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던 한국 맞나?" 외국인 유학생, 친한파로 왔다가 혐한파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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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한국 맞나?" 외국인 유학생, 친한파로 왔다가 혐한파로 돌아간다
  • 취재기자 안나영
  • 승인 2019.12.1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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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경성대에 재학 중인 중국 유학생 이 씨(23)는 어렸을 적부터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며 한국과 한국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녀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한국으로의 유학을 결정했고 2016년에 한국으로 오게 됐다.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정 많고 친근한 모습들을 보며 한국 친구들과도 늘 소통하고 웃으며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현실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이 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자신에게 먼저 다가오는 한국 학생들이 없어 외로웠다. 그래도 얼마 안 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친해지자며 다가와 준 한국 친구가 생겨 고마웠다. 그 친구와 함께 한국의 다양한 것들을 즐기고, 친해지면서 이 씨는 국적이 달라도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씨와 친하게 지내던 친구는 어느 순간부터 연락을 끊고 학교에서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일부러 이 씨에게 다가온 것이었다. 이 씨는 그 친구와 만나는 동안 매일같이 중국어를 가르쳐줬지만 중국어를 배우고 난 뒤 바로 자신의 곁을 떠날 줄은 몰랐다. 이 씨는“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했고, 진심으로 다가와 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몹시 서운했다. 이제 한국 학생들이 먼저 친해지자고 다가오면 목적이 있어 그러는 것 같아 조심스러워진다”며 씁쓸한 마음을 전했다.

교육통계서비스(KESS)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은 2014년까지 8만 명대를 유지하다가 2015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9년 현재 외국인 유학생은 15만 명을 넘어섰다. 10년 전에 비하면 그 수가 두 배로 증가했다. 하지만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의 중도 탈락자 비율, 즉 중도에 학업을 그만둔 사람의 비율도 7%를 넘을 정도로 매년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연돈별 국내 외국인 유학생 현황(사진: 교육부 제공).
연도별 국내 외국인 유학생 현황(사진: 교육부 제공).
외국인 유학생 중도탈락 현황(사진: 대학알리미 제공).
외국인 유학생 중도탈락 현황(사진: 대학알리미 제공).

‘한류’열풍과 대학들의 적극적인 유학생 유입으로 인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K 팝 등으로 한국으로의 유학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유학생들은 중국인 이흔우 씨와 같이 한국에 좋은 감정을 갖고 왔지만 한국인들의 태도가 싫어져 도리어 나쁜 감정을 가지게 되거나, 한국인들과의 교우관계로 인해 공부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법무부에 의하면, 중도탈락의 첫 번째 이유로 정부와 대학의 관리 소홀을 꼽고 있었다. 그런데 꼭 학교 측의 관리 소홀 문제만은 아니었다.

부경대학교 국제교류부 박원주 팀장은 대학이 전담팀을 두고 외국인 유학생을 관리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박 팀장은“자퇴를 생각하는 유학생들과 상담을 하면 학과에 혼자만 유학생이라 소통을 못해 외롭다거나, 한국 친구들을 사귀었는데 배신감을 느꼈다는 등의 이유가 있었다. 이런 유학생들을 위해 대부분의 대학에서 개개인에 맞는 버디 프로그램과 특별 관리 대상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를 다닐 의지가 아예 사라져버린 유학생들에겐 사실상 도움이 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공부를 중단하거나 한국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갖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밀 취재를 위해 유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80명에게는 서면의 질문지를 통해 유학 생활 도중 겪었던 어려웠던 점 등에 대해 물었고, 20명과는 장시간 면담을 통해 한국에서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국가별로 아프리카의 가나, 북아메리카의 미국, 아시아의 중국, 베트남, 일본,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필리핀 등, 유럽의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네덜란드 등의 유학생을 대상으로 취재했다. 지역별로는 부산 54명, 서울 22명, 수원 13명, 대구 11명을 대상으로 했고, 남녀 비율은 6:4로 여자가 더 많다.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학업 전쟁터

- 여유 부릴 시간은 없다

수원 아주대에 재학 중인 이란 유학생 파티마(26) 씨는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 처음 느낀 게 ‘숨이 꽉 막히는 답답함’이라고 했다.

