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쓸쓸한 사람이 꼭 봐야할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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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쓸쓸한 사람이 꼭 봐야할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
  • 부산시 금정구 고여진
  • 승인 2019.09.2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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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울고 웃으며, 똑같은 일을 반복하기도 하고, 때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을 일을 피해 도망가기도 하며 산다. 모든 사람의 일상은 온전하지 못하다. 가족의 결핍, 돈의 결핍, 시간의 결핍 등을 안고 살아간다.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는 일상의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섬뜩하면서도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 홍보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 홍보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는 유은정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 기존 작품들처럼 일상이라는 큰 주제를 배경으로 진행되지만, 이번 영화는 독특한 점이 있다. 바로 유령의 존재다. 어느 날 자신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혜정은 유령이 되어 시간을 거슬러 가게 된다. 죽기 전까지의 날들을 하루하루 거슬러 가며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마주친다.

주인공 혜정은 열악한 도시에서 홀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공장 일이 끝나면 조용히 집에 돌아와 잠드는 무의미한 삶을 보낸다. 그녀에게 구애하는 남자에게도 자신은 사랑을 잘할 자신이 없다며 등을 돌리며 남을 밀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잠에서 깬 그녀가 본 것은 살해당한 자신의 모습이다. 그녀는 자기가 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아무런 이유조차 모른다. 그녀는 유령이 된 후, 시간을 거슬러 죽음의 진실을 향해 찾아간다.

영화에서 보통 유령은 공포의 소재로 많이 쓰이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렇지 않다. 평소에도 유령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던 혜정이 진짜 유령이 되어서는 자신의 삶을 되돌리기 위해 발악하고 그 과정 속에서 알게 되는 주변 인물들과 얽히게 된다. <밤의 문이 열린다>에서 유령은 혜정이 자신의 삶에 대한 소중함에 대해 알게 하고 주변 인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다.

혜정은 유령이 되고서야 자신의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게 된다. 혜정의 주변에 나타난 수양과 효연의 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롭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 남을 죽여야 했던 효연과 그런 효연 때문에 아버지를 잃고 죽어가는 수양, 그리고 수양은 유령이 된 혜정을 유일하게 느낄 수 있는 존재다. 이 셋은 연결성은 영화를 보면서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여성들이 살아가면서 가질 수 있는 두려움과 먼저 손을 내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씁쓸함, 그리고 죽음을 통해 느끼는 삶의 소중함은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고 그 속에서 끊임없이 피곤함을 느끼는 나는 혜정처럼 점점 유령이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의 끝에서 혜정은 밤의 문을 열고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영화 초반과 달리 자신에게 호감을 표하는 남성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장면에서 나는 왠지 모를 따뜻함을 느꼈다. 혜정뿐만 아니라 나도 삶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지 않았나 생각한다. “내일이 없는 유령은 사라지지 않기 위해 왔던 길을 반대로 걷는다.” 우리는 유령이 되지 않기 위해 주변의 것들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해야 한다. <밤의 문이 열린다>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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