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범죄와의 전쟁’ 등 한국영화 단골 촬영지로도 유명
'세월 지나 나이 들고/ 얼굴 가득 주름이 선명하지만/ 언제나 표정만은 밝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영도, 이곳은 사람 사는 생이 있다/ 나의 어린 시절이 있다.'
윤정애 작가의 <인어>는 어릴 적 자고 나란 고향 부산 영도에 관한 글이다. 역사와 추억을 간직한 곳, 영도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은 마을, 흰여울문화마을이 있다.
흰여울문화마을은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닮았다 하여 ‘한국의 산토리니’, ‘부산의 친퀘테레’로 불리기도 한다. 이곳은 과거 한국전쟁 이후 갈 곳 없던 피란민들이 가파른 절벽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부산역에서 82번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를 달려 부산보건고 정류장에 내려 절영해안산책로 입구에 들어서면 어느 순간 탁 트인 푸른바다가 눈 앞에 펼쳐진다. 산책로의 바닥은 파란색으로 꾸며져 있고, 벽은 알록달록한 그림으로 가득하다. 하얀색과 푸른색의 조화가 참 아름답다. 산책로를 걷다보면 새 지저귀는 소리와 규칙적인 파도소리에 마음이 포근해진다.
절영해안산책로는 남항 외항을 끼고 태종대까지 해안길과 산길로 이어져 있다. 절영해안산책로에서 흰여울문화마을로 올라가기 위해선 계단을 거쳐야 하는데, 흰여울길과 절영해안산책로 사이에는 총 5개의 계단이 있다.
흰여울길은 흰여울문화마을의 골목길을 뜻하는데, 예전에 봉래산 기슭에서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높은 절개지를 따라 바다로 굽이쳐 내림으로써 그 모습이 마치 흰 물보라가 이는 물살 모습과 같다 하여 유래된 이름이다. 지나가던 한 관광객은 “흰여울길이라는 이름이 참 예쁘다”며 “이름이 마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흰여울길은 미로같이 얽혀있다. 구불구불한 샛길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흰여울길은 버스가 다니는 절영로가 생기기 전까지 영도다리 쪽에서 태종대로 가는 유일한 길이었다. 절영로에서 흰여울길 사이에는 세로로 14개의 골목이 나 있다. 이리저리 꼬여있는 샛길을 통과하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흰여울마을을 걷다 보면, 과거 피란민들이 거주할 때 느꼈을 힘겨움이 저절로 다가온다. 마을의 한 주민은 “계단과 골목길을 걸어 다니는 것도 처음에만 힘들다. 살다보면 골목 곳곳과 계단이 눈에 훤하다”고 말했다.
흰여울문화마을은 영도구청이 진행하는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되어 2011년 12월에 흰여울길에 있는 몇 채의 폐가가 리모델링됐고, 그곳에 지역 예술가들이 입주해서 창작공간으로 변했다. 지역 예술가들의 창작의욕을 드높여, 마을 내에서 문화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든 결과, 생활 속에서 독창적인 문화예술을 느낄 수 있는 마을이 됐다.
또한 눈부신 절경과 아름다운 문화예술 공간뿐 아니라, 영화 <변호인>, <범죄와의 전쟁>, <첫사랑사수>, <궐기대회>, TV 드라마 <딴따라>, <드림> 등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의 촬영지로 쓰여 더욱 사람들의 발길을 끌게 됐다. 대학생 김지민(20, 경남 김해시) 씨는 “영화 <변호인>의 촬영지라 와 보고 싶었다. 직접 보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흰여울문화마을에 와서 꼭 들르는 장소는 바로 흰여울 안내소다. 안내소는 영화 <변호인> 촬영지에 자리 잡고 있다. 안내소의 오픈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점심시간은 오후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다. 안내소에서는 때마다 작은 전시회가 열리고, 방문객들을 위한 안내자들이 상주하고 있다. 마을주민들이 돌아가면서 안내와 자문 등의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안내를 맡은 아주머니는 “점점 관광객이 늘고 있다. 들어와서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가라”고 말했다.
흰여울문화마을은 현재 영도구청이 추진하는 바다전망길 조성사업이 진행 중이다. 사업 목적은 흰여울 마을의 노후된 담장을 보수하여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방문객들이 편하게 다니게 하기 위함이다. 공사기간은 올해 9월 24일부터 12월 22일까지다.
과거 피란민들의 애환과 독특한 문화예술을 모두 간직한 흰여울문화마을은 지금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마을종합안내소의 안내사는 “지금은 안내소를 찾아온 관광객들의 질문에 답을 해주는 정도다. 미래엔 마을 구석구석을 함께 돌아다니며 안내해주는 가이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