파티마 씨는 “한국의 대학 분위기는 살벌하다. 공부를 전쟁하는 것처럼 한다. 열심히 하는 모습은 좋지만 너무 여유 없는 삶을 사는 것 같다. 자유도 좀 느꼈으면 한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경성대에 재학 중인 베트남 유학생 응우옌 떤둥(23) 씨도 전쟁하듯이 공부를 하는 한국 학생들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떤둥 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공부를 한다고 잠을 자지 않는 한국 학생들을 보고 놀랐다. 그는 “한국 학교는 성적을 중요시하는 분위기다. 잠을 안 자고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이 좀 이해가 안 간다. 성적에 목을 매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 학생들과 친해질 시간도 많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주대 이란 유학생 파티마(26) 씨도 한국의 학업 분위기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파티마 씨는“학교에서 학생들이 성적을 위해 적극적이고 열심히 하는 모습은 좋지만 자유도 좀 느꼈으면 한다. 휴학에 대한 생각이 없었지만 한국에 와서 휴학 생각이 든다. 한국 학생들이 휴학을 많이 하던데 왜 그러는지 알겠다”라고 비슷한 심경을 전했다.

- 성적 지상주의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에서 여유 부릴 시간이 없을뿐더러 성적에 얽매어 서로 경쟁하는 듯한 분위기에도 적응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 학생들의 배려심보다는 이기심을 우선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중국 유학생 이 씨(23)는 “한국 사람들은 남 일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자기 할 일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고, 친구끼리 서로 경쟁의식도 있다. 그래서 한국 학생들과 진정한 친구가 되긴 어려운 것 같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아주대에 재학 중인 러시아 유학생 나댜(25)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 1학기 시험기간에 같이 수업을 듣는 한국인 친구에게 전공수업의 모르는 내용을 물어본 적이 있는데 ‘내가 왜 너까지 도와줘야 하지?’라며 자신도 공부를 할 시간이 없다고 거절당한 적이 있다. 이해는 가지만 약간 ‘나만 잘하면 돼’이런 느낌을 받았다”라고 심정을 전했다.

서양 학생들의 경우, 한국 학생들은 공부의 목적이 전공 지식과 교양을 쌓기 위해서가 아닌 오로지 성적, 취직만을 위해서 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서울 고려대에 재학 중인 미국 유학생 제시카(24) 씨는 한국 학생들이 수업 중 질문을 하지 않는 것에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교수님이 지난 수업에 가르쳤던 부분을 실수로 한 번 더 수업을 하신 적이 있다. 하지만 누구도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수업을 듣고만 있어서 답답했었다”라고 말했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미국 유학생 클라라(23) 씨도 “한국 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열정이 강해 보여 수업 중에도 많은 질문이 오갈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이게 우리나라랑 큰 차이점이라 적응하기 힘들다. 한국 학생들은 알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성적 때문에 경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경쟁심 심한 학업 분위기 속에서 각자가 혼자 버텨야 하는 상황에 많이 지쳐 있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이미 중·고등학교에서 치열하게 학업 경쟁을 했던 터라 이러한 학업 분위기에 익숙하지만 유학생들에겐 개인주의적인 우리나라 학업 분위기가 아직 낯설고, 적응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 인정(人情) 없는 학생들

그보다도 유학생들이 더 심각한 고민을 앓고 있는 것은 바로 한국 학생들과의 학업 내 교우관계다. 특히, 한국 학생 간의 소통이 어려운 것은 조별 과제 수행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무자파르(26) 씨는 같은 조가 된 한국 학생에게 “가만히 앉아있다 점수만 따 가는 거 아냐?”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그는“많은 한국인 학생들이 외국인 유학생은 조별 과제에서 무임승차를 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어 과제를 같이 하기 싫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유학생 때문에 결국 조별 과제는 한국 학생들이 모두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란 게 그 이유였다.

