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30년 베테랑 기자의 한국 현대사 증언과 기록, 그리고 진실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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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30년 베테랑 기자의 한국 현대사 증언과 기록, 그리고 진실 찾기
  • CIVIC뉴스 칼럼니스트 차용범
  • 승인 2022.03.06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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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비평집 '나는 진실이 궁금했다'
이광우 지음 | 마음서재

'나는 진실이 궁금했다'(마음서재)는 부산지역 언론 30년 베테랑 기자, '뉴스 아고라' 이광우 대표의 시사평론집이다. ‘상식과 합리’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 현대사 정치, 사회, 문화의 면면을, 냉정한 시선으로 날카롭게 비판하며 둔중(鈍重)한 필치로 엄하게 기록하고 있다.

진실을 감추는 수상한 정치, 모두가 아는 진실조차 왜곡하고 호도하는 언론, 본질을 놓쳐버린 시민단체와 총학생회…, 한국 사회의 폐부를 발라내는 영역에는 어떤 한계도 없다. 사회·문화·종교 등 각계각층의 유명인에 관한 ‘그때는 차마 하지 못한 이야기’들도 오롯이 골라 담고 있다.

특히 한국 언론계에 관한 부분. 어제와 오늘의 전반적 상황을 들여다보는 한편, 부조리가 횡행하고 법치주의가 위협받는 현실에서, 왜 바로 선 언론이 필요한지를 절감하게 한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를 들어, 우리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결사의 자유 같은 기본권의 중요성을 신앙처럼 강조한다.

지난해 하반기 여당이 집요하게 추진하다 좌초한 ‘언론징벌법’ 개정 파동을 보는 눈도 그렇다. 그는 ‘허술하고 황당한 법안’이란 표현으로, 언론의 자유를 옥죄려는 권력의 불순한 의도를 비판하며, 미국 언론 현장에서 본 사례를 덧붙인다. 한국기자협회 한미언론교류단 일원으로 방미, 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비정파적 민간재단 프리덤 포럼(The Freedom Forum)을 찾았을 때의 기억이다.

“언론의 자유는 끊임없는 투쟁의 산물이다”, 포럼 관계자가 누누이 강조했다. 재단 내 언론전시관 ‘뉴지엄(Newseum)’의 한 벽면에는 명사들이 쓴 언론 관련 ‘명언’들이 적혀 있다. 그중 세계적 팝 가수 마돈나의 말, “Freedom of speech is better than sex(언론의 자유는 섹스보다 낫다)”도 있다. 저자는 이 문장을 책의 앞 띠지에 내세웠다.

책을 읽은 정해영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구성원 변호사·동아대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덧붙였다. “나는 저자가 헌법상의 권리인 ‘언론의 자유’를 얼마나 중시하는 분인지, 또한 얼마나 치열하게 ‘워치독’의 역할을 수행했는지 하는 것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부산지역 언론 30년 베테랑 기자의 시사평론집 '나는 진실이 궁금했다' 표지. 저자는 현재 '뉴스 아고라' 대표를 맡고 있으며,  늘 예리한 눈과 둔중한 필치로 한국 사회를 감시, 비판, 기록하고 있다(사진; 교보문고).
부산지역 언론 30년 베테랑 기자의 시사평론집 '나는 진실이 궁금했다' 표지. 저자는 현재 '뉴스 아고라' 대표를 맡고 있으며, 늘 예리한 눈과 둔중한 필치로 한국 사회를 감시, 비판, 기록하고 있다(사진; 교보문고).

제1부 ‘정치가 수상하다’와 제2부 ‘우리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책의 주축이다. 저자가 경험한 역사적 진실을 소환, 오늘의 정치 및 사회 현실을 비교, 비판, 기록했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초원복국 사건’, 영화 ‘남산의 부장들’과 ‘부마 사태’, 문재인의 ‘운명’, '조국은 겉멋이 잔뜩 든, 붕 떠 있는 친구다', '오세훈은 과연 생태탕 매운탕을 먹었나', 국군통수권자가 ‘소시오패스’라면?, ‘역사왜곡단죄법’을 단죄하라… 제목에서 짐작하듯, 그는 직진의 필체로 현실정치를 비판한다.

