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우 칼럼]누가 참이고, 누가 거짓인가-전광훈, NCCK, 김용민 들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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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우 칼럼]누가 참이고, 누가 거짓인가-전광훈, NCCK, 김용민 들을 보며
  • 대표/발행인 이광우
  • 승인 2019.06.1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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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과 거짓의 우화

옛 유럽의 어느 나라에 참과 거짓에 관한 우화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나라를 특정하지 않은 이유는 호모 사피엔스 즉, 현생 인류가 있는 곳이면 다 해당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어느 날, 참과 거짓이 연못에서 목욕을 했습니다. 거짓이 먼저 나와 참의 옷을 입고 가버렸습니다. 참은 차마 거짓의 옷을 입을 수가 없어서 숲속에 들어가 전전긍긍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거짓은 참 행세를 하고 다녔습니다.

이 우화는 지역에 따라 살이 더 붙고 떨어지고 한 탓에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긴 합니다만, 얼개와 전달하려는 바는 동일합니다. 날것으로서의 진실은 늘 외롭고 답답하며, 참의 옷을 걸친 거짓은 대명천지를 떳떳하게 활보한다는 것입니다.

미상불, 대한민국이 아수라장입니다. 참과 거짓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어서 그렇습니다. 어지간히 눈이 밝고 내공이 깊은 사람이 아니라면, 선뜻 시시비비를 가리고 사리분별하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아예 ‘가짜뉴스 ’와 ‘팩트체크 (사실 확인 )’란 말이 횡행하고 있고, 진보와 보수는 공히 조롱의 대상이 되어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가짜 진보’와 ‘가짜 보수’이겠습니다만.

어느 순간부터 진보와 보수 앞에 민망한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수식어의 종류는 양아치, 사이비, 얼치기, 바보, 꼴통 등등으로 다양한데, 모두 경멸과 혐오의 정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참 진보는 거짓 진보가 활개 치는 모습을 보면서 난감해하고 있고, 참 보수는 거짓 보수의 기세 앞에서 난처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광훈, NCCK, 김용민 그리고

급기야, 종교까지 가세했습니다. 보수 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인 목사 전광훈 씨의 발언이 발단입니다.

전 씨는 지난 5일 시국선언문이란 걸 내놓은 데 이어 7일에는 성명서란 것도 발표했습니다. (‘-이란 걸’ ‘-것도’란 표현을 쓴 이유는 한기총의 일부 사람들이 ‘임원회의를 거친 게 아니라서 무효’라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전 씨는 이 글들을 통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전 씨와 대변인에 따르면 이들은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어 사회주의 국가 또는 공산주의 국가로 가려는 여적 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에,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자유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개신교계 일부가 반발했습니다.

‘한기총을 사랑하고 기도하는 모임(한사모)’ 소속 총회 대의원 145명은 지난 8일 성명서를 냈습니다. 한사모는 전 씨를 향해 “한기총 대표회장직을 내려놓고 재신임을 받든지, 한기총 대표회장직과 목사직을 사표 내고 정치가가 돼라”고 요구했습니다.

한겨레신문의 보도를 보니, 속사정이 좀 나옵니다. 한기총은 2010년까지만 해도 개신교계의 대표적인 연합기관이었습니다. 소속 교단들의 회원 수가 약 1200만 명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2012년부터 금권 선거와 ‘이단’이란 말을 듣는 특정 교단에 대한 회원 인정 여부 등을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이 일었습니다. 그러다 구성원의 70%가 한기총을 탈퇴해 한국교회연합 (한교연 )을 세웠습니다. 지금의 한기총은 ‘군소 교단의 집합체’란 평을 듣고 있다 합니다.

전 씨는 군소 교단인 예장대신(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백석대신) 출신인데, 그동안 네 차례 기독교 정당을 만들었고, 2016년 총선에서는 그가 창당한 기독자유당이 62만 표, 2.6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합니다.

요컨대, 전 씨는 ‘기독교계의 정치세력화’와 자신의 정치권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도 굳이 부인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보수 성향의 한기총과 달리 진보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회협)도 지난 10일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교회협 총무인 목사 이홍정 씨와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인 목사 최형묵 씨 명의의 입장문입니다.

NCCK는 입장문에서 전 씨의 언행을 두고 ‘참담한 반기독교적 스캔들’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

이 입장문에는 ‘거짓’이란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연합운동에 대한 몰역사적 인식과 거짓된 통계를 기반으로 대중을 호도’ ‘권력정치의 집단적 광기에 몰입된 거짓 선지자의 선전선동’ ‘진리를 떠나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거짓과 술수로 대중을 선전선동하며 기득권을 누리려는 자들’ 등입니다 .

그러자, 전 씨가 맞받아쳤습니다. 한기총은 지난 11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연석회의를 열었는데, 전 씨는 이 자리에서 NCCK와 비판자들을 ‘거짓 기독교인’으로 규정했습니다.

NCCK에 대해서는 정체성을 문제 삼았습니다. 주한 미군 철수, 반공교육반대 같은 시국선언을 한 단체란 것이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NCCK는 자유한국당에게 비판적이거나 불리한 성명을 더러 냈고, 2016년 11월 3일에는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에게 희망을 두지 않겠다’는 제목의 대통령 퇴진 시국선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양쪽 다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한 바 있고, 서로를 ‘정치색을 띤’ 거짓이라 부르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던 차에, 지난 12일 평화나무란 기독교 시민단체가 전 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습니다. 막말을 동원한 내란선동과 내란음모 혐의입니다.

그런데, 이 단체의 이사장은 김용민 씨입니다. 김 씨는 팟캐스트 ‘나꼼수’의 일원으로서, 지난 2012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후보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사람입니다.

당시 김 씨는 2004~2005년 인터넷방송 ‘라디오21’의 ‘김구라 한이의 플러스 18’ 코너에서 성폭행, 노인 비하, 인권 유린, 기독교 모독 등등의 막말을 쏟아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인터넷상에는 ‘김용민 막말’ 동영상과 글들이 넘쳐나고 있는데, 참으로 무지막지하고 가관입니다. 예를 들자면, 김 씨는 2004년 11월 7일 방송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언급하며 “(미국에서)북한을 반대하는 세력이면 민간인이고 뭐고 간에 총으로 갈기는 거예요...학교고 나발이고 다 쏴 죽이는 거예요”라고 폭언을 했습니다.

2005년 2월 5일 방송에서는 호주제를 언급하면서 “호적을 실질적으로 좀 바꿔야겠다. 부인 아닌 사람 그 어떤 여자하고도 떡(성관계)을 치더라도 항상 거기 호적에 기재가 될 수 있도록”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예 “동사무소에서 ‘삑’ 소리가 나서 보면 아버지랑 아들이 구멍동서구나, 이런 경우가 발생하는...”이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여성 미국 국무장관 라이스에 대해서는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보내 강간하고 죽여버려야 한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다시, 참과 거짓의 우화

이쯤 되고 보니, 글을 쓰는 입장에서도 애초에는 전선이 명확했는데, 어느 순간 누가 진정한 참이고 누가 확실한 거짓인지 헷갈리는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혹시 도긴개긴, 오십보백보는 아닌가, 정신을 집중해서 파악을 해야 하는 형편이 돼 버렸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지식과 관찰 결과가 쌓일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에는 보도 매체가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보수?)인지, 한경오(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진보?)인지도 따져보아야 하고, 발언자와 발언 단체의 이력까지 찾아보아야 하는 수고로움이 생겨버렸습니다.

무엇이든 선뜻 믿기가 어려워졌다는 뜻입니다. 이래저래 우리 사회에 대한 불안감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참된 답을 내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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