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육아'로 지쳐있는 할머니·할아버지 위한 수업 '좋은 조부모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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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육아'로 지쳐있는 할머니·할아버지 위한 수업 '좋은 조부모 교실'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9.04.0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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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남구청 대강당서...남구청 "반응 좋으면 후속 수업 개최" / 신예진 기자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바쁜 젊은 부부 대신 ‘황혼 육아’를 자처한 할머니·할아버지가 증가하는 추세다. 할머니의 손을 잡고 등원하고, 할아버지의 차를 타고 방과 후 교실로 향하는 아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조부모의 육아전쟁은 보육시설이나 도우미 아줌마 등 남의 손에 손주를 맡기는 것보다 힘들어도 ‘내가 직접’ 손주들을 돌보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랐다.

그러나 육아에 조부모가 참여하면서 이에 따른 갈등도 만만치 않다. 육아 방법을 두고 고부·모녀간의 의견차이가 벌어진다. 전통적인 방법과 경험을 바탕으로 육아를 하는 조부모 세대와, 끈끈한 네트워크에서 얻은 최신 육아 정보를 들이미는 젊은 세대의 마찰은 예견됐을지도 모른다. 이같은 갈등을 줄이고 함께 키우는 육아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나섰다.

2일 오전 부산 남구청에서는 ‘좋은 조부모 교실’ 첫 수업이 진행됐다. 이날 주제는 ‘딸·며느리와 육아 마찰 줄이기.’ 더 나은 가정환경을 만들려는 조부모 및 예비 조부모 50명은 이날 펜을 쥐고 다소 긴장되는 듯한 얼굴로 책상에 앉았다. 이날 강의는 손지수 아노아우리아이행복연구소 대표가 맡았다.

2일 오전 10시 부산 남구청 대회의실에서 '좋은 조부모 교실'이 열린 가운데 손지수 아노아우리아이행복연구소 대표가 강의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신예진).

수업은 옆자리 참석자와 손을 잡고 덕담을 나누며 시작됐다. 어색함 깨기, 일명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이다. 손 대표의 주문에 따라 참석자들은 다소 어색해하며 옆 자리 사람과 온기를 나눴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어머나 동안이시네요~” 예상치 못한 멘트인 듯 참석자들은 소리 내 웃으며 딱딱한 분위기를 내쫓았다.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고, 손 대표는 나와 타인의 ‘다름’에 대해 강조했다. 손 대표는 “어머니, 며느리, 딸, 손주. 세대 차이는 약 30년이에요.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갈등은 사라질 수 없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를 알고 남을 아는 ‘성격유형검사’, 갈등을 줄이는 ‘연령별·상황별 대화 기술’, 손주 연령별 ‘훈육법’ 등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손을 들거나, 미리 준비한 공책에 쉼 없이 필기하는 등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2일 오전 10시 부산 남구청 대회의실에서 '좋은 조부모교실'이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손을 잡고 미소를 짓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신예진).

19개월 손녀를 가끔 돌보는 유윤자(60, 부산시 남구) 씨는 “주위에서 나보고 젊은 사람들 마음을 잘 안다고 ‘신세대’라고 한다. 그런데 육아에 대한 가치관은 젊은 사람들과 아주 많은 차이가 있더라. 우리 세대는 몇 명씩 업고, 안고 키웠는데 지금은 하나 가지고 쩔쩔맨다. 옆에서 엄마와 시어머니가 잘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 씨는 수업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급하게 손녀를 보러 나갔다.

이날 수업을 이끈 손 대표는 “어르신들의 집중력이 돋보이는 수업이었다. 특히 연령별 훈육법에 관심을 보이셨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여러 명이 손주 육아에 관련해 질문하시더라. 다음 주에는 상호작용 놀이법 등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습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수업 소감을 전했다.

한편 남구청의 ‘좋은 조부모 교실’은 2일과 오는 9일 총 2회 수업으로 구성됐다. 오는 9일에는 ‘손주와 공감하기’라는 주제로 열린다. 남구청 관계자는 “참가자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반응이 좋으면 하반기에 다른 주제로 조부모 교실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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