시민단체 유감 ① ‘윤미향 사태’와 ‘단체 이름 품앗이’ 관행, 시민단체 유감 ② 시민단체는 정관계 진출의 교두보인가, 시민단체 유감 ③ ‘내로남불’ 선거개입, 김명수 대법원장과 형사과장의 거짓말, “검찰은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다”, ‘추미애 아들 사건’과 전략적 봉쇄소송, ‘조국 재판’과 ‘기억 오염’ 이론, 신(新)적폐의 적폐청산?-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의 삿된 행태…. 저자는 오늘도 잠시 쉴 새 없이, 현실을 보고, 진실을 찾으며, 역사를 기록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시사비평의 각 편을 읽으며 놀라는 사실, 저자가 갖는 균형감각이다. 책을 추천한 이들의 공통적 키워드도 그 놀랄 만한 ‘균형’이다. 지금은 ‘보수’와 ‘진보’란 단어가 무의미한 시대다, 보수와 진보라는 대립 구도를 넘어서서 ‘변통’이라는 큰 시각을 열어주는 책(박청화 청화학술원 원장), 글들은 신랄하나 따뜻한 인간미가 넘친다, 세상에 대한 시선은 따뜻해서 흔히 비판에 따르는 불편함이 없다(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저자는 말한다. 이념적으로는 진보-보수란 단어를 다 싫어하며 상식과 합리를 존중한다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며, 그중에서도 언론과 사상의 자유가 모든 자유의 시작과 끝이라고 믿는다고. 그는 지금 인터넷신문 ‘뉴스 아고라’의 대표 겸 발행인을 맡고 있다. ‘뉴스 아고라’의 슬로건은 ‘자유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호모 사피엔스들의 공론장’이다.

저자는 우리 정치, 사회, 문화를 비평할 만큼의 경력과 역량을 축적한 언론인이다.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고, 부산일보에서 30년 가까이 재직하며 사회부장, 등기이사, 자회사 ‘김해뉴스’ 초대 사장을 지냈다. 또 부산시기자협회장,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부산일보 노조위원장, 전국언론노조 부위원장 겸 중앙집행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한국 언론계의 전반적 상황을 들여다보고 이해할 역정이다.

그렇다. 저자는 온 사회생활을 ‘기록하는 사람(記者)’과 ‘말과 글을 통해 생각을 드러내는 사람(言論人)’으로 살았고, 오늘도 그렇게 살고 있다. 글쓴이도 연전 '시빅뉴스'에서, 그와 ‘동시대인(同時代人)'으로 산 적이 있다. 글쓴이의 눈으로, 그는 올곧은 언론인의 품성과 기질을 지닌 천생 ’기자‘다. 이 책의 주요 부분이 당대의 현실을 예리하게 주시하며 신랄한 비판을 하고 있음을 보면, 그는 한 순간도 그의 입지를 잊지 않고 사는 것 같다.

저자는 책을 내며 내심을 밝혔다. 그는 30여 년 언론 생활을 했으나 그 실체를 오롯이 다 적을 수는 없었다고, 적절한 지면을 확보할 수 없었던 적도, 데스크한테 막힌 적도, 사회적 분위기를 살펴서 자기검열을 한 탓도 있었다고. 그게 참 마음에 걸렸다는 것이다. 해야 할 말, 기록해야 할 것들을 흘려보낸다는 건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고, 이 난감함과 부채감을 털어내고 싶었다고.

이 책으로 그는 그간의 부채의식은 어느 정도 털어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여전히 남은 몫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지녀온 균형감각과 예리한 필력 위에서, 하루도 쉬임없이 한국사회를 감시하고 비판하며 기록하는 일이다. 저자가 책의 뒷 띠지에 올린 문맥이 선명하다. “수상한 정치가 진실을 항상 감춘다. 당연히 해야 할 말과 기록해야 할 것들을 기자가 그냥 덮는다는 것은 하나의 범죄다!”. 저자의 ‘현재진행형’, 오래도록 건투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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