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큰애기’ 노래 정겨운 근대화의 상징 울산 중구, ‘문화의 거리’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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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큰애기’ 노래 정겨운 근대화의 상징 울산 중구, ‘문화의 거리’로 재탄생
  • 취재기자 김하연
  • 승인 2019.10.28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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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가지에 밀린 명성 되찾기 위해 원도심 활성화 사업 전개
공방, 갤러리, 카페, 큰애기하우스 등 볼거리, 즐길거리 풍성
울산 성남동에 위치한 문화의 거리 지도. 문화의 거리는 태화서원부터 시계탑까지를 의미한다(사진: 울산관광지도).
울산 성남동에 위치한 문화의 거리 지도. 문화의 거리는 태화서원부터 시계탑까지를 의미한다(사진: 울산관광지도).

1960년대, 울산이 공업화되면서 울산 중구로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각지의 인구들이 몰려 1980년대까지 중구는 활기찬 공업도시 울산의 상업 중심지 역할을 했지만, 남구에 개발 바람이 불고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화려했던 중구의 상권이 죽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구 신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과거 조국 근대화의 기수 중구의 전통과 품위의 깊이를 찾기 위해서 시민들이 원도심인 중구로 다시 돌아왔다. 울산의 ‘원도심’, 즉 원래의 구도시 중구가 문화의 거리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울산큰애기’ 관광 해설사인 이정희 씨는 “다시 돌아오는 연어의 모습처럼 사람들도 다시 원도심인 중구로 돌아왔다”며 “원래 울산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 문화의 거리다”라고 말했다.

울산 문화의 거리에는 상점, 음식점, 공방, 갤러리, 카페 등 문화예술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문화의 거리는 태화 서원에서부터 시계탑까지 일직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화의 거리 입구에 위치한 태화 서원의 건물은 원래 조선시대 군인들 집회 장소인 울산도호부 도총소였지만 현재는 경주 이씨의 시조를 모시고 있는 재실 역할을 하고 있다. 태화 서원을 지나면 오래된 병원 건물을 원형 그대로 리모델링한 울산큰애기상점가가 나타난다. 상점은 층별로 1층은 푸드, 2층은 전시 판매, 3층은 미용, 4층은 서점과 카페로 나누어져 있다. 이곳은 지역 소상공인들이 입점해 있는 쇼핑몰로 문화의 거리를 찾는 쇼핑객의 새로운 명소가 되고 있다. 관광객 김혜린 씨는 “2층 팬시점의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며 “앞으로 자주 방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왼쪽)문화의 거리 시작에 위치한 태화서원의 입구.(오른쪽)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사용되고 있는 울산 큰애기상점가(사진: 취재기자 김하연)
(왼쪽)문화의 거리 시작에 위치한 태화서원의 입구.(오른쪽)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사용되고 있는 울산 큰애기상점가(사진: 취재기자 김하연)

울산 중구의 캐릭터인 ‘울산 큰애기’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을까? 울산 큰애기는 1960년대 대중가요인 가수 김상희 씨의 <울산 큰애기>라는 노래에서 유래했다. 당시 울산 반구동은 지리적으로 위치가 좋아 농사가 잘 돼서 반구동에서 생산되던 수박과 참외 맛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김상희 씨의 <울산 큰애기>라는 노래는 다른 지역보다 생활기반이 좋은 환경에서 살아온 인물 좋고 마음씨 좋은 울산 반구동 처녀들을 노래한 것이다. 중구의 울산 큰애기는 김상희 씨의 <울산 큰애기>의 가사를 기반으로 생겨나게 된 캐릭터다.

큰애기상점가를 따라 걷다 보면 울산큰애기하우스가 나온다. ‘큰애기’는 울산 중구를 대표하는 캐릭터로서 지역 문화를 활성화시키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큰애기하우스는 총 3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1층에는 큰애기 상품 판매와 관광안내소이고, 2층에는 ‘울산큰애기’의 숙소 컨셉으로 꾸며져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며, 3층에는 ‘이팔청춘 사진관’이라고 해서 셀프로 촬영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서있다. 울산큰애기하우스의 한 직원은 “큰애기하우스에 방문해주는 관광객은 주중에는 그렇게 많지 않지만 주말의 경우에는 100명이 넘고 축제나 행사를 하는 시즌에는 8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온다”고 말했다. 2층에는 관광객들이 걷다가 쉬어갈 수 있는 의자도 배치돼있다. 관광객 양지원 씨는 “꾸며놓은 방의 인테리어가 큰애기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포토존이 많아서 사진찍기 너무 좋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울산 중구의 캐릭터인 ‘큰애기’의 숙소 느낌으로 꾸며져 있는 큰애기하우스 2층의 모습. 실제로 큰애기가 사용할 것 같은 방처럼 꾸며져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하연).
울산 중구의 캐릭터인 ‘큰애기’의 숙소 느낌으로 꾸며져 있는 큰애기하우스 2층의 모습. 실제로 큰애기가 사용할 것 같은 방처럼 꾸며져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하연).

