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우 칼럼]사이비 전성시대
상태바
[이광우 칼럼]사이비 전성시대
  • 대표/발행인 이광우
  • 승인 2019.04.24 1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표 / 발행인 이광우
대표 / 발행인 이광우

근래 들어 위선 혹은 위선자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기독교(가톨릭과 개신교)와 유교의 관점에서 이 부분에 대해 묵상해 보았습니다.

▶부활절=지난 21일은 부활절이었습니다. 부활절을 맞아 예수의 생애를 더듬어 보았습니다. 예수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지만, 동시에 위선자들을 많이 미워했습니다. 예수는 율법학자와 바리새인들을 위선자로 규정했습니다.

율법학자와 바리새인들은 성경 공부를 열심히 했고, 금식 기도와 십일조 같은 종교 의식을 잘 지켰습니다. ‘모범적인 종교인’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는 이들이 권력과 이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하느님/하나님을 이용하고 있을 뿐, 정의 헌신 자비 겸허 이런 미덕과는 거리가 멀다고 판단했습니다.

예수의 일갈이 매섭습니다.

“너희 같은 위선자들은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는 겉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죽은 사람의 뼈와 썩은 것들이 가득 차 있는 회칠한 무덤과 같다. 너희도 겉으로는 옳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속은 위선과 불법으로 가득 차 있다.” (마태복음 23장 29~30절)

참고로 유대인들의 묘는 평장인데, 무덤이란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1년에 한 번 씩 무덤에 회칠을 했다고 합니다. 회칠한 무덤은, 겉으로는 산뜻해 보이지만 그 속은 썩은 시체와 벌레가 들끓는 더러운 곳입니다.

예수의 분노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더욱 더 고조되고 있습니다.

“뱀 같은 자들아! 독사의 새끼들아! 너희가 어떻게 지옥의 심판을 피하겠느냐?” (마태복음 23장 33절)

예수가 정의로운 척, 자비로운 척, 겸손한 척 하는 위선자들을 어떤 식으로 대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논어>와 <맹자>=공자와 맹자는 ‘향원’을 미워했습니다. 향원은 점잖고 진실 돼 보이는 사람을 말합니다. 공맹은 향원을 사이비, 즉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경멸했습니다.

사이비에 관한 이야기는 <논어>에도 약간 비칩니다만, <맹자>에 더 소상하게 적혀 있습니다. 종합해서 대화식으로 풀어쓰면 이러합니다. 제자가 공자에게 묻는 장면입니다.

“향원이라고 하면 좋은 사람일 터인데, 왜 ‘덕의 도적’이라 여기는 것인지요?”

“나는 ‘같고도 아닌 것(사이비)’을 미워한다. 향원은 딱히 비난할 구석이 없으며 청렴결백한 군자 같고 충심과 신의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겉모습만 그럴 뿐이다.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그를 좋아하며, 향원 스스로도 옳다고 여기는데, 성인의 도를 행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그래서 ‘덕의 도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세상의 사이비한 인간을 미워한다. 돌피는 잡초에 불과하나 벼 포기와 비슷한 까닭으로 더욱 성가시다. 수작이 능한 자를 미워함은 정의를 교란하기 때문이다(…)향원을 미워하는 까닭은 진정한 덕을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 사회는 어떻습니까.

얼마 전에 끝난 국회의 인사 청문 내용은 참혹했습니다. “인사청문회 후보자들(…)가면을 벗기자 거짓과 위선만 남았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보수는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탈세, 원정출산, 병역기피, 직권 남용 등으로 지탄을 받았는데, 진보는 위선, 거짓말, 가족 탓을 더했고, 정의와 양심으로 분칠했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종교계에서는 조세 저항을 획책하는 ‘율법학자와 바리새인’이 있고, 시민단체들 중에서는 진영논리에 따라 언행을 달리하는 사이비들이 보입니다.

여론조사(기관)를 조사해야 한다는 말도 횡행하는 형편이니, 무언가를 선뜻 믿기가 힘든, 어지러운 시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못 불안한데, 주위를 둘러보니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역시 불안해 하는 듯해서 더더욱 걱정입니다.

<바리새인>
‘분리된 자, 거룩한 자’란 뜻이다. 율법을 철저히 지키며 불결하고 부정한 것으로부터 분리해 나온 무리를 말한다. 엄격한 율법 준수와 모범으로 유대인들로부터 신망과 존경을 받았고, 회당 조직을 통해 유대 사회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그러나 예수는 당시의 바리새인들이 형식주의, 율법주의, 극단적 분리주의, 권위의식에 빠져 있다며 책망했다. ‘바리새인’은 오늘날에도 겉과 속이 다른 자, 형식적 경건주의자, 권위의식에 사로잡힌 자를 비아냥거릴 때 사용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교회용어사전에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