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K-웹툰의 어두운 뒷면... ‘웹툰 불법 유통사이트’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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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K-웹툰의 어두운 뒷면... ‘웹툰 불법 유통사이트’ 판친다
  • 취재기자 최하빈
  • 승인 2022.09.2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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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웹툰의 늘어나는 인기 뒤로 불법 수단 가득
웹툰 작가들, 불법 유통사이트로 생계 위협받아
인터넷 검색하기만 해도 연관 사이트 줄줄이 나와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 ‘K-컬쳐’가 인기를 얻음에 따라, ‘K-드라마’와 ‘K-웹툰’ 등 우리나라의 미디어 콘텐츠 산업은 각광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서인지 최근 우리나라의 웹툰 업계는 저작권 문제로 웹툰 작가들과 관계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문제의 원인은 국내 웹툰을 불법으로 스캔해 사이트에 게시하고, 광고 등을 통해 부당이득을 챙기는 웹툰 불법 유통사이트 때문이다. 이들은 네이버 웹툰, 다음 웹툰, 카카오페이지, 리디북스, 레진코믹스 등 다양한 웹툰 플랫폼에서 연재 중인 웹툰을 무단으로 복제해 자신들의 사이트에 그대로 게시하고, 광고 및 불법 도박, 불법 성매매 등으로 부당이득을 챙긴다.

한 웹툰 불법 유통사이트의 화면이다(사진: 인터넷 화면 캡처).
한 웹툰 불법 유통사이트의 화면이다(사진: 인터넷 화면 캡처).

지난 2018년 5월, 웹툰 불법 유통사이트 중 하나인 ‘밤토끼’의 운영자가 적발돼 징역을 선고 받았지만, 오히려 그 사건을 계기로 불법 사이트들의 크기는 더해져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불법 유통 사이트는 부지기수이며, 대부분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웹툰을 불법으로 복제한 뒤 외국어로 번역해 사이트에 게시하는 일들이 허다하다. 불법 번역 사이트를 이용하는 외국인 중에서는 한국 플랫폼과 한국어에 서툴러 자신이 불법 사이트를 이용하는지조차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렇듯 해외에서도 이미 불법 사이트가 자리 잡고 있어 K-웹툰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웹툰 작가와 플랫폼 사들의 피해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웹툰 작가들이 받은 개인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 및 금전적 손해는 더욱 컸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웹툰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임희정(25) 씨는 “합법적으로 보아도 이미 플랫폼과 웹툰 유통 과정에서 작가가 받을 수 있는 수익이 사라지는데, 불법 사이트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피해액도 늘어나고 있다”며 불법 웹툰 유통사이트로부터 받은 피해를 토로했다. 이어 그는 “웹툰의 출시 당일부터 불법 사이트에 작품 게재가 되면서 피해를 봤다. 합법 사이트의 조회수보다 불법 사이트 조회수가 세 배 이상 넘게 차이가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대답했다.

문제는 이런 불법 웹툰 유통사이트들이 구글과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 몇 번 검색만 해도 쉽게 연결된다는 점이다. 심지어 어떤 작품의 제목을 검색하면, 정식으로 연재되고 있는 사이트 바로 아래에 버젓이 불법 웹툰 유통사이트의 링크가 제시돼 있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불법 웹툰 유통사이트들은 로그인과 회원가입 등 별다른 인증 절차를 걸치지 않아도 사이트에 게시된 창작물을 별다른 제지 없이 열람할 수 있게 해 불법임에도 사람들의 접근이 매우 용이하다는 것.

더욱 심각한 점은 저작권 개념에 취약한 청소년들이 웹툰 불법 유통사이트를 이용하면서 불법 도박 사이트에 무방비하게 노출된다는 사실이다. 불법 도박 사이트의 광고는 웹툰 불법 유통사이트의 광고 배너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역시 아무런 제재나 절차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도박 사이트로 연결돼 돈을 걸고 도박을 할 수 있다. 도박 사이트에는 신분증조차 필요하지 않아 청소년임에도 불법 도박이 가능하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불법 웹툰 유통사이트를 경험한 적 있는 고등학생 A 씨는 “평소, 보고 싶었던 웹툰을 인터넷에 검색하니 무료로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어 이용해본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그게 불법인지 몰랐다”며 “불법 도박 광고가 계속 등장해 호기심이 들긴 했지만, 무서워서 들어가 보진 못했다”고 말했다.

임 작가는 “전에 어떤 경찰분이 아무렇지도 않게 불법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다는 글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며 불법 웹툰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밝혔다. 임 작가는 “자신이 불법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단편적으로는 공짜 웹툰 한 편에 그치겠지만, 결국엔 이런 것들이 더 큰 카르텔 범죄의 초석이 되고 있다”며 “열심히 일해 번 돈을 아끼고 싶겠지만, 우리에게는 이게 생업이다. 이런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웹툰뿐만 아니라 음악, 영화, 게임 등 모든 콘텐츠 산업이 서서히 죽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 중인 웹툰 불법 사이트 이용 근절 캠페인(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 중인 웹툰 불법 사이트 이용 근절 캠페인(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이러한 웹툰 불법 유통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웹툰 플랫폼 8개 사와 ‘해피툰게더’라는 이름의 합동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콘진원 대중문화본부 관계자는 “대중들이 불법 사이트 이용근절을 우리 모두의 과제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며 “대국민 캠페인 외에도 제도적 개선이나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창작자의 권리가 부당하게 이용당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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