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파 미스터리의 대부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 최근작 ‘희망의 끈’으로 역대급 반전과 치밀한 인간 내면 심리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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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파 미스터리의 대부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 최근작 ‘희망의 끈’으로 역대급 반전과 치밀한 인간 내면 심리 선보여
  • 취재기자 황지환
  • 승인 2023.04.2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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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피해 다뤄 현실감 높인 전개
반전의 반전 거듭하며 완벽에 가까운 사회파 추리소설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또 한 번 질문을 던지게 하는 작가

국내에서 ‘용의자 X의 헌신’(2005),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2012) 등으로 두꺼운 팬층을 구축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걸작 리스트에 또 한편의 사람 냄새나는 미스터리가 더해졌다. 작년 11월 국내에 출간한 ‘희망의 끈’(재인, 2022)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장편소설 '희망의 끈'은 평범했던 시노미 유키노부가 2011년 일본을 뒤흔든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전개된다. 단언컨대 이 책의 마지막 부분까지 다 읽은 후에 독자들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단순 추리 소설작가가 아님을 깨달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소설 '희망의 끈'은 장르 소설에서 늘 아쉬움이 남는 허술한 묘사와 모호한 인과관계에 머물지 않는다. 즉, 장면묘사와 치밀한 인간 내면의 심리묘사를 통해 순수 문학 작품에 비해 전혀 빠지지 않는 문학성까지 겸비한 작품이다.

'희망의 끈'은 두 가족 간의 운명이 자연재해와 우연한 실수로 인해 송두리째 뒤바뀐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사람의 운명이 스스로 개척할 수 없는 것임을 강조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혈연관계가 이 작품의 핵심이다. 작품 제목인 '희망의 끈'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제목 '희망의 끈'은 절박하고 처절한 현실 속에서도 결국 시련과 고통에 맞서 정면 돌파하는 등장인물들에 있어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희망의 끈'의 주인공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중 ‘신참자’(2009)와 ‘기린의 날개’(2011) 등에 등장했던 경시청의 젊은 엘리트 형사 마쓰미야다. 이와 관련해 일본에서 시리즈 총판매 부수 1200만 부를 기록한 ‘가가 형사 시리즈’의 번외편이라는 평가가 출간 즉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이후 '희망의 끈'은 “그의 새로운 시리즈 서막을 알리는 작품”이라는 평가가 추리소설 마니아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기 시작했다.

희망의 끈 표지 사진이다(사진: 교보문고 캡처).
희망의 끈 표지 사진이다(사진: 교보문고 캡처).

 

소설 '희망의 끈'의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는 소설 ‘방과후’(1985)로 데뷔했다. 이후 소설 '방과후'가 제31회 애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며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에 화려한 신인의 탄생을 알렸다. 그는 소설가로 등단하기 전 오사카부립대학 졸업 후 자동차 부품 회사 ‘덴소’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그는 학창 시절 책 읽기를 극도로 싫어해 소설은커녕 만화책도 거의 읽지 않았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의 학창 시절 국어 성적은 바닥이었다. 오죽했으면 히가시노 게이고가 중학교 때 담임교사가 그의 어머니에게 전화로 “만화라도 읽히며 책 읽는 습관을 갖는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을까.

자동차 엔지니어 출신 히가시노 게이고는 소설가 대부분이 국어국문학, 문예창작학을 전공한 대한민국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이력이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문학과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삶 속에서 이 사회의 핵심을 꿰뚫는 명작을 쏟아내고 있다. 다작(多作)으로도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를 두고 “그가 사실은 한 명이 아니라 10명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는 매년 소설을 발표해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작을 출간할 때마다 자신의 이전 출간작들과 경쟁하듯 탈피하며 치열해지는 그의 필력은 미스터리 마니아들을 넘어 일반 대중에도 널리 알려져 전 세계 미스터리 소설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이렇게 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작가가 전 세계에 또 있을까. 거듭제곱처럼 늘어나는 독자들의 기대는 결코 헛된 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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