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시설인데 주변은 '장애인 복지 사각지대'
상태바
장애인 시설인데 주변은 '장애인 복지 사각지대'
  • 취재기자 최경민
  • 승인 2019.10.01 16: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 연제구 거제동 곰두리스포츠센터 등
인도 턱 높아 휠체어 횡단보도에서 인도 못 올라가
재개발 공사장엔 임시 인도 좁아 , 교통 위험 요소 방치
곰두리스포츠센터·양지비전센터·양지직업재활원 앞의 교통 환경. 사람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보도는 시설 맞은편 인도뿐이다(사진: 취재기자 최경민).
곰두리스포츠센터·양지비전센터·양지직업재활원 앞의 교통 환경. 사람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보도는 시설 맞은편 인도뿐이다(사진: 취재기자 최경민).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는 부산곰두리스포츠센터, 양지비전센터, 양지직업재활원 등 장애인 시설이 한 데 모여 있다. 그런데 이들 시설 주변 교통 환경이 안전하지 않아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 교통약자는 물론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부산곰두리스포츠센터는 지역사회 장애인 체육관으로 이곳에서는 다양한 장애인 체육 및 재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고, 동시에 비장애인을 위한 체육시설로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양지비전센터와 양지직업재활원은 장애인들의 직업 적응 훈련과 직업 상담 등 직업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수시로 출입하는 이들 시설들의 주변 교통 환경에서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힘들다.

부산곰두리스포츠센터·양지비전센터·양지직업재활원의 이용하는 교통 약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주요 구역(사진: 다음 지도 캡처).
부산곰두리스포츠센터·양지비전센터·양지직업재활원의 이용하는 교통 약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주요 구역(사진: 다음 지도 캡처).

부산곰두리스포츠센터를 나서면 차도와 구분된 보도는 센터 맞은편 인도뿐이다(지도에서 ①번 참조). 하지만 횡단도로에서 인도로 올라가는 인도 턱이 높아 전동휠체어 이용자들은 인도로 올라가지 못한다. 휠체어 이용자들은 횡단보도와 인도의 연결을 매끄럽게 해주는 경사로가 절실히 필요하다. 휠체어를 타고 오고가는 시설 이용자들은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기 위해 그어진 주차금지 노란 선을 타고 이동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시설 이용객 보호자인 노선녀(67) 씨는 “장애인인 남편이 집에 돌아온 걸 눈으로 확인해야만 마음이 편안할 정도”라며 “휠체어에 일부러 색깔이 있는 가방을 걸어놓는다”고 말했다.

①인도와 횡단도로를 연결하는 경사통로가 없고 인도의 턱이 높아서 교통약자, 특히 전동휠체어 이용자들이 도로에서 인도로 올라오기 어렵다(사진: 취재기자 최경민).
① 인도와 횡단도로를 연결하는 경사통로가 없고 인도의 턱이 높아서 교통약자, 특히 전동휠체어 이용자들이 도로에서 인도로 올라오기 어렵다(사진: 취재기자 최경민).

최근 센터 주변에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교통약자들의 불편과 위험성은 더욱 커졌다(지도에서 ②번 참조). 길의 경사가 원래도 급한데다가 재개발 공사가 시행되면서 임시로 설치된 차도와 보행자 도로를 구분 짓는 교통시설물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시설물은 쇠막대, 밧줄, 시멘트덩어리 지지대가 전부다. 뿐만 아니라, 재개발 공사장 벽과 차도 사이에 겨우 준비된 보행자 도로는 전동휠체어가 다니기에는 너비가 좁아 교통약자들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센터 주변 아파트에 거주하는 최재문(50, 부산 연제구) 씨는 “경사도 가파르고 정돈되지 않은 길이라 교통약자들을 위한 안전하고 확실한 인도 확보와 관련 시설물이 하루 빨리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② 임시로 설치된 교통 시설물이 차도와 보행자 도로를 구분 짓고 있다. 보행자 도로는 휠체어 이용자들이 다니기에는 좁은 너비다. 뿐만 아니라 길이 정돈되지 않아 더욱 위험하다(사진: 취재기자 최경민).
② 임시로 설치된 교통 시설물이 차도와 보행자 도로를 구분 짓고 있다. 보행자 도로는 휠체어 이용자들이 다니기에는 좁은 너비다. 뿐만 아니라 길이 정돈되지 않아 더욱 위험하다(사진: 취재기자 최경민).

양지직업재활원은 시설 주변의 열악한 교통 환경을 시정해 줄 것을 구청에 요청한 바 있다. 재개발 이후 도로 파임이 심해져 길이 울퉁불퉁해진 탓에 휠체어의 바퀴가 터지거나 빠질 위험이 있어서 보완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구청은 도로 파인 곳을 메꾸는 조치를 해주었다고 한다.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박정수(50) 씨는 “파임을 메꿨다고는 하지만 교통약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편하다”며 “재개발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연제구 거제동 지역의 이런 교통 환경은 교통약자 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에게도 불편을 끼친다. 교통약자들을 위한 보행 환경이 열악해 교통약자들이 차도로 다니게 되면서 교통약자 뒤로 마을버스나 일반 승용차들이 멈춰서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차가 막힐 구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교통이 지체되는 것이다. 마을버스 탑승객 이혜영(49, 부산 연제구) 씨는 이런 상황에 대해 “교통약자 분들께도 위험한 상황이고, 15분마다 마을길을 다녀야 하는 마을버스인데 시간이 지체되다보니 버스 안에 타고 있는 마을 사람이나 마을 버스를 타야할 사람도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전동휠체어는 도로교통법상 ‘차’에 해당하지 않으며, 보행자와 동일한 취급 및 보호를 받는다. 따라서 차도가 아닌 인도를 통하여 통행해야한다. 양지직업재활원에서 근무하는 손성기(59) 씨는 “시설을 이용하는 교통약자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이 지역 보도와 차도의 분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