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사, 외국에선 ‘아티스트’, 국내에선 ‘범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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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사, 외국에선 ‘아티스트’, 국내에선 ‘범법자’
  • 취재기자 이지은
  • 승인 2019.09.3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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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례, 문신=의료행위... 외국처럼 문신사 법제화 검토할 만

문신사(文身士)는 아티스트인가, 범법자인가? 최근 문신 행위의 대중화 추세 속에서 문신사의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현행법은 문신을 의료행위로 보고 의료인만 시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문신행위는 대부분 비의료 문신사의 영업영역이기 때문이다.

문신의 대중화 추세 속에서 비의료 문신사의 자격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사진: pixabay).
문신의 대중화 추세 속에서 비의료 문신사의 자격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국내 문신사 1000여명은 지난 9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문신사 합법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직업자유 보장하라 전문직 인정하라", "범법자를 양성하는 세계유일 대한민국" 등의 팻말을 들어 올리며 문신사 법제화를 주장했다.

문신염료 제조사 더스탠다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영구 문신(눈썹, 아이라인, 입술 등)을 포함해 문신을 한 사람은 약 1300만 명. 문신사는 반영구, 영구를 합쳐 35만 명이 활동 중이다. 최근 문신이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 만큼 대중적 현상인 만큼, ‘문신사’를 따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다.

그러나 현재 국내 문신 시술은 대부분 불법이다. 우리나라에서 문신은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의료인만 시술할 수 있지만, 실제 문신 시술을 하는 의료인은 거의 없다. 비의료인이 문신 시술을 할 경우, 의료법 제27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영리가 목적일 경우에는 가중 처벌된다.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과 1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문신은 의료행위여서 의료인만 시술할 수 있다는 1992년 대법원 판례는 27년째 변함없다. 지난 17대 국회에서부터 19대까지 꾸준히 문신사 법제화를 위한 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입법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당연히 수사기관과 지방자체단체는 비의료인 문신시술을 단속한다. 문신사들은 언제 단속에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늘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숨어서 영업하는 문신사가 많다. 일부 문신사는 위장술까지 쓰고 있다. 네일샵, 화장품 가게로 사업자등록을 내고 문신 시술을 같이 하는 것이다. 부산 동래구 한 네일샵에서 반영구 문신 시술을 같이 하는 여 모씨는 “고객이 시술을 받으러 올 때마다 마음 한편이 불안하다”며 “단속 때문에 한자리에서 오래 영업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쉽게 범죄에 노출되기도 한다. 부산 부산진구에서 타투샵을 운영 중인 이모(29) 씨는 시술을 끝내고 손님에게 협박을 당했다. 돈을 주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며, 벌금 물고 가게 닫고 싶지 않으면 돈을 달라는 협박이었다. 이 씨는 손님을 신고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불법인 비의료인 문신 시술을 한 것을 밝히는 것에서부터 막혔다. 이처럼 신고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한 범죄에 쉽게 휘말린다.

지속적인 요구에도 문신사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의료인들의 반대 영향도 있다. 이들은 시술 과정에서 피부 손상과 감염 우려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비의료인의 시술은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보건위생에 문제가 없도록 문신사들은 나름 노력중이다. 한국패션타투협회는 자체적으로 타투 자격시험을 치르고 있다. 타투이스트 자격증은 1차 필기와 2차 실기로 나뉜다. 문신의 역사에서부터 피부 보건위생까지 전반적인 이론 시험인 1차 필기시험 합격자에 한해 2차 실기시험 자격을 부여한다. 타투이스트 자격증은 1급과 2급이 있다. 하지만 국가가 인정하는 국가자격증이 아닌 민간자격증이기 때문에 법적인 효력은 없다.

문신을 받는 고객들의 생각은 어떨까. 대학생 최모(22, 대전시) 씨는 “비의료인의 시술에 따른 부작용은 걱정되긴 한다. 그래서 민간자격증이라도 타투이스트 자격증을 걸어둔 곳이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29, 부산시 부산진구)씨는 “비의료인이라지만 평생 몸에 남는 것인 만큼 미적 감각이 있는 문신사에게 받고 싶다. 개성을 드러내려고 하는 건데 아트를 의료인이 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는 의료인이 아니어도 교육을 받고 문신사 자격을 얻으면 문신 시술을 인정하기도 한다. 영국은 정부의 위생·안전 관련 교육과정을 거치면 문신사 자격을 준다. 미국 역시 일부 주에서 교육과정을 거치면 문신 시술 면허를 발급해준다. 중국은 문신사법을 제정해 시행중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불법이었던 일본도 최근 문신사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비의료인 문신 시술 불법이 지속된 27년 동안 시대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문신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만큼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35만 명의 문신사는 범법자 상태이다. 문신의 대중화 시대에 맞게 보건과 안전을 확보한 문신사법을 제정, 합법적으로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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