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 운세도 ‘유튜브’로 보는 세상··· 말이 주는 힘으로 청년들은 마음까지 치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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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 운세도 ‘유튜브’로 보는 세상··· 말이 주는 힘으로 청년들은 마음까지 치유받는다
  • 부산시 해운대구 조재민
  • 승인 2020.10.05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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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에 맞춰 여러 주제로 다양한 매력 구비··· 복채는 ‘구독’과 ‘좋아요’
‘전쟁터’ 같은 유튜브 댓글 창 대신 공감과 소통의 장으로··· 유대감 형성까지

나는 지금껏 한 번도 점을 보거나 타로를 본 적이 없다. 평소 미신을 잘 믿는 편이 아닐 뿐더러 미래를 알고자 하면 수명이 줄어든다는 낭설이 마음에 걸려서다. 사람들은 저마다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막막한 미래,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 타로점 집을 찾는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언택트 시대에 맞춰 유튜브로 타로카드, 사주 운세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구독자 41만 명이 넘는 인기 타로 유튜버 타로호랑의 10월 전체 운세 장면(사진: 타로호랑 유튜버 화면 캡처).
구독자 41만 명이 넘는 인기 타로 유튜버 타로호랑의 10월 전체 운세 장면(사진: 타로호랑 유튜버 화면 캡처).

내가 처음 타로를 접한 것도 유튜브였다. 한창 취업 준비 중인 나에게 유튜브 알고리즘은 ‘2020년 총 운세’라는 영상을 추천했다. 심심풀이로 본 타로 영상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타로 마스터인 유튜버는 마치 내 상황을 다 알고 있기라도 한 듯 나에게 필요한 조언을 했다. 그렇게 나는 총 운세를 비롯해 직업 운, 애정 운, 타인이 느끼는 나의 매력 등 여러 주제로 나뉜 타로의 매력에 빠졌다.

개인의 선택이나 생년월일 같이 주어진 정보에 따라 달라지는 운세를 영상에서 어떻게 설명할까? 영상은 시청자들이 타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너럴 리딩(타로 마스터가 시청자를 대신해 카드를 선택, 해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시청자는 그저 마음에 드는 카드를 고르기만 하면 타로 채널 유튜버가 내 운세를 해석한 뒤 읽어준다.

유튜브 점집 콘텐츠는 무료다. 그렇다고 복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유튜버에게 구독자 및 조회수가 수입원이듯, 타로 유튜버들 또한 복채로 시청자들에게 ‘구독’과 ‘좋아요’를 부탁한다.

타로 콘텐츠 영상의 댓글에는 “최근 좋은 일이 있었는데 딱 맞아서 놀랐다. 많은 분이 제 기를 받아 갔으면 좋겠다” 등 서로를 응원하는 훈훈한 분위기가 넘친다. 구독자들은 일종의 일기장처럼 자신의 바람과 소망을 댓글에 적는다. 나는 ‘전쟁터’라고 불릴 정도로 네티즌의 싸움이 잦은 유튜브 댓글 창에서 이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 어색했다. 힘든 시기에 조금이나마 마음의 안정과 휴식을 찾으러 모여든 사람들이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아 유대감이 느껴졌다.

최근에 본 타로점 영상에서 나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마라. 당신은 있는 그 자체로 소중한 사람”이라는 조언을 받았다. 사실 이 말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힘이 될 문장이다. 나는 어떤 일이 타로 뜻대로 잘 풀리지 않더라도, 점괘의 정확도와는 무관하게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말이 주는 힘, 생각하면 생각한 대로 이뤄지는 힘에 대해 긍정적인 기운을 받았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과도하게 얽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비대면일수록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유튜브 트렌드 매니저 케빈 알로카는 책 <유튜브 컬처>에서 “외계인이 지구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면 구글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면 유튜브를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유튜브에서 ‘타로’라는 콘텐츠는 영상 공유 사이트라는 개념을 넘어 심리적 안정, 불특정 다수와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 손 안에 휴대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타로를 볼 수 있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친구 사귀는 게 어려워진 10대, 날이 갈수록 얼어붙는 높은 취업의 문턱과 좁은 고용시장 등으로 힘든 2·30대까지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유튜브 타로로 심리적 위안을 얻는 건 어떨까? 좋은 말은 새겨듣고, 나쁜 말은 되도록 흘려들으면서 기분전환을 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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