경성대에 재학 중인 카자흐스탄 유학생 아넬(23) 씨는 조별 과제 조 편성을 할 때 어느 조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혼자 과제와 발표를 한 적이 있다. 그녀는 “한국 학생들이 어떤 마음인지 이해는 간다. 그렇지만 무임승차가 아닌 열심히 도와서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유학생도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경성대에 재학 중인 인도 유학생 란지드(26) 씨는 조원 중 혼자 SNS 연락망(소위 단톡방)에서 제외된 적이 있다. 그는 “조별 과제를 하면서 한국 학생들과 친해지고, 같이 과제를 준비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 그래서 조원들에게 먼저 연락을 했는데 아무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 이후에 학교에서 조별 과제에 대해 물었는데 한국 학생들끼리만 있는 조원 단체 카톡 방에 뒤늦게 초대됐다. 내 입장에선 유학생과는 말하고 싶지 않은 건가 싶었고 매우 황당했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이 유학생들에게 가지고 있는 편견으로 인해 함께 과제를 하기 전부터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한국 학생들이 편견을 내려놓고 조금만 배려를 해줬으면 하는 입장이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한국인

외국인 유학생들은 타지에서 생활을 하면서 무엇보다 소통의 부재 때문에 외로움을 많이 탄다. 한국에서의 그들의 유학 생활은 어떨까?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문화 차이와 개인주의 등으로 인해 유학생들은 한국 학생과의 교우관계에 대해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 적응하기 힘든 문화, 술

경성대에 재학 중인 중국 유학생 고 씨(23)는 과 친목 도모 활동을 한 번 간 이후로 다시는 가지 않는다. 그는 “MT나 봉사활동을 유학생들에게 잘 알려주지 않아 평소에는 참여를 잘 하지 못하다가 작년에 농촌봉사활동을 다녀온 적이 있다. 하지만 너무 힘들었다. 4박 5일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밤새 술을 마셨다. 한국 학생들과 친해질 겨를도 없이 술만 마셔서 아쉬움이 크다”라고 말했다.

경성대에 재학 중인 중국 유학생 서 씨(25)는 “중국에선 술을 먹을 때 얘기를 하면서 천천히 먹는데 여기선 게임에서 지면 억지로 술을 먹인다. 술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친해질 방법이 많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한국의 술 문화는 적응이 안 된다”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 상처가 되는 행동

유학생들은 충분히 친해졌다고 생각한, 혹은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 준 한국 학생들이 나중에는 무시를 하거나, 알고 봤더니 목적이 있어 자신에게 다가온 경우도 종종 겪었다고 한다.

부산 해양대에 재학 중인 인도네시아 유학생 나디라(23) 씨는 “조별 과제를 하면서 조원들과 친구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별 과제를 같이 했던 한국 학생을 길에서 만난 적이 있어 먼저 인사를 했는데 그 친구는 나를 보고 그냥 갔다”라고 말하며 당시 황당한 마음을 전했다.

이 씨(23)는 “한국 학생들이 먼저 친해지자며 다가오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거나, 중국으로 유학을 가는데 도와달라는 이유 때문에 그런다”며 씁쓸함을 전했다.

풀리지 않는 숙제, 인종차별의 잔재

경성대에 재학 중인 인도 유학생 아짓트(26) 씨는 단지 한국인이 좋아, 순수한 마음으로 한국으로의 유학을 결정했다. 하지만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인은 따듯하지 않았다. 처음 한국에 와서 기숙사 생활을 할 때 그녀가 한국 학생들에게 들었던 말은‘냄새난다’였다. 그 말을 듣고 상처받은 아짓트 씨는 바로 기숙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학교 안팎으로 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아직 한국 곳곳에 많이 남아 있다. 특히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갖고 온 외국인 유학생들은 이러한 한국인들의 인종차별 때문에 크게 상처받고 한국에 대해 실망하게 된다.

서울 세종대에 재학 중인 베트남 유학생 찬프엉타오(25) 씨는 백인 친구와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가 인종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다. 그는 “러시아 친구와 같이 공장 아르바이트를 간 적이 있는데 한국 직원이 백인인 러시아 친구에게는 비교적 쉬운 일을 시키고 나에겐 제일 힘든 일을 시켜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동남아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속내를 전했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인도네시아 유학생 멜라티(23) 씨는 클럽에 놀러 갔다가 인종차별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학교 친구들과 클럽에 갔는데 거기 있던 한국인들이‘이런 사람들이 다 와?’라고 말한 적이 있어 기분이 나빴던 적이 있다. 홍대, 이태원, 강남에는 아예 동남아 외국인을 출입시키지 않는 클럽도 있어 아쉬울 따름이다 ”라고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경성대에 재학 중인 러시아 유학생 다이애나(25) 씨도 차별은 받은 건 매한가지였다. 다이애나 씨는 “남포동에 있는 식당과 옷 가게에 갔을 때 한국인 아줌마들이 가게 앞에 나와 아무 말 없이 오지 말라고 팔로 ‘X’표시를 했다”라며 속상함을 전했다.

