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제정 촉발 가해자 5년 구형... 시민들 반응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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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제정 촉발 가해자 5년 구형... 시민들 반응 엇갈려
  • 취재기자 이예진
  • 승인 2020.04.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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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측, "어린이들은 어떤 위험에서도 보호받아야"
반대 측, "제한속도 30km 넘지 않아 과도한 처벌"
운전자들, “학교앞 어린이보호구역 가기 꺼려진다”
“학교 앞 불법주정차 강력 단속해 시야 확보해야”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어린이를 숨지게 해 일명 ‘민식이법’ 제정을 촉발한 40대 남성 A 씨에게 검찰이 금고 5년을 구형했다. '민식이법'을 촉발한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한 구형 공판 소식이 전해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관련 법에 대한 갑론을박이 거세지고 있다.

16일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2단독 최재원 판사 심리로 열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A(44) 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 씨에게 금고 5년을 구형했다.

금고형은 자유를 박탈하는 자유형의 일종으로 수형자를 교도소에 구금하지만 노역은 강제하지 않아 징역형과 구별된다.

검찰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아이가 보호 받지 못하고 사망했으며 유족들이 큰 상처를 입었다"며 A 씨에 대한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A 씨 측 변호인은 "운전자가 횡단 보도 앞에 승용차가 정차돼 있어 아이가 나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당시 운행속도가 시속 23.6㎞로 추정되며 학교 앞 30㎞ 이하 제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지난해 9월 11일 오후 6시께 충남 아산의 한 중학교 정문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김민식(9) 군을 치어 숨지게 하고 김 군의 동생에게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김민식 군 교통사고에 대한 법원의 결심공판 구형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 사이에서 또 다시 '민식이법'에 대한 찬반 의견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민식이법' 찬성론자들은 "어린이들은 어떤 위험으로부터도 보호받아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일반 도로에서도 성인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는 움직임만 보여도 일단 정지를 하는데 어린이들이 마구 뛰어다니는 학교 앞에서는 당연한 것 아니냐"며 옹호했다.

이에 반해 반대론자들은 "너무 과도한 처벌이다", "제한속도도 지켰는데 안타깝다", "무서워서 어린이 보호구역에도 가지 못하겠다" 등의 여러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민식이법'이 시행된지 하루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차량들이 운행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민식이법'이 시행된지 하루가 지난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차량들이 운행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20년 이상의 운전경험이 있는 직장인 B 씨는 요즘은 어린이보호구역에 가는 것을 꺼리게 된다고 밝혔다. B 씨는 괜히 어린이 보호구역에 갔다가 혹시라도 사고가 일어날까  봐 걱정된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B 씨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가 일어난다면 민식이법에 따라 가중처벌을 받는데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날까봐 두렵다”며 “아이들을 지키자는 좋은 취지로 만든 법이 사람들을 어린이보호구역 근처에 가지도 못하게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동아일보 관련 기사에 댓글을 쓴 한 네티즌은 “아이가 사망한 사실은 정말 안타깝지만 A 씨의 당시 차량속도는 23.6km로 학교 앞 제한속도인 30km를 넘지 않은 상태였다”며 “갑작스럽게 나온 아이를 어떻게 피하냐”는 의견을 달았다.

또 다른 네티즌도 “법은 엄격해야 하지만 민식 군의 사고 영상을 봤다면 운전자 입장에서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신호등도 아니고 차 사이에서 뛰어나오는 상황에서는 대처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된 차량에 대한 조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생 C 씨는 “A 씨가 사고현장을 지나갈 때 스쿨존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이 있어 어린이가 나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그렇기에 이런 불법 주정차된 차량에 대한 처벌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C 씨는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운전자만이 금고형을 받게 되는 것은 조금 과도한 형벌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을 위한 법은 과도하게 적용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같은 기사의 한 네티즌도 “아이들을 위한 법은 분명 과하게 적용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단순하게 사고차량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유발한 불법 주정차된 차량도 과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불법 주정차된 차량에 대한 처벌 강화를 주장했다.

'민식이법'이 시행된지 하루가 지난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차량들이 규정 속도(시속 30km)를 초과한 채 운행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민식이법'이 시행된지 하루가 지난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차량들이 규정 속도(시속 30km)를 초과한 채 운행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민식이법'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중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9세 김민식 군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이 법은 2020년 3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법안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을 담고 있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2건으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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