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로 웹툰·웹소설 듣는다... 상상력 자극하는 ‘오디오 드라마’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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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로 웹툰·웹소설 듣는다... 상상력 자극하는 ‘오디오 드라마’ 인기
  • 취재기자 김태희
  • 승인 2021.12.18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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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매체 없이 대사, 음악, 효과음 등으로 오감 자극
웹툰과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오디오 드라마 높은 호응
‘듣는 드라마’의 성장세... 애니메이션 사업 성장도 기대

“오디오 드라마는 소리만 듣고도 머릿속에 이야기가 펼쳐지는 느낌이라 너무 재미있어요.”

대학생 송 모(22) 씨는 요즘 오디오 드라마에 푹 빠졌다. 캐릭터의 당찬 목소리, 흥미진진한 효과음 소리는 송 씨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했다. 오디오 드라마는 시각적 매체를 대신해 말, 음악, 효과음, 묵음과 같은 소리로만 표현하는 드라마이다. 송 씨는 버스 안에서 드라마를 듣기도 하고, 과제할 때나 잠자리에서 켜놓기도 하는 등 휴대폰 하나로 어디서든 자유롭게 오디오 드라마를 즐기고 있다.

최근 오디오 드라마는 여러 가지 신작들을 서비스하기 시작하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호응을 보이고 있다. 보는 드라마가 익숙한 우리에게 ‘듣는 드라마’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한 것이다.

한 청취자가 집 바깥에서 스마트폰으로 오디오 드라마를 듣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태희).
한 청취자가 집 바깥에서 스마트폰으로 오디오 드라마를 듣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태희).

현재 네이버 오디오클립, 윌라, 밀리의 서재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오디오 드라마를 제공하고 있다. 오디오클립은 ‘재혼 황후’, ‘구르미 그린 달빛’ 등의 인기작들을 포함해 총 142개의 오디오 드라마 채널을 서비스 중이다. 공포, 로맨스, 판타지 등 작품의 장르 또한 다양하다. 윌라는 김진명 작가의 ‘고구려’ 시리즈와 같은 소설 원작의 오디오 드라마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자체 제작으로 완성된 독점 오디오북 또한 제공 중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오디오북 스토리텔에서 ‘해리포터’ 시리즈의 한국어판 오디오북 서비스를 개시하기도 하는 등 오디오 드라마는 계속해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에서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들을 제공하고 있다(사진: 윌라 공식 홈페이지 캡처).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에서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들을 제공하고 있다(사진: 윌라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오디오북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에서 발표한 2021년 윌라 연말 결산에 의하면, 올해 윌라 이용자들의 총 청취 시간은 1330만 시간으로 집계됐다. 이는 514만 시간이었던 전년 대비 2.6배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누적 다운로드 수 역시 전년(180만) 대비 1.5배가량 상승한 270만 건으로 집계됐다.

어떤 오디오 드라마의 수요가 높을까? 대체적으로 웹툰, 웹소설 등의 원작 기반 오디오 드라마가 높은 인기를 보였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높은 구독자 수를 기록한 ‘문제적 왕자님’, ‘재혼 황후’ 등은 웹소설을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한 작품이며, ‘바른연애 길잡이’는 네이버 인기 웹툰을 오디오로 제작한 것이다. 오디오 드라마를 자주 듣는 청취자 최 모(24) 씨는 “아무래도 유명한 작품일수록 궁금증을 자극하기 때문에, 웹툰이나 웹소설로 만든 오디오 드라마를 선택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던 작품이 오디오로 어떻게 재탄생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원작과 비교하며 보는 맛도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오디오 드라마 카테고리를 구독자 순으로 나열한 모습이다(사진: 오디오클립 공식 홈페이지 캡처).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오디오 드라마 카테고리를 구독자 순으로 나열한 모습이다(사진: 오디오클립 공식 홈페이지 캡처).

