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버스기사를 꿈꾸는 20대 청년 조주현 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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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버스기사를 꿈꾸는 20대 청년 조주현 씨 이야기
  • 취재기자 조봉선
  • 승인 2020.04.1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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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대한 관심 남달랐던 어린 시절...운전 연습하며 버스기사 꿈 가져
반대할 부모님 두려웠지만 꿈 포기하고 싶지 않아 4년 만에 용기 내 고백
최근 버스운전자격증 취득 완료...교육 이수만 남겨 둔 상태로 꿈에 부풀어

대학생 조주현(25) 씨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숨겨왔던 자신의 꿈을 부모님께 알렸다. 조 씨의 예상대로 그의 부모님은 격노하며 포기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조 씨는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 놓으며, 부모님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길고 긴 설득이 계속된 지 2개월, 비로소 조 씨는 부모님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었다. 당시를 떠올릴 때마다 조 씨는 부모님을 향한 죄송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는 “반대하신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며 “20대에 버스기사를 꿈꾸는 사람은 잘 없을 테니 말이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조주현 씨가 미소를 지으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조봉선).
대학생 조주현 씨가 미소를 지으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조봉선).

1996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난 조주현 씨는 어릴 때부터 버스에 대한 관심이 누구보다 남달랐다. 유치원생 시절, 조 씨는 매일 아침 자신을 태우러 오는 유치원 버스를 볼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자신보다 몇십 배나 큰 버스의 모습과 커다란 엔진소리, 그리고 이를 능숙하게 운전하는 기사님들을 보며 유치원생 조 씨는 ‘버스는 신기하면서도 멋진 존재’라고 생각했다.

초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버스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다. 쉬는 날이면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 앉아 지나가는 버스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정류장에 붙어있는 버스 번호와 노선도를 외우는 등 버스에 대한 모든 것을 알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조 씨는 “그때의 나는 참 순수했던 것 같다”며 “그때가 아마 버스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던 때인 것 같다”고 전했다.

조주현 씨가 ‘버스기사’라는 꿈을 가지게 된 건 스무 살부터였다. 고등학교 시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뭘 해야 할지 몰랐던 조 씨는 여느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대학 입시를 준비해 전문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관심 분야가 아닌데다 그저 성적에 맞춰 들어온 대학이었기에 조 씨는 대학 생활이 전혀 즐겁지 않았고, 대학에 온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새 1학년 여름방학이 됐고, 조 씨는 운전면허를 취득하고자 운전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조 씨는 여태까지 느끼지 못했던 묘한 감정을 느꼈다. 조 씨는 “운전 연습을 하는데 강사님도 그렇고 다른 수강생들도 내가 운전을 잘한다고 칭찬을 많이 해줬다”며 “그 이후로 운전연습을 할 때마다 쾌감이라고 해야 할까 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 같았고, 그때부터 운전이 내 적성인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난 후, 조주현 씨는 종종 아버지의 차를 직접 운전하며 운전에 대한 자신감을 조금씩 키워나갔다. 이로 인해 그는 자신의 운전 실력이 능숙해질수록 큰 차를 운전해보고 싶다는 욕심까지 생겼다. 그러다 조 씨는 문득 버스를 좋아하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큰 버스를 직접 운전하면서 탑승하는 승객들마다 친절하게 맞이하고 인사해주던 버스기사들을 동경하며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했던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조 씨는 ‘지금은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좋아하는 운전을 직업으로 할 수 있으면서 로망이던 큰 버스를 직접 운전할 수 있는 ‘버스기사’라는 직업이 어쩌면 천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날 이후 조 씨는 버스기사에 관한 정보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버스기사가 될 수 있는지, 버스 종류에는 어떤 게 있는지, 버스기사가 되면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등 버스기사와 관련해 얻을 수 있는 정보란 정보는 모두 찾아내 읽어봤다. 그렇게 며칠을 알아본 결과, 조 씨는 버스기사를 자신의 꿈으로 확정지었다. 조 씨는 “원래 나는 꿈도 없었고, 의욕도 없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버스기사에 대해 알아보면서 없던 의욕이 생기는 것 같았고, 정말 나와 잘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주현 씨는 ‘버스기사’라는 자신의 꿈을 선뜻 부모님께 알리기 힘들었다. 모든 부모들이 그렇듯 조 씨의 부모님은 그저 장남인 조 씨가 대학을 무사히 졸업해 하루빨리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기만을 원하셨고, 조 씨는 그런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평소 그의 부모님은 ‘버스기사’라는 직업에 대해 ‘안정적이지 못하고 자칫 잘못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직업’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조 씨는 자신의 진짜 꿈을 차마 이야기하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아야만 했다. 조 씨는 “버스기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면 듣게 될 부모님의 잔소리와 나를 실망스럽게 바라볼 두 분의 눈빛이 너무 두려웠다”며 “나만 아무 말 않고 있으면 문제될 게 없으니까 이 꿈은 그냥 내 가슴 속에 묻어둬야겠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버스기사의 꿈을 마음 한편에 묻어둔 채 4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조주현 씨는 군대를 다녀오고 학교에 복학했다. 어느덧 졸업을 앞에 둔 대학생이 된 조 씨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 위해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ITQ, 정보처리기능사 등 조 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조 씨에게 그 시간은 마치 지옥처럼 느껴졌다. 번번이 불합격되는 시험에 스스로가 너무도 위축됐고, 하고 싶은 일이 있음에도 부모님이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원치 않는 공부를 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매우 비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인지 조 씨의 버스기사가 되고 싶은 열망은 더욱 강해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버스기사가 돼 운전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하고, 부모님 몰래 집을 빠져나와 버스정류장에서 지나가는 버스들을 말없이 구경하기도 했다. 조 씨는 “당시엔 하루하루가 그저 시간낭비 같았고, 하루라도 빨리 이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며 “그제서야 나는 차라리 버스기사의 꿈을 부모님께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이를 향해 나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조주현 씨가 자격증 공부로 힘들었던 당시 버스정류장에서 찍은 버스의 사진이다(사진: 조주현 씨 제공).
조주현 씨가 자격증 공부로 힘들었던 당시 버스정류장에서 찍은 버스의 사진이다(사진: 조주현 씨 제공).

