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유치원 식중독 사태까지 보육시설 사건 줄줄이 발생..."키울 걱정 막연한데 누가 애 낳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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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유치원 식중독 사태까지 보육시설 사건 줄줄이 발생..."키울 걱정 막연한데 누가 애 낳겠나?"
  • 울산시 중구 성민주
  • 승인 2020.06.28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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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청주 등 보육시설서 식중독, 폭행 사건 줄줄이 발생
애 키울 걱정에 출산 환경은 악화일로
세계 최초 합계출산율 1명 미만...넘어설 방책 막연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보육 시설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보육 시설 관리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아이를 맡겼던 학부모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셈이라며 분통하고 있다.

지난 27일, 경기도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집단 식중독 사태가 시작된 지 보름 만에 관련 증상을 보인 사람이 100명을 넘어섰다. 202명의 검사 대상자 중에 111명이 장 출혈성 대장균 유증상자로 확인됐다. 학부모들은 유치원이 안일하게 대응해서 사태가 커졌다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언론들은 장염의 합병증으로 알려진 용혈성요독증후군인 이른바 ‘햄버거병’ 증상을 보인 아이 15명 중 4명은 투석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보육시설 어린이들이 집단 식중독에 걸린 상태에서 일명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요혈성요독증후군 증세까지 보인 어린이도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보육시설 어린이들이 집단 식중독에 걸린 상태에서 일명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요혈성요독증후군 증세까지 보인 어린이도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또한, 한 커뮤니티에는 해당 유치원생의 투병 사진을 담은 학부모의 글이 올라오거나 의심환자가 나온 뒤에도 등원을 계속한 유치원의 대응을 비판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나는 이 사건을 보면서 청주의 한 어린이집 급식 상태 논란을 떠올렸다. 이 어린이집에서는 원아들에게 간식으로 호박죽을 제공한다고 공지했지만 실제로는 흰죽을 먹였고, 아울러 부패한 과일 등을 보관한 사실도 확인되면서, 학부모들이 분노했다. 이에 청주시는 작년 11월 시정명령을 내렸다. 아이들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린이집에서 무엇을 주든 부모 입장에서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보육책임자가 어린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근본적으로 틀려 먹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보육 시설의 허술한 급식, 위생상태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일 잠을 자지 않는 등의 이유로 한 살배기 영유아들을 마구 때려 피멍까지 들게 한 어린이집 교사 등이 검찰에 송치된 사건도 발생했다. 이들의 아동학대 장면은 어린이집 내 CCTV 영상에 고스란히 찍혔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영상을 보면, 확인한 방범 카메라 영상에는 해당 어린이집 교사가 이불에 싸여 엎드려 있는 유아의 등과 엉덩이를 번갈아 가며 수십 차례 강하게 때리는 장면과 목덜미를 잡고 내려치는 모습이 담겼다. 

보육 시설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은 코로나19 스트레스 핑계로 3세 원아를 때린 원장, 수원 한 어린이집 학대 사건, 전남 한 어린이집에서 5세 아이 멱살 잡고 발등 밟은 보육교사 사건 등 올해 일어난 횟수만을 세어봐도 손가락 열 개로는 부족하다. 이처럼 보육 시설의 문제점이 계속해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는 보육 시설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고, 더 나아가 저출산의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6월 9일 올해 태어나는 신생아 수는 27만 명, 합계출산율은 0.8명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사람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처음 1명대 밑으로 떨어진 후 지난해 0.92(잠정치)명을 보이며 가파른 하락세에 있다. 통계청 인구동향과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도시국가에서 전쟁 등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 때를 빼곤 0명대로 떨어진 것은 국가로서는 (한국이) 세계 최초”라고 전했다. 이처럼 경제적 요인과 가치관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저출산을 고착화하고 있다.

보육 시설의 관리가 이토록 허점을 드러내면 한국의 저출산 문제 역시 해결되기는 어렵다. 늘어나는 맞벌이 부부에 양육을 대신해 주는 기관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보육 시설들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해주지 못하면 저출산 문제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보육 시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과 처벌만을 추진하는 것은 무식한 행위다. 보육교사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도 고려해 잘 대우해 줘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중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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