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단의 아이돌 최백규 시인, "윤동주 뛰어 넘는 시인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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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단의 아이돌 최백규 시인, "윤동주 뛰어 넘는 시인 되고파"
  • 취재기자 황지환
  • 승인 2023.05.22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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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8년째...시선집 ‘이 여름이 우리의 첫사랑이니까’ 출간
알라딘 선정, 2022 올해의 시인..."시밖에 모르는 남자"
대구가 고향, 창작동인 '뿔'에서 활동... 독학으로 시 공부

올해로 등단 8년째를 맞은 젊은 시인 최백규가 시선집 ‘이 여름이 우리의 첫사랑이니까’(앤드, 2023)를 내놓았다. 지난해 첫 시집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창비, 2022) 이후 1년 만의 신간이다. 이번 시선집에는 대한민국 대표 시인들의 시중 여름이라는 테마에 맞춰 40편의 시를 엄선해 편집하고 최 시인의 평을 덧붙였다. 여기에 최 시인의 신작 시 ‘여름은 사랑’도 수록했다. 이번 시집 테마가 여름인 만큼 다가올 휴가철 캐리어에 넣어 홀연히 떠나기에 안성맞춤이다.

 

최 시인의 작품을 접한 것은 작년 이맘때였다. 그의 첫 시집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를 읽은 후 여운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시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근접한 시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이 없는 예술이 존재할 수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최 시인은 시에 미친 사람이었다. “문단 내에서도 시밖에 모르는 남자”로 소문난 시인이다.

최 시인은 창작 동인 ‘뿔’에 속해 있다. 창작 동인 뿔은 문단 내 처음 결성된 90년대생 모임으로 최백규, 양안다, 최지인 시인이 결성했다. 이번 시선집은 창작 동인 뿔의 시인들이 각 계절별 테마로 기획했다. 여름을 시작으로 계절별 테마에 맞춰 올가을에는 최지인 시인이 가을을 테마로, 겨울에는 양안다 시인이 겨울을 테마로 시선집을 출간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 봄에는 창작 동인 ‘뿔’의 이름으로 봄 테마 시집이 출간 예정이다.

최백규 시인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황지환).
최백규 시인(사진: 취재기자 황지환).

최 시인은 시인 윤동주를 두고 “시인이라는 개념을 정의하고 떠난 분”이라고 했다. 최 시인은 “요즘 시인들은 윤동주가 만들어 놓은 이미지와 싸워야 하는 것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는 말을 했다. 그는 이어 “윤동주 시인을 넘어서고 싶다”면서“ 최백규라는 이름이 한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이 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을 것이다”고 했다.

최 시인은 전화 인터뷰를 원했다. 사진 찍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는 이유였다.

-먼저 축하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선정 ‘2022 올해의 시인’으로 선정됐다. 감회가 남다를 듯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순위를 체크했던 게 2위까지 올라갔다는 얘기를 접하고서였다. 너무 놀라 스마트 폰 화면을 캡처해 놨었다. 2위까지 올라간 것만도 하늘이 도운 게 아닐까 싶었다. 너무나 영광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계 직전 순위가 바뀌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해 아직 믿기지 않는다. 더군다나 소설 부문은 김훈 작가님이 받으셨다. 첫 시집을 내고서 이렇게 유명한 분과 함께 선정된 것이 너무나 영광스럽다.

-창작 동인 ‘뿔’의 형성 계기는?

▲등단 후 문단 모임에 참석하면 대부분 나이 지긋한 선생님들이 많으셨다. 나이가 비슷한 당시 막내였던 세 사람끼리 시 합평회를 하려 만들었다. 이후 함께 여행도 가고 술도 마시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처음부터 동인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걸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매주 만나는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내기 보다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보면 어떨까 싶어 창작 동인 ‘뿔’을 결성했다.

-시인이 된 계기는?

▲학창 시절 꿈은 가수였다. 음악을 간절히 원했다. 대학은 실용음악과에 진학하려고 했다. 고3 때 성대 결절로 입시에 실패 후 잠깐 방황하다 군대에 갔다. 전역 후 음악 공부를 다시 하고 싶어 준비하려는데 병원에서 아버지의 삶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음악을 공부하는 것은 사치였다. 실용음악을 준비하며 곡을 많이 썼다. 곡을 쓰며 자연스레 시집을 접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시인으로 등단할 수 있다면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어 그날부터 시 공부에 매진했다.

