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저격’...그림 그리는 이색 ‘드로잉 카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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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저격’...그림 그리는 이색 ‘드로잉 카페’ 등장
  • 취재기자 김수현
  • 승인 2019.10.27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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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마다 펜, 도화지...‘나’만의 작품 만드는 재미에 손님들 줄이어
어린이 전용 키즈 드로잉 카페는 부모들에게 인기

“버킷리스트를 성취하는 기분이에요!”

그림 도구를 갖추고 손님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는 드로잉 카페를 찾은 손님은 이색적인 경험에 이렇게 감탄했다. 드로잉 카페는 작년부터 이색카페를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드로잉 카페를 다녀온 사람들이 SNS나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올리면서 지금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 번쯤은 가야하는 장소가 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나둘씩 생겨난 드로잉 카페는 빠른 시간 내에 전국적으로 퍼져나갔고, 현재 부산에는 10여 곳 정도가 있다.

‘그리다가’는 부산시 수영구 광안리에 위치해 있는 작은 드로잉 카페다. 이곳은 테이블마다 비치된 물감, 붓, 색연필과 같은 그림도구로 손님들이 엽서 한 장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작년 7월부터 그리다가를 연 안예랑(30) 씨의 본업은 일러스트레이터다. 안 씨는 소득이 있는 작업 공간을 생각하다가 작업실 겸 카페를 만들었다. 안 씨는 “과거 제주도에 있었을 때 작지만 특색 있는 장소를 많이 봤다”며 “부산에는 그런 장소들이 많이 없어서 젊을 때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드로잉 카페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주변에 위치한 ‘그리다가’의 전경(사진: 취재기자 김수현).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주변에 위치한 ‘그리다가’의 전경(사진: 취재기자 김수현).
드로잉 카페 ‘그리다가’ 내에는 테이블마다 물감, 붓, 색연필, 지우개와 같은 그림도구가 비치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수현).
드로잉 카페 ‘그리다가’ 내에는 테이블마다 물감, 붓, 색연필, 지우개와 같은 그림도구가 비치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수현).

드로잉 카페는 주로 20대 여성이나 커플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평소 그림그리기를 좋아하지만 바쁜 일상 탓에 그림을 그리지 못했던 손님들이 많이 찾으며, 특히 커플들은 이색적인 데이트코스로 드로잉 카페를 선택하고 있다. 드로잉 카페를 찾은 회사원 최모(28, 부산시 동래구) 씨는 이색데이트 장소를 찾아 이곳에 왔다. 최 씨는 그림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시간적 여유가 되지 않았다. 최 씨는 “평소에 예쁜 카페나 분위기가 좋은 카페를 자주 가는 편이지만 사진을 찍고 음료를 마시면 할 게 없다. 드로잉 카페는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만들어가서 좋다”고 말했다.

드로잉 카페 ‘그리다가’를 찾은 손님이 그린 그림(사진: 취재기자 김수현).
드로잉 카페 ‘그리다가’를 찾은 손님이 그린 그림(사진: 취재기자 김수현).

평소에 그림을 많이 그리는 미술 전공자도 드로잉 카페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특색 있는 경험이다. 부산예고에 재학 중인 김민성(18, 부산시 해운대구) 양은 평소에 그림을 그릴 때는 입시를 준비하는 느낌이 들어 스트레스를 받지만 드로잉 카페에서 그림을 그리니 입시 때문에 받았던 스트레스는 잊게 되고 순수하게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던 마음이 생각난다. 김 씨는 “친구와 대화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색다르다”고 얘기했다.

드로잉 카페에서는 일상 속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정리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달래고 가는 손님도 있었다. 대학생 허유경(21,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드로잉 카페에서 그림을 그리니 학업으로 인한 복잡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허유경 씨는 “그림을 그리는 것에만 집중하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어린이를 겨냥한 키즈 드로잉 카페도 있다. 부산시 서구 구덕로에 위치한 ‘본아뜨리에’는 미취학아동, 초등 저학년생과 보호자가 주로 찾는 장소다. 이곳에서 어린이들은 벽에 물감을 칠하고 물총놀이를 하며 드로잉을 체험한다. 본아뜨리에 사장 오미화(37) 씨는 이곳을 찾는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촉감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10월부터 매주 다른 테마로 퍼포먼스 미술을 시작했다. 10월 셋째 주에는 ‘가을 소풍’을 테마로 선정하여 큰 스티로폼으로 김밥 만들기를 했으며, 10월 넷째 주에는 ‘핼러윈’을 테마로 호박 바구니를 만들었다. 오미화 씨는 “한 달에 한 번은 교육적인 테마를 선정할 예정이다. 아이들도 즐거워하고 엄마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서구 구덕로 한 건물 2층에 위치한 ‘본아뜨리에’의 전경(사진: 취재기자 김수현).
부산시 서구 구덕로 한 건물 2층에 위치한 ‘본아뜨리에’의 전경(사진: 취재기자 김수현).
키즈 드로잉 카페 ‘본아뜨리에’ 벽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사진: 취재기자 김수현).
키즈 드로잉 카페 ‘본아뜨리에’ 벽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사진: 취재기자 김수현).

우리나라에 카페 열풍이 불면서 카페 업주들은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이색카페를 선택하고 있다. 동물카페, 룸카페, 만화카페 등 다양한 이색카페가 등장하는 가운데 드로잉카페도 그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이색카페를 운영한다고 해서 꼭 잘 되는 것은 아니다. 한창 유행했던 방탈출카페도 지금은 유행이 지나 폐업한 곳이 많다.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2로에서 드로잉카페 ‘파스텔뮤지엄’을 운영하고 있는 고은지(29) 씨는 “카페를 운영하는 데 콘셉트는 중요하지만, 당시에 유행한다고 해서 무작정 운영하기보다 목적이 분명하거나 오래 보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스텔뮤지엄’ 내 포토존과 구비되어 있는 그림도구와 그림도안(사진: 취재기자 김수현).
‘파스텔뮤지엄’ 내 포토존과 구비되어 있는 그림도구와 그림도안(사진: 취재기자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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