“어머니, 아버지. 저 버스기사가 되고 싶어요.”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조주현 씨가 부모님께 건넨 첫 마디였다. 그 한 마디에 조 씨의 부모님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고, 이내 벌컥 화를 내기 시작했다. 조 씨의 부모님은 “많은 직업들 중에서 왜 하필 버스기사냐”부터 시작해서 “버스기사가 얼마나 위험한 직업인 줄은 알고 그러는 거냐”까지 조 씨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완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조 씨는 그런 부모님의 질문에 담담히 답하며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했다. 버스기사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고, 내 인생이니 내가 알아서 잘 살아가겠다고 말이다. 그런 아들의 말에 조 씨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고, 아버지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를 피했다. 예상치 못한 어머니의 눈물에 조 씨는 죄송한 마음과 죄책감이 들기도 했지만, 그토록 원했던 꿈을 또 포기할 수 없었기에 끝까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조 씨는 “어머니께서 눈물을 흘리셨을 때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게 이런 거구나 싶어 너무 죄송스러웠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꿈을 이루지 못할 것 같았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 날 이후 조주현 씨의 부모님은 조 씨와의 대화를 일체 거부하며 끝까지 그의 꿈을 반대했다. 예상보다 너무도 강경한 부모님의 태도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조 씨는 이럴 때일수록 주눅 들지 않고 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부모님을 설득해나가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버스기사의 연봉과 복지에 대해 설명하고, 어떤 날은 버스기사가 되기 위한 자신의 앞으로의 계획이나 다짐을 이야기하며 조 씨는 버스기사에 대한 부모님의 편견과 걱정을 깨부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조 씨의 노력이 통한 것일까? 처음에는 들은 체도 안 하던 조 씨의 부모님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이야기에 조금씩 귀 기울여주기 시작했고, 이야기를 듣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직접 물어보기도 하는 등의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렇게 매일매일 조 씨는 버스기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부모님께 전하며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고, 결국 그는 설득 2개월 만에 비로소 부모님으로부터 버스기사의 꿈을 완전히 인정받을 수 있었다. 조 씨는 “처음에 부모님이 내 얘기를 잘 들어주시지도 않고 무시하셨을 때에는 솔직히 섭섭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 ‘우리가 졌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라고 말씀하시는 순간, 그 서운함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부모님으로부터 자신의 꿈을 인정받은 후, 조주현 씨는 모든 게 순조로웠다. 지난해 11월, 조 씨는 대학을 휴학하고 버스기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우선 조 씨는 버스나 덤프트럭과 같은 특수자동차를 운전하는데 무조건 갖춰야 하는 면허인 ‘1종 대형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운전 학원부터 등록했다. 비록 낮에는 학원에서 운전 연습을 하고, 밤에는 학원비를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피곤한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지만, 조 씨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 덕분일까? 같은 해 12월, 조 씨는 1종 대형 운전면허를 단번에 취득했다. 버스기사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시험이어서 그런지 그 어느 때보다 긴장되고 두려웠지만, 할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최선을 다한 끝에 얻은 달콤한 결과였다. 조 씨는 “‘합격입니다’라는 알림을 듣자마자 경직됐던 온 몸이 풀리면서 손이 덜덜 떨리더라”며 “시험장을 빠져나와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합격했다는 멘트가 계속 떠오를 정도로 정말 믿기지가 않았고, 그래서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조주현 씨가 지난해 12월에 취득한 1종 대형 운전면허증의 사진이다(사진: 취재기자 조봉선).
조주현 씨가 지난해 12월에 취득한 1종 대형 운전면허증의 사진(사진: 취재기자 조봉선).