최백규 시인의 신작 '이 여름이 우리의 첫 사랑이니까' 표지 사진이다(사진: 최백규 씨 제공).
최백규 시인의 신작 '이 여름이 우리의 첫 사랑이니까' 표지 사진이다(사진: 최백규 씨 제공).

 

-독학을 한 건가?

▲맞다. 시가 뭔지 문학이 뭔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시 고향 대구에서 유명했던 장하빈, 김동원 시인을 찾아갔다. 무릎 꿇고 제자로 받아달라고 부탁드렸다. 삼고초려 끝에 시에 대한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

거짓말이 아니라 하루 두 시간씩 자며 시를 썼다. 책 살 돈이 없어 서점에 서서 신간 시집과 시작법서 등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이후 기적처럼 6개월 만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아버지는 등단 후 약 1년을 더 살다가 돌아가셨다. 등단 후 대구 지역 방송에 나오는 모습을 보며 너무나 기뻐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대구에 유독 유명 시인이 많다. 정호승, 안도현, 이성복 시인 등이 대구 출신 아닌가?

▲그렇다. 대구는 투박하다. 하지만 그 투박함 속에 정겨움이 묻어나는 곳이다. 기형도 시인이 산문집에서 “대구에는 시인들만 우글거리는 신비한 도시”라고 평했던 구절이 기억에 있다.

-작년에 출간한 첫 시집 반응이 엄청났다. 현재 판매 부수가 어떻게 되나?

▲정확한 부수는 모르지만 1만 부를 넘겼다. 이 정도로 사랑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독자들께 감사하다.

-대부분 시인하면 입에 풀칠하기 어려운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어떤가?

▲주변에서도 그런 말을 자주 듣는다(웃음). 그런데 생각보다 궁핍하게 살지는 않는다. 시인이 시만 쓰고 살지는 않기 때문이다. 강연, 강의, 시외의 여러 장르의 글을 쓰기도 하기 때문이다.

-요즘 시가 과거에 비해 너무 어려워 시인들만의 산물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다. 시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요즘은 내가 읽어도 '이건 정말 아무렇게나 썼구나' 싶은 시들이 많다. 그런 시인들을 밀어주는 세력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시인들이 발표와 출판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 트렌드를 따라가고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지금보다 점점 더 많이 떠날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게 되면 악순환이 될 수밖에 없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예술성을 잃지 않는 작가가 되는 것.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어떤 시인이 되길 원하나?

▲현대인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여유가 줄어들면서 시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이 점차 외면받는 추세인 것 같다. 그럴수록 예술계도 자연스럽게 각각 리그화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때 일수록 예술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시라는 예술도 그랬기에 지금껏 존재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번 시선집을 엮으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도 '어렵게 만들지 말자'였다. 누가 읽어도 와닿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주력했다.

최백규 시인의 친필 사인(사진: 취재기자 황지환).
최백규 시인의 사인(사진: 취재기자 황지환).

-향후 계획은?

▲시선집 출간 이후 강연 일정이 있다. 그리고 지금 집필 중인 책이 4권 있다. 집필과 교정에 몰두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어린이 책 출간 계획이 있다. 지금까지 시인 최백규의 모습과 다른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백규 시인은 머릿속 깊이 박힌 시인이라는 이미지를 깨부순 사람이었다. 주변에 요즘 시집들이 난해하다는 의견이 많다. 어떤 이는 요즘 출간되는 시집을 두고 “학창 시절 씨름하던 수학 문제집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만큼 난해하다는 뜻이다. 시인하면 예민하고 어두운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최 시인은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청년 중 한 사람이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는 진정으로 문학에 대한 애정을 가진 시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시를 쓰는 일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이어 그가 글을 쓰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독자이고 대중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집 밖을 잘 나가지 않는다는 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시어 하나 하나를 고심하며 밤잠을 설치고 있을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그가 쓴 시들은 조합이 아닌 감동의 산물로서 가슴 속에 오래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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