큰애기하우스를 따라 문화의 거리를 걷다 보면 거리 중간에 위치해 있는 여러 가지 예술 조형물들이 나타난다. 카페거리를 연상하게 하는 커피를 들고 있는 사람의 조형물, 울산 중구를 대표하는 캐릭터인 울산큰애기 조형물, 기증도서관인 ‘노랑 문고’, 울산을 상징하는 고래 조형물 등 여러 가지 예술 조형물들이 설치돼있다. 예술 조형물들은 문화의 거리의 끝인 시계탑의 앞까지 전시돼있다. 회사원 장호승(26, 울산시 북구) 씨는 “항상 놀러 오던 거리에 이런 독특한 조형물들이 많이 전시돼 있는 것은 처음본다. 신기하다”고 말했다.

(왼쪽)문화의 거리 중간에 설치돼있는 고양이 예술 조형물. (오른쪽)작가는 관객과 관찰을 통해 소통하려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관찰'이라는 조형물(사진: 취재기자 김하연).
(왼쪽)문화의 거리 중간에 설치돼있는 고양이 예술 조형물. (오른쪽)작가는 관객과 관찰을 통해 소통하려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관찰'이라는 조형물(사진: 취재기자 김하연).

문화의 거리 끝에는 울산 원도심의 상징인 시계탑이 위치하고 있다. 시계탑은 1966년 라이온스클럽에서 창립 1주년 기념사업으로 건립됐다. 하지만 시계가 흔해지고 차량 통행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1977년에 철거됐다가 1988년에 기다림과 만남의 장소로 과거의 상징성을 되찾고자 새로 지어졌다. 2015년에는 재정비 사업을 통해 현대적 모습을 갖추게 됐고, 시계탑 위에 매시간 정각마다 소리를 내며 달리는 모형기차가 설치돼 과거에 철도역이 있던 위치라는 역사성을 상징하고 있다. 지금도 시계탑은 예전처럼 여전히 원도심의 명소로 자리하고 있다.

문화의 거리의 끝에 위치하고 있는 시계탑. 자세히 보면 시계탑 위에 기차가 올라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하연).
문화의 거리의 끝에 위치하고 있는 시계탑. 자세히 보면 시계탑 위에 기차가 올라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하연).

울산 중구에서는 캐릭터인 ‘울산큰애기’를 활용한 홍보영상, 웹툰, 박람회 참가, 이모티콘 배부 등을 통해 중구를 알려왔다. 중구는 문화의 거리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찾아가는 종갓집 문화음악회’라는 이름으로 문화공연을 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축제와 공연, 프리마켓, 캐리커쳐 그리기 등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들을 개최해왔다. 또 울산큰애기 소확행 프로그램, 울산큰애기 해설사, 울산 중구 관광 플랫폼 운영 등으로 문화 관광도시로서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큰애기하우스 직원은 “문화의 거리에서 아틀리에 마켓이나 프리마켓, 야외무대에서 하는 행사들을 중구청에서 지원하고 홍보해 타 지역 사람들도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도 문화의 거리에는 예술과 문화를 위한 시설들이 많이 마련돼 있지만 아직도 예술인들이 활동하기에는 공간이 협소하다. 해설사 이정희 씨는 “1층에는 카페나 음식점들이 있어서 2층에 위치하고 있는 예술인들의 장소는 눈에 띄지 않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중구에서는 부족한 공간 확장을 위해 예술과 문화를 위한 공간을 더 조성할 예정이다. 예를 들자면, 2020년 개장이 예정돼 있는 울산시립미술관이나 2019년 12월 완공 예정인 음악 창작소 등이 있다. 회사원 장호승(26, 울산시 북구) 씨는 “울산의 문화를 대표하는 도심인 만큼 더 많은 문화 예술적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구는 완벽한 문화의 도심을 만들기 위해 현재의 문화뿐만 아니라 과거의 문화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화의 거리 앞에 있는 공터는 왕권의 힘을 상징했던 객사가 있던 터다.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일제는 조선 왕권의 상징이기도 한 객사를 허물어 학교 등 여러 가지 용도로 개조해 사용했다. 지금은 터만 남아있지만 중구청에서 곧 객사의 모습을 복원할 예정이라고 해설사 이정희 씨는 전했다. 이정희 씨는 “객사가 복원되고 문화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시설들이 생겨날 예정인 만큼 울산 중구의 문화의 거리는 우리의 삶과 선조들의 삶을 같이 보여주는 특별한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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