며 내 질문지를 읽자 그 분(브라마난다)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말없이 내 아래 위를 훑어보더니 내 눈을 깊이 바라봤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I am sorry(미안하다). 나는 당신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그러나 당신이 잘못 가고 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당신이 겪고 있는 현상에 대해 나도 과거에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중에 한 가지는 보고서도 있다. Wait a minute(잠시만 기다려라).

그는 창고 같은 곳으로 들어가 한참을 찾았다. 그러나 그는 안타깝게도 보고서를 찾지 못했다. 그는 계속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틀 동안 나를 기다리게 해서 더 미안하다는 것인지도 몰랐다. 아무튼 나는 괜찮았다. 나는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충분했다. 통역을 해준 사람도 미안해 했다. 여태까지 그런 내용을 질문한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 기분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그리고 왜 미국에서 요가난다에게서 직접 배운 그 많은 제자들 중에서 뛰어난 사람이 드문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나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크리야요가를 수련했던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최고의 테크닉을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수련해도 왜 효과가 없는 것일까. 나는 최근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잠깐 다른 얘기를 해볼까 한다. 상상이 가지 않겠지만 나는 한때 스키 마니아였다. 눈 위에서 타는 스키 말이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인 20대 후반에 스키에 완전히 미쳐 있었다. 하얀 설원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스릴은 그 어떤 스포츠에서도 맛볼 수 없는 재미였다.

그때 내 직장은 서울의 을지로 입구였고 자가용도 없었다. 주 5일제도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스키 시즌이 시작되면 매주 일요일 새벽 서울 종로에 있는 광교 앞에서 출발하는 관광버스를 타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스키장을 찾았다. 그때는 한국에서 나온 스키관련 책이 없어 미국에서 나온 <Sking> 이라는 외국잡지를 사서 읽으며 스키 기술을 연마했다. 그때는 무주리조트가 막 오픈한 시기였고 스키를 즐기는 인구도 별로 없었다.

어느 정도 기초를 익힌 다음에 나는 모든 장비를 선수용으로 바꿨다. 탑 스키어는 장비가 달랐다. 나는 가장 어렵다는 용평스키장 실버 코스에서 그야말로 날아다니는 스키선수들처럼 되고 싶었다.

그런데 장비를 선수용으로 바꾼다고 탑 스키어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선수들이 사용하는 스키 플레이트는 대부분 대회전 활강용이라 사람 키보다 훨씬 길었다. 진짜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중심이동이 빠르기 때문에 플레이트가 길어도 경사진 곳에서 잘 내려 왔지만 나는 막 초보를 면한 몸이라 걸핏하면 숲 속에 처박히거나 눈밭에 자빠졌다. 몇 번 죽을 뻔도 했다. 결국 그 비싼 선수용 플레이트를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버려야 했다.

크리야요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요가의 왕이라고 할 만큼 크리야요가는 해탈에 도달하는 데 효과적이고 매우 빠른 수련법이다. 그러나 기초가 다져지지 않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효과가 반감되거나 심지어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크리야요가 수련자들은 최고의 요가라고 하니 기초과정을 생략하고 크리야요가만 했다. 결국 아까운 시간과 노력만 낭비되고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크리야요가에 필요한 기초를 다지는 데 가장 좋은 수련법은 국선도였다. 이것은 그냥 국선도가 우리 선조들이 만든 것이니까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이것은 내가 여러 가지 다양한 수련을 직접 해본 경험에서 내린 결론이다.

크리야요가의 핵심은 빛과 소리를 키워서 궁극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몸에 병이 있거나 탁기가 쌓여 있으면 빛은 그곳부터 먼저 치료를 하기 때문에 빛이 축적되지 않는다. 그런데 국선도는 모든 동작이 오장육부를 강화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국선도에 비해 하타요가나 아헹가요가 또는 다른 호흡수련의 경우 목표점이 흩어져 있다. 즉, 목표가 많다는 것이다. 반면에 국선도는 정각도 단계인 원기단법까지 철저하게 몸을 강화하는 하나의 목표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국선도가 최적이라는 것이다. 국선도와 크리야요가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궁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둘의 궁합을 활용하는 수련자는 거의 없다. 나는 지난 10여 년 동안 크리야요가를 하면서 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국선도를 해보라고 권유를 했었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실제 국선도를 수련하는 사람은 없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선도 진기단법의 단계에서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크리야요가를 해보라고 권유했지만 내 말을 수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나는 많이 실망했고 왜 그렇게 되지 않는지 여러모로 생각해 보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열정부족이다. 즉,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번 생에 꼭 궁극의 깨달음을 얻고야 말겠다는 각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냥 취미삼아 또는 생업에 도움이 되는 직업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가난다는 백만분의 일이라는 확률이라고 했던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 천 명 중에 한 명이 수련을 하고, 수련을 하는 천 명 중에 한 명만이 깨달음을 얻는다고 한다. 0.1%의 성공확률이다. 나는 늘 낙오된 수련자 999명 안에 포함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나는 매일 겸손하고 매일 솔직한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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