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을 일깨우는 영화 ‘아이 필 프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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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을 일깨우는 영화 ‘아이 필 프리티’
  • 부산시 해운대구 정수아
  • 승인 2019.09.3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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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 필 프리티'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아이 필 프리티'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나는 고교시절 매일 수도 없이 거울을 들여다봤다. 거울 속 못생기고 칙칙한 나를 보면 자신감이 뚝뚝 떨어졌다.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세상은 너무 열려있고, 나처럼 못생긴 사람에게는 정말 가혹했다. 나는 수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올라간 자리에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은 한 걸음에 올라와 있었다. 이런 외모가 만들어내는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크게 느껴졌다. 대학교에 올라오니 예쁘고 멋진 사람들이 더 많았다. 각자의 개성이 흘러넘치는 옷과 머리 스타일, 화려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 있게 걷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왜 그들처럼 당당하지 못할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내가 그들과 비교해 떨어지는 외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 확신은 영화 <아이 필 프리티>를 보면서 서서히 바뀌었다.

주인공 ‘르네’는 뚱뚱하고 못생겼다. 유튜브를 보면서 예쁜 사람의 헤어스타일을 따라 해보지만 거울 앞에 있는 사람은 여전히 르네였다. 화장을 하고 자신을 꾸며도 만족스럽지 않은 르네의 모습이 꼭 나와 같았다. 르네는 뚱뚱한 자신을 바꾸기 위해 스피닝 헬스에 등록했고 운동 시간에 넘어져서 머리를 부딪치고 만다. 그 충격으로 인해 르네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지만, 자신의 눈에는 자기가 아주 예뻐 보이게 된다. 르네는 그 뒤로 자신감을 얻는다. 지금까지 외모 때문에 포기했던 본사 접수원 자리도 합격하고 자신만을 바라보는 남자친구도 생기게 된다. 또 그녀를 따르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게 된다. 그녀의 외모는 전과 같았지만 자신감 넘치고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말하는 그녀의 털털하고 멋진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매료시킨다. 하지만 다시 머리를 다치게 되면서 르네의 눈에 자신의 원래 모습이 보이게 된다. 다시 자신감을 잃은 르네가 거울을 보는 표정은 확실히 자신감 넘치던 전과는 달랐다. 분명 같은 외모인데도 더 우울해 보였다. 하지만 곧 자신이 이룬 결과는 아름다운 외모 덕이 아닌, 자신감 덕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있는 그녀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고등학교 때의 나는 항상 남이 먼저였다. ‘나는 못생겼으니까’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했고, 남들 앞에서 재밌어야 했고, 남들로부터 질책 받아야 했다. 나는 항상 나를 구겨가면서 친구들에게 웃음을 줬고, 그런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성형을 했다. 성형을 하면 친구들도 손쉽게 생기고, 조금은 나답게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친구들은 원래 내 모습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그땐 성형을 해도 못생긴 내 얼굴 탓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더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은 내 외모가 아니고 착하고 잘 웃는 나의 내면을 보고 좋아해 줬구나.’

“왜 사람들이 외모만 본다고 생각해? 우리가 너랑 친구인 이유는 네가 재밌고 착해서야. 너의 목표는 고작 예뻐지는 거였어?” 르네의 친구들이 르네에게 한 말이다. 나도 항상 외모 탓으로 돌렸다. 나의 꿈은 고작 예뻐지는 게 아닌데, 나는 예뻐지면 모든 걸 얻을 수 있을 거라 착각했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내 외모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외모지상주의 뒤에 숨어서 내 얼굴 탓만을 하고 살아온 건 아닌가 하고 반성했다. 르네처럼 나를 알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것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못생긴 것보다 예쁜 게 좋다고는 하지만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행복한 삶이 아닐까?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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