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정화구역 내 유흥업소 많다...교육부는 2022년까지 자진 이전, 폐지 유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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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정화구역 내 유흥업소 많다...교육부는 2022년까지 자진 이전, 폐지 유도 계획
  • 취재기자 김아란
  • 승인 2021.06.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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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사하구 일부 학교정화구역 내 유흥업소 다수 영업중
지나다니는 청소년들 눈살 찌푸리기 일쑤

여성이 비키니만 입은 채 민망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입간판이 도로에 세워져 있다. 그 옆에는 “미인 항시 대기, 화끈하게 모십니다”라는 문구가 화려한 네온사인 간판에 걸려 반짝인다. 이 골목을 빠져나와 대로변을 건너 나타나는 것은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옐로카펫과 한 초등학교다.

부산시 사하구 하단동에 위치한 초등학교 인근에는 수많은 유해업소가 포진돼 있다. 노래연습장, 당구장부터 시작해 성인 용품점, 마사지 업소, 단란주점 등이 한 골목을 가득 채운다.

학교환경정화구역 내에는 많은 유해업소가 난립하고 있어서 주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시 사하구 일대(사진: 취재기자 김아란).
학교환경정화구역 내에는 많은 유해업소가 난립하고 있어서 주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시 사하구 일대(사진: 취재기자 김아란).

학교 근처 200m 내에는 유해업소의 설치가 금지된다.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전국 모든 초·중·고등학교 주변에는 학교보건법이 지정하는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이하 정화구역)’이 존재한다. 이 법령은 학생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사하구 하단동의 한 초등학교 주위 200m 내에는 유해업소가 약 120곳 정도 몰려있다. 정화구역을 조금 벗어난 곳에는 더 많은 업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유치원 교사 이수희(46) 씨는 “아이들의 정서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된다”며 “어른들도 보기 민망한 간판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고 말했다.

사하구 유흥가 근처에 위치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 모(17, 부산시 사하구) 군은 어쩔 수 없이 유해업소가 포진된 골목을 지나온다.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밤 9시가 넘어 하교하면, 술에 취한 사람들과 담배를 피우기 위해 모여 있는 성인들 무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김 군은 “불편하지만 빨리 집에 가려면 이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나 유해업소가 모인 이 골목은 근처 대학로와 이어져 일반 음식점보다 술집이 더 많이 보인다.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술집에 가는 것을 즐기는 대학생 김유진(21) 씨는 “술을 마시다 나오면 이제 막 학원을 마친 중학생들이 집에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끔 민망한 기분이 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정화구역 내 불법시설의 자진 이전이나 폐쇄를 유도해 2022년까지 정화구역 내 모든 불법시설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초등학생 시절을 하단동에서 보낸 박소영(21) 씨는 “초등학생들의 행동반경이 200m 내로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200m 밖이라 해도 등·하굣길에 아이들이 충분히 유흥업소를 볼 수 있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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