듣는 드라마는 휴대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마치 음악을 듣듯이 부담 없는 청취가 가능하다. 단순히 성우들의 연기만 들어간 것이 아니라 책장을 넘기는 소리,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 등 다양한 효과음과 BGM(배경 음악)을 추가하기 때문에 더욱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시각적 매체가 없으니 청취자들의 상상력이 더욱 발휘되어 자신만의 몰입이 형성된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웹툰이나 웹소설을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항상 그림으로 보던 소리 없는 캐릭터가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에 대한 기대감도 느낄 수 있다. 웹툰 ‘바른연애 길잡이’를 기반으로 제작된 오디오 드라마의 청취자 박 모(22) 씨는 “내가 즐겨보던 웹툰의 캐릭터들이 이런 목소리일까 싶어서 재미있다. 내가 생각했던 목소리와 느낌이 비슷하면 반갑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오디오 드라마는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것일까? 회사에 따라 제작 환경은 다르지만, 보통은 드라마 속 캐릭터들을 연기할 성우 캐스팅이 우선이다. 해당 배역에 대한 오디션을 진행해서 연기자들을 뽑은 후, 드라마를 제작하기 전에 전 배역이 모여 연출가와 대본 리딩을 한다. ‘악녀의 남주님’, ‘남편이 미모를 숨김’,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 등의 오디오 드라마에 참여한 KBS 44기 전속 성우 김희승 씨는 “이렇게 리딩을 하는 이유는 연출가의 의도를 전달하고 연기자들끼리 자신과 상대방의 연기톤, 캐릭터성을 미리 체크해 보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역시나 회사마다 상이하지만, 오디오 드라마의 녹음은 특이하게도 녹음 부스 4곳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다시 말해 성우들은 각자 다른 부스에 들어가지만 귓속에 집어넣어 사용하는 인이어(in-ear) 이어폰을 통해 상대방의 연기를 들을 수 있고, 서로 다른 공간에서 동시에 대사를 주고받으며 녹음하는 것이다. 이렇게 녹음을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김희승 성우는 “그냥 자기 대사만 따면 대사를 주고받는 호흡이 살지 않고, 그렇다고 같은 부스에서 여러 명이 녹음을 진행하면 후반 작업이나 효과를 입히는 것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림과 같이 시각적 요소가 없는 오디오 드라마의 특성상 성우들이 주고받는 대사의 생동감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 그렇게 녹음한 연기 파일에 효과음, BGM, 군중 소음 등 부가적인 오디오를 추가해서 완성본이 탄생한다.

오디오 드라마의 성장은 성우 활동 분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줄 수 있다. 방송사들이 외화나 애니메이션의 더빙을 점점 줄이는 추세이고, 라디오의 입지 역시 좁아지다 보니 성우들의 무대가 계속해서 축소되어 온 것이 사실. 그러나 오디오 드라마가 계속해서 제작된다면 성우들의 일거리는 자연스레 늘어나고, 연기자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확장된다. 김희승 성우는 “단순 수익 증대의 느낌이 아니라 연기자로서의 정체성을 되찾는 일 같기도 하다”라며, “연기자는 무대 위에서 크는 법이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좋은 무대가 더 늘어나서 연기자들이 양질의 연기를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듣는 드라마’는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김희승 성우는 오디오 드라마가 웹툰, 웹소설을 기반으로 둔 채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디오 드라마의 제작만을 위해 쓰인 오리지널 각본들보다는, 인기 있는 원작을 오디오화한 작품들의 미래가 밝다는 것. 소설을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이영도 작가의 판타지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의 오디오 드라마는 매출 1억 원 돌파라는 큰 성과를 얻기도 했다. 최근에는 웹툰을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할 때 오디오에 그림을 합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텀블벅’ 등의 플랫폼을 통해 일정 금액을 후원한 이들에게 드라마를 제공하는 ‘크라우드 펀딩’ 형식으로 조금씩 제작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수를 대상으로 오디오 드라마가 대중화될 수 있다. 김희승 성우는 “만약 미래에 사람들이 계속해서 오디오 드라마를 찾게 되어 크게 대중화된다면, 이는 애니메이션의 성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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