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시트’ 히트 그후...건물 옥상문 개폐 논란 ‘시끌’
상태바
영화 ‘엑시트’ 히트 그후...건물 옥상문 개폐 논란 ‘시끌’
  • 취재기자 이성혁
  • 승인 2019.09.29 14: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적으로 열려 있어야 할 곳, 범죄 우려로 닫힌 곳이 대부분
자동개폐장치 등 법조항 보완됐어도 현장에선 여전히 준수 여부 미흡

“왜 옥상문은 다 잠가두는 거야?” 영화 <엑시트> 중 남녀 주인공이 가스 테러로 도심 전체가 유독가스로 뒤덮여서 옥상 대피로를 찾는 장면에서 나온 대사다. 최근 재난 영화 <엑시트>가 히트하면서 영화 속에 생사를 가를 옥상문 개폐 문제가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 ‘엑시트’ 공식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엑시트’ 공식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과연 현실에서도 옥상문은 굳게 잠겨있을까? 9월 초 부산시 남구와 수영구 일대의 일부 아파트, 원룸, 상가 등의 옥상문 개폐 실태를 시빅뉴스가 현장 취재한 결과, 상가 4곳 중 2곳은 잠겨있고, 1곳은 열려있었으며, 나머지 1곳은 옥상으로 통하는 길조차 찾기가 어려웠다. 또한 아파트 4곳과 원룸 4곳을 둘러본 결과, 아파트는 4곳 중 1곳의 옥상문만이 열려있었고, 원룸도 마찬가지로 1곳만 열려있고 나머지 3곳의 옥상문은 접근이 불가능했다. 옥상문 자동개폐시설을 설치하거나 안내 스티커를 붙인 곳도 있었으나, 여전히 옥상문은 굳게 닫힌 곳이 많았다.

부산시 남구 대연동 일대의 상가, 한 곳은 활짝 열려있고 다른 곳은 안내 문구 없이 굳게 닫혀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성혁).
부산시 남구 대연동 일대의 상가. 한 곳은 활짝 열려있고 다른 곳은 안내 문구 없이 굳게 닫혀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성혁).

건물 관계자들이 옥상을 막아두는 이유는 안전 때문이다. 한 상가 관계자는 “술에 취한 사람이 올라가 떨어지는 등 사고를 내면 건물주와 임차인이 함께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늘 잠가두고 있다”고 말했다.

원룸 건물 주인인 김모(47, 부산시 남구) 씨는 “주위에 고등학생들이 몰래 들어와서 담배를 피우고 가는 경우가 많아 옥상문을 잠가두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의 인지 여부에 관해 물으니, 김 씨는 “알고는 있는데, 화재가 쉽게 나는 것도 아니고 내 건물에 피해가 가는 것이 싫어서 옥상문을 잠갔다”고 말했다.

건축법상 옥상문 개방 의무는 피난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건물이나 주택법상 공동주택(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기숙사)일 경우에만 있다. 여기서 피난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건물은 5층 이상이고 제2종 근린생활시설(주택가와 인접해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도울 수 있는 시설)을 운영 중인 건물에만 적용된다. 제2종 근린생활시설의 예로는 공연장(바닥 면적의 합계가 500m²미만인 것), 종교집회장(바닥면적의 합계가 500m²미만인 것), 청소년게임제공업소(바닥면적의 합계가 500m²미만인 것), 금융업소(바닥면적의 합계가 500m²미만인 것), 휴게음식점이나 제과점(바닥면적의 합계가 300m²이상인 것), 사진관 등이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이런 제2종 근린시설이 입점해 있는 5층 이상 건물은 옥상문을 개방해야 한다.

부산시 남구 대연동의 또 다른 상가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경고문을 붙여놓은 옥상문과 그 옆에 설치된 자동 개폐장치(사진: 취재기자 이성혁).
부산시 남구 대연동의 또 다른 상가. ‘관계자 외 출입금지’ 경고문을 붙여놓은 옥상문과 그 옆에 설치된 자동 개폐장치(사진: 취재기자 이성혁).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 옥상을 항시 개방하는 것이 맞지만 소방법과 건축법 사이의 명확한 법적인 기준이 없는 게 문제다. 소방법에 따르면, 피난시설이나 방화벽 등을 폐쇄하거나 훼손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위의 내용처럼 건축법에 따르면, 피난시설은 5층 이상이고 제2종 근린생활시설이 입점한 일부 옥상에서만 적용되기 때문에, 5층 이상이지만 제2종 근린생활시설이 입점돼 있지 않다면, 옥상문을 열어놓을 필요가 없다. 또한 4층 이하의 주택 등은 소방법에 포함되지 않아 제2종 근린생활시설이 입점해 있어도 옥상문을 열어놓을 필요가 없다. 이 규정을 위반해도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될 뿐이다. 법이 적용되는 건축물이 제한적이고 처벌 수위도 낮다.

이런 문제를 고려해, 국토교통부에서 2016년 2월부터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비상시에만 문이 자동으로 열리게 하는 ‘자동 개폐장치’를 옥상문에 설치해야 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공동주택(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기숙사)에만 적용돼 실효성이 떨어지고, 이 법조항이 추가되기 전에 지어진 공동주택이나 상가들은 자동 개폐장치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한 소방관계자는 “옥상으로 통하는 길을 막아두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단순하게 옥상문을 잠가둔다고 해서 처벌할 수 있는 법은 현재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경찰은 범죄예방으로 닫아두는 것을 주장하고 소방관은 안전을 위해 열어두자는 입장 차이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경남 양산의 한 소방서에 근무 중인 노승우(24) 씨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항시 옥상문은 개방해 둬야 하지만, 소방시설이 작동하면 열리도록 설비가 돼 있으면(자동개폐장치) 잠겨있어도 상관없다. 시민들의 관심과 주의도 필요하지만 소방시설이 모든 건물에 잘 설비돼 방범과 안전을 모두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