또한, 자신이 러시아 사람이라는 이유로 한국 남자에게 성희롱을 당한 적도 있다. 그녀는 “옛날에 러시아 여자들이 한국에 와서 성매매를 했다는 이유로 한국 남자들이 지금도 러시아 여자들을 보면‘쉬운 여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경성대에 재학 중인 우즈베키스탄 안젤리나(23) 씨는 학교에서 대놓고 자신을 놀리는 소리를 듣고 기절초풍했다. “원래 성격이 소심한데 한국 학생들이 나를 처음 보면 삿대질을 하고, ‘오~금발머리!’이런 식으로 동물원의 동물 구경하듯이 한다. 그래서 부담스러워 학교에서도 한국 학생들과 말을 잘 안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이 좋긴 하지만 가끔 무시당할 때도 있고, 아직 사회가 온전히 자신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 힘든 점도 많다고 입장을 전했다.

러시아 유학생 다이애나 씨와 기자가 인종차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안나영).
러시아 유학생 다이애나 씨와 기자가 인종차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안나영).

유학생 100명 중 82명의 학생들은 한국으로 다시 유학을 오겠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안젤리나(23) 씨는 “만약에 다시 유학을 가게 된다면 한국말고 다른 나라를 선택하겠다”, 이 씨(23)는 “많은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에서의 유학 생활이 힘들어서 휴학을 하거나 자퇴를 한다. 한국은 유학생들이 적응하기 힘든 환경이다”, 란지드(26) 씨는“우리는 소통할 사람이 있어야 살 수 있다. 한국에선 그게 어렵다. 그래서 무작정 버텨야 한다. 주변 사람들 중 한국으로 유학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리고 싶다”라고 한국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에 대한 인식 제고는 중요한 이슈다. 우리나라에서 공부했다고 해서 유학생들이 당연히 한국을 좋아한다고 볼 수 없다. 학교에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유학생들의 한국 호감 지수를 높여야 한다. 연세대 등 일부 대학은 유학생들이 한국 문화와 사회를 체험하도록 행사를 열고, 개인 멘토를 지정해 상담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에선 유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어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잘 관리되지 않고 있다.

경성대 학생 정다은(22) 씨는 “우리 입장에선 유학생들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취업 준비, 학점 관리하기도 바빠 같은 한국 학생들과도 학교에서 교류를 잘 못한다. 유학생들과는 오죽하겠나 싶다. 유학을 온 이상 그들 나름대로 한국에 잘 적응해 나가는 게 숙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성대 학생 조한슬(22) 씨는 “머릿속으로는 인종차별이 나쁘다고 생각되는데 막상 행동으로는 잘 안되는 것 같다. 특히 외국인에게서 특유의 냄새가 날 때 엘리베이터나 강의실에서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린 적이 있다. 생각해보니 유학생들에게 미안해진다”고 말했다.

부산대 학생 권도영(23) 씨는 “한국 학생들이 성적을 중요시하고 서로 경쟁이 심한 것은 맞다. 그런 문화가 유학생들에겐 낯설었을 것 같다. 나도 너무 치열하게 살다 보니 주위를 둘러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유학생들에게 좀 더 따듯하게 대해 주고 싶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돕고 싶다”고 속내를 전했다.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정태명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유학생을 보는 시선이 개선돼야 한다. 수업 시간에 그들을 멀리하기에 앞서 다양한 그들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미래 동반자로서 유학생을 대해야 한다.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낮은 나라의 국민이라는 이유로 무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들의 생각과 문화를 배우고 세계화에 한 걸음 더 접근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 가운데 하나다. 외국인 유학생들을 혐한파로 만드는 일은 우리나라에도 큰 손실이다. 그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격려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미래가 발전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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