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카자흐스탄보다 더 안전해요"...대구에서 코로나 이긴 이방인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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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 카자흐스탄보다 더 안전해요"...대구에서 코로나 이긴 이방인들 이야기
  • 취재기자 카밀라
  • 승인 2020.04.1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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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비상사태 때는 무서웠으나, 이제는 대구 생활에 적응"
국내 카자흐스탄 학생 약 850명... "아르바이트 못해 생활비 걱정"

유럽과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십 만명으로 폭증하자, 의료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하고, 늘어나는 환자들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때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그곳에 사는 외국인들이다. 자국민도 제대로 진단받고 치료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인은 소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의 한국 유학생들이 불안한 마음에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는 것처럼, 코로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한 대구에서 보내고 있는 카자흐스탄 유학생들이 있다.

4월 9일 며칠째 대구 지역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면서, 대구 거리가 약간씩 활기를 찾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사람마다 조심스러워하고 거리가 붐비지는 않는다.

투수포바 샤히자(25) 씨는 대구대학교에 다니는 카자흐스탄 유학생이다. 대구대학교도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고 등교는 금지되어 있다. 약국 앞에서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 줄이 많이 줄어 들었고, 레스토랑, 상점 등이 하나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샤히자 씨는 “대구가 코로나로 비상사태가 선포된 이후 대구시 거리의 사람수는 크게 줄었다. 한국 사람들은 정부의 지시를 잘 따르고 있고 안전 예방 수칙을 잘 준수하는 것 같다. 모든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고, 자주 손을 소독한다. 나는 약간 두려움을 느꼈지만 밖에 나가지 않고 항상 방에 앉아 있었다. 그래서 안전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사려면 여권을 지참해야 한다. 마켓에서 파는 사적 마스크는 3000-4000원을 하지만, 약국에서 파는 공적 마스크는 1500원이다. 간혹 볼일을 보러 공공 기관, 역, 공항, 대학 식당을 가면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사히자 씨는 “대학교, 상점, 역, 버스, 엘리베이터 등 모든 곳에 손 소독제가 놓여 있다. 그래서 수시로 손을 소독한다. 특히 대구시가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을 알려주는 사이트가 있어서, 외출할 때는 그런 지역을 확인하고 위험한 지역은 피해 다닌다”고 말했다.

대구의 다른 카자흐스탄 유학생 굴리야(25) 씨는 “학교에서 집에만 머물러 있으라고 당부한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린 다음에 이를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잘 그렸다고 해서 기뻤다. 그렇게 겨우겨우 코로나 사태를 이겨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자흐스탄 유학생 아미르(22) 씨는 “나는 집에서 잘 노는 편이라 처음 1주일 동안 괜찮았고 지낼 만했다. 그런데 이게 한 달이 넘어 가니까 정말 시간이 안 가고 하루하루 지내기가 답답하고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보통 외국인 학생들은 알바하면서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한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업소가 다 폐쇄되는 바람에 많은 외국 유학생들이 알바 자리를 잃었다. 한 카자흐스탄 유학생은 “나는 거의 2년 동안 알바를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알바를 못하니까 생활비가 빠듯하다. 그래서 요새는 카자흐스탄 집에 갈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는 약 850명의 카자흐스탄 인이 학생 비자로 공부하고 있다. 이 중 약 250명은 서울 지역에 있고, 나머지는 전국 각 대학으로 흩어져 있다. 대구 지역의 많은 카자흐스탄 학생들은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방학 이후 휴학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현재 대구 지역에는 70명 정도의 카자흐스탄 유학생들이 머물고 있다. 샤히자 씨는 “카자흐스탄에 가고 싶었지만, 이제는 카자흐스탄보다도 한국이 더 안전해졌다. 대구도 확진자가 많이 줄었고 어느 날은 확진자가 안 생긴 날도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남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요새 카자흐스탄 사람이 외국에서 본국에 입국하면 2주간 격리가 된다고 한다. 그 사이 학교가 등교를 시작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카자흐스탄 학생들은 이제는 안전한 대구에서 머물기를 원한다고 한다. 카자흐스탄 유학생 마디나(23) 씨는 “처음 대구에서 확진자가 엄청나게 발생할 때는 정말 카자흐스탄으로 가고 싶었다. 부모님들이 너무 걱정을 많이 해서 날마다 전화했다. 그러나 이제는 대구가 안전하다.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뎠다. 이제는 카자흐스탄에서도 코로나가 터져서 귀국하기도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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