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가격 지불하면 원하는 상품 정기적으로 받는 '구독경제'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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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가격 지불하면 원하는 상품 정기적으로 받는 '구독경제' 활성화
  • 취재기자 안시현
  • 승인 2020.04.1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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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으로 필요한 생리대 등의 상품은 소비자에게 ‘비용절감’ ‘편리함’ 줘
넷플릭스 모델, 정기배송 모델, 렌탈형 모델 등 다양...소비 트렌드 반영 결과

월말에 통장 내역을 보면 여러 가지 항목에 크고 작은 액수의 돈이 빠져나간다. 만약 이런 지출이 같은 곳에서 똑같은 금액이 지속적으로 빠져 나간다면 어떨까? 이렇게 특정 목적을 위해 지출되는 일정 금액을 ‘월정액’이라고 한다. 정기 적금도 아닌데 매달 특정한 항목에 똑같은 액수로 지출하는 월정액 소비가 우리네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소비자가 일정액을 내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것을 ‘구독경제’라고 한다. 구독경제는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주목받기 시작한 신개념 유통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단순히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문화적 콘텐츠 외에도 식품이나 전자제품 등의 분야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통계청은 2018년 기준 1인 가구가 29.2%로 한국에서 가장 많은 가구형태라고 발표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소비 트렌드는 비싼 가구를 ‘구매’하는 것보다 이케아 등 저가 가구를 ‘이용’하는 것으로 변하는 추세다. 이에 대한상공회의소는 1인 가구의 소비 트렌드를 “S.O.L.O”라고 정의했다. 이는 각각 자기 성향(Self-orientation), 온라인 지향(Online), 저가(가성비) 지향(Low-price), 편의 지향(One-stop)을 뜻한다.

이런 소비 트렌드에 따라 구독경제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다른 소비 유형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선택권이 넓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기본으로, 일정한 주기로 알아서 결제된다는 편리한 점도 있다. 구독경제 활성화의 시작점이라고 불리는 ‘넷플릭스’는 최소 월 9500원을 내면 무제한으로 영화, 드라마 등의 영상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시청할 수 있다.

넷플릭스 홈페이지에서 넷플릭스 이용 요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 넷플릭스 고객센터 캡처).
넷플릭스 홈페이지에서 넷플릭스 이용 요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 넷플릭스 고객센터 캡처).

이런 구독경제는 크게 넷플릭스 모델, 정기배송 모델, 렌탈형 모델로 나뉜다.

넷플릭스 모델은 월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무제한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구조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면 무제한으로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멜론’이 대표적인 그 예다. 이 유형은 문화 컨텐츠 뿐만 아니라 식음료업계에도 각광받고 있다.

정기배송 모델은 일정 금액을 내면 상품이 일정 날짜에 배송되는 것이다. 이 모델은 주로 생필품이나 화장품, 의류업계에서 쓰인다. 여성들에게 주기적으로 필요한 생리대 등의 생필품은 정기배송 모델에 적합한 예시다. 안다현(24, 부산시 동구) 씨는 “주기마다 필요한 생필품의 경우 집 근처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정기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면 비용이 훨씬 절감된다”며 “집 앞까지 배달돼 편리한 면도 있다”고 전했다.

쿠팡에서 제공하는 정기배송 목록 카테고리가 나열되어 있다(사진: 쿠팡 웹사이트 캡처).
쿠팡에서 제공하는 정기배송 목록 카테고리가 나열되어 있다(사진: 쿠팡 웹사이트 캡처).

정해진 날짜에 상품을 배송해주는 정기배송 모델과 비슷하지만, 그 상품을 반납해야하는 ‘렌탈형 모델’도 있다. 이는 일정 금액을 내고 일정 기간 동안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다시 돌려줘야하는 모델이다. 주로 고가의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명품 등이 해당된다. 소비자에게 부담될 수 있는 고가의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점이 큰 이점이다. 대학생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쏘카’나 ‘에어비엔비’ 등도 이 렌탈형 모델의 예시라고 볼 수 있다.

이 렌탈형 모델은 요즘 소비 트렌드 중 하나인 ‘공유경제’와도 비슷하다. 공유경제란 플랫폼 등을 활용해 자산·서비스를 타인과 공유하는 경제 모델을 뜻한다. 이 공유경제 역시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구독경제와 함께 등장했다. 이 둘의 차이점은 공유경제는 생산된 제품을 ‘공유하는 것’이고 구독경제는 일정 금액을 내고 ‘소유하는 것’이다.

새벽 5시쯤 큰 대문 앞 우체통에 신문 한 부를 꽂아 넣는 자전거를 탄 신문배달부를 보는 것은 너무나도 옛날 일이다. 요즘은 신문을 구독해서 보는 사람은 고사하고, 종이 신문 자체를 읽는 사람이 훨씬 줄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우리는 작은 스마트폰으로 무엇인가를 ‘구독’하며 지낸다.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마음에 드는 작가를, 넷플릭스를, 동영상의 퀄리티가 좋은 유튜버의 작품을 매달 돈을 결제해가며 문학을 접하며, 가치관을 산다. 우리는 이렇게 일정 가격을 지불하면 일정한 기간 제품과 문학을 살 수 있는 시대에 산다.

구독경제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편리함과 비용절감의 측면에서 유용한 서비스다. 게다가 이를 제공하는 기업에게도 정기적인 수익이 발생해 안정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앞서 소개한 넷플릭스 모델, 정기배송 모델, 렌탈형 모델 이외에도 새로운 소비자층을 타겟으로 삼은 새로운 모델이 생길 것이다. 이 구독 경제 서비스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기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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