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숭동 대학로는 연극의 메카, 연극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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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숭동 대학로는 연극의 메카, 연극의 거리
  • 취재기자 오혜인
  • 승인 2019.10.27 0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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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문화예술 연극 공연에 젊은이들 발길 가득
문화의 서울 독점 현상에 지방 젊은이들은 아쉬움 가득

서울 혜화역 1번 출구로 나가면, 피켓을 들고 연극을 홍보하며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현장예매를 부추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사람들 뒤로 보이는 극장들이 가득한 거리가 바로 ‘대학로 연극거리’다. 우리나라에서 연극을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서울 지하철 혜화역 1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볼 수 있는 연극의 거리(사진: 취재기자 오혜인).
서울 지하철 혜화역 1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볼 수 있는 연극의 거리(사진: 취재기자 오혜인).

연인들이 데이트하는 코스는 대부분 밥, 카페, 그리고 영화 정도다. 이 외 색다른 데이트 코스가 있다면 바로 ‘연극’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무용, 연극, 오페라 등 공연예술의 9월 한 달간 전국 공연 건수의 47.5%가 서울에서 이뤄졌다. 이 서울에서도 연극으로 유명한 곳이 바로 혜화역 대학로 연극거리다. 대학로는 문화의 거리, 예술의 거리, 연극의 거리 등으로 불리고 있다. 권유솜(21, 서울시 광진구) 씨는 “대학로는 보통의 번화가와는 느낌이 다르다. 길에서 연극 현장예매를 홍보하는 사람들과 무대에서 공연하는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보면, 이 거리가 청춘으로 가득 차 있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울 대학로의 한 작은 골목. 연극 홍보 포스터와 문화공간들이 곳곳에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오혜인).
서울 대학로의 한 작은 골목. 연극 홍보 포스터와 문화공간들이 곳곳에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오혜인).

대학로에는 큰 공연장도 많지만, 작은 골목들 사이에는 소극장들도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대학로가 위치한 서울시 종로구에는 총 201개의 공연장이 존재한다. 대학로에는 연극을 즐길 수 있는 공간 외에 다른 즐길 거리도 즐비하다. 대관해 연습할 수 있는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대학로 연습실, 여러 카페들이 모여 있는 대학로 카페거리, 그리고 편히 여유를 느끼며 쉬어갈 수 있는 마로니에 공원, 낙산공원 등 근린공원도 있다. 또한 주변에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성균관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등 여러 대학 캠퍼스가 존재해 젊은이들이 상시로 모인다.

성균관대학교 재학생 손창민(25, 서울시 종로구) 씨는 사는 곳과 학교가 대학로와 가까워 자주 이곳을 방문해 카페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연극을 보기도 한다. 손 씨는 “처음 연극을 보게 된 건 친구들 손에 이끌려서였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종류도 다양해서 종종 보게 됐다. 이것저것 하다가 밤에 낙산공원에 가면, 야경도 참 예쁘다”며 낙산공원을 추켜세웠다.

대학로에 위치한 공연장 드림아트센터의 모습. 여러 연극 홍보와 함께, 1층에는 관람객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카페가 조성돼있다(사진: 취재기자 오혜인).
대학로에 위치한 공연장 드림아트센터의 모습. 여러 연극 홍보와 함께, 1층에는 관람객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카페가 조성돼있다(사진: 취재기자 오혜인).

그렇다면 이 거리에 이러한 문화공간들이 자리잡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문화재단에 따르면, 해방 이후 경성제국대학이 서울대학교로 이름을 바꿨고, 그후 1970년대에 관악 캠퍼스로 옮기자, 그 자리에 마로니에 공원이 조성됐다고 한다. 그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그 옆에 자리 잡기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마로니에 공원을 중심으로 소극장, 미술관 등 다양한 문화공간들이 들어왔다고 한다. 이후 당국이 이화사거리부터 혜화로터리 사이의 구간을 문화예술거리로 조성해서 대학로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하지만 여기에는 역사적 아픔도 숨어있다. 전두환 정권의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시작된 정책 중 하나가 대학로의 축제 거리 조성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군사정권의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시작됐지만, 이때부터 대학로가 더욱 젊은이들이 모이는 거리로 발전했기 때문에 서울문화재단은 이를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표현했다.

대학로는 이제 명실상부 서울의 대표적 연극의 거리가 됐고. 대한민국 연극 산업을 대표하게 됐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연극 공연 건수는 서울 170건, 경상도 39건, 전라도 34건, 경기도 23건, 충청도 22건, 강원도 19건, 제주도 1건으로 극심한 지역 편차를 보이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연극을 보고 싶어도 보기 힘든 환경이라는 말이다. 대학생 박지수(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단체관람으로 보러 갔던 것 빼고는 연극을 따로 찾아가서 본 적이 없다. 주위에 연극을 보러 가는 사람이 없어 관심이 안가기도 하고, 어디서 연극을 하는지도 잘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통상 타 지역에도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극장이 있기는 하지만, 대학로처럼 ‘연극의 거리’가 조성된 곳은 찾기 힘들다. 최근 들어 연극을 즐기게 됐다는 대학생 주강혁(23,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부산에 살 때는 연극을 그렇게 자주 보러 가지 않았는데, 입대한 뒤 배치받은 자대가 수도권이라 휴가와 외박 때 대학로에 가서 연극을 자주 보게 됐다. 주 씨는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도 이런 문화예술을 즐길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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