현재 조주현 씨는 버스기사가 되기 위한 준비의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다. 지난 3일, 조 씨는 영업용 버스 운전업무에 종사하려는 운전자라면 반드시 취득해야 하는 자격증인 ‘버스 운전자격증’ 시험에 합격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계속 미뤄왔던 시험을 겨우겨우 친 것이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힘들었지만, 그래서인지 조 씨는 이번 합격 소식에 더 뿌듯하고 보람을 느꼈다. 버스 운전자격증을 끝으로 버스기사가 되는데 필요한 자격증을 모두 취득한 조 씨는 이제 여객업종 신규교육과 CNG(천연가스) 가스교육 이수만을 남겨 둔 상태다. 두 교육 이수마저 끝나게 되면 조 씨는 본격적으로 버스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경남도에서 주관하는 10일 간의 ‘버스운수종사자 양성교육’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온 꿈의 실현에 조 씨는 얼떨떨하기만 하다. 조 씨는 “불과 몇 개월까지만 해도 버스기사의 꿈을 영영 못 이루는 게 아닌가 싶었었는데 지금은 자격증도 모두 취득하고 교육 이수만 남았다니 정말 꿈만 같다”고 밝혔다.

조주현 씨가 4월 3일에 취득한 버스 운전자격증의 사진이다(사진: 조주현 씨 제공).
조주현 씨가 4월 3일에 취득한 버스 운전자격증(사진: 조주현 씨 제공).

이제 조주현 씨의 목표는 하루 빨리 버스 회사에 취직해 버스를 직접 운행하며 승객들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 씨는 현재 여러 버스 회사들을 알아보며 어디로 취직할지 고민 중이다. 시내버스 시외버스 고속버스 관광버스 등 다양한 계열의 버스 중 어떤 버스의 기사가 될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요즘 조 씨는 시내버스 쪽에 가장 관심이 많다. 조 씨는 “예전부터 시내버스 노선은 거의 다 파악하고 있었던 데다, 다른 버스들에 비해 시내버스가 다양한 승객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요즘은 시내버스 쪽에 자꾸 눈길이 간다. 하지만 아직 확실하게 결정한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꿈을 소망하면서 여러 힘든 일도 있었지만, 조주현 씨는 이제 꿈의 실현까지 단 한 발자국만을 남겨두고 있다. 버스기사가 되고난 후에는 또 어떤 힘든 일들이 그를 찾아올지 모르지만, 조 씨는 그때마다 버스기사가 되기 위해 자신이 했던 노력들을 떠올리며 극복해나갈 것이다. 조 씨는 “버스기사가 되는데 필요한 모든 교육들을 이수하는 대로 버스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라며 “모든 시민들의 안전을 고려하며 버스를 운행하는 친절하고 멋진 버스기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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