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철 칼럼] 100세 시대 ‘건강 삼합(三合)’: 몸 건강, 마음 건강, 생각 건강 한꺼번에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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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철 칼럼] 100세 시대 ‘건강 삼합(三合)’: 몸 건강, 마음 건강, 생각 건강 한꺼번에 잡기
  • 경성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 정태철
  • 승인 2023.06.2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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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90세 노인이 문득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엉엉 울었다고 한다. 은퇴 후 자고 먹는 것 말고 달리 한 일이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란다. 100세 시대다. 60 넘어 현직에서 은퇴해도 살날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어떻게 노후를 보낼 것인가. 아무리 건강해도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생이 한순간에 끝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생이 길어져도 할 일 없이 시간을 낭비하다가 어느 날 엉엉 울지 누가 알 것인가. 내일 운명을 모른다 해도, 우리 모두는 오늘 최선을 다해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 그래서 다 같이 생각해 볼 만한 것이 ‘건강 삼합(三合)’이다.

건강 삼합은 ‘몸 건강’, ‘마음 건강’, 그리고 ‘생각 건강’을 말한다. 흔히 쓰는 말로, 몸 건강은 신체 건강이고, 마음 건강은 정신건강, 그리고 생각 건강은 뇌 건강이다. 건강 삼합은 무슨 특별한 과학적 이론이나 전문 지식에 바탕을 둔 건 아니다. 개개인이 동의하지 않는 것도 있을 수 있다. 이는 상식과 경험에 따른 나의 개인적 의견일 뿐이니, 각자 가려서 받아들이면 된다.

몸 건강, 마음 건강, 생각 건강이 합쳐진 ‘건강 삼합’의 습관을 가져보자(사진 : pixabay 무료 이미지).
몸 건강, 마음 건강, 생각 건강이 합쳐진 ‘건강 삼합’의 습관을 가져보자(사진 : pixabay 무료 이미지).

몸 건강

몸 건강은 다시 3개 운동 요소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그것은 ①유연성, ②근력, ③지구력이다.

‘유연성’은 머리끝에서부터 발끝에 이르기까지 근육과 뼈마디를 하루에 한 번은 충분히 비틀고 쭉쭉 펴주는 운동을 말한다. 맨손체조나 스트레칭이 대표적인 유연성 운동이다. 요가도 훌륭한 스트레칭이다. 특히 요가는 ‘internal(내부) stretching’이라고 해서 우리의 내장까지 풀어준다고 한다. 스트레칭할 때 1970년대 학교에서 집단 체조하듯이 하나둘 구령에 맞출 필요는 없다. 자기 몸 스트레칭은 자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부위를 자기 방식대로 천천히 펴주면 된다.

‘근력’은 헬스장에 가서 덤벨을 들든지 집에서 푸시업, 윗몸 일으키기, 턱걸이, 플랭크 등의 동작으로 팔, 다리, 허벅지, 등, 배, 허리 근력을 골고루 키우는 운동이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줄어든다. 그래서 근력 운동은 노화(老化)와 정면으로 맞서는 전쟁과도 같다.

‘지구력’은 순환계와 호흡계를 튼튼하게 해서 어떤 운동이든 오래 지속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이다. 꾸준히 같은 동작을 오래 반복하는 걷기, 달리기, 자전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이 여기에 속한다.

유연성, 근력, 지구력은 마치 교집합처럼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걷기는 지구력과 다리 근력 운동을 겸한다. 요가의 어떤 동작은 유연성과 근력을 동시에 향상시킨다. 유연성과 근력이 합치면 순발력 내지는 민첩성이 되고, 근력이 좋으면 탄력도 생긴다. 유연성, 근력, 지구력 운동 중 마치 편식처럼 어느 하나만 하면 건강의 불균형이 온다. 다리는 튼튼한데 허리가 구부정하든가, 몸매는 근육질인데 행동이 느리거나 오래 걸으면 숨이 차는 일 등이 벌어진다.

마음 건강

마음 건강은 마음을 활짝 열어서 평상심을 유지하고 남과 교감하는 일을 말한다. 마음 건강을 위해서는 ①감정 통제, ②인연 중시, ③취미활동을 잘해야 한다.

먼저,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분노’, ‘고집’, ‘욕심’을 절제해야 한다.

화낼 일도 아닌데 속 좁게 만사에 ‘분노’하고 적개심을 품으면 자기만 손해다. 김승동 시인은 ‘허허’라는 시에서 “...(중략)...세상의 그립고 밉고 아쉬운 것들/그게 다 무엇인가/사랑채에 달빛 드는 날/묵 한 접시에/막걸리 한 잔이면 그만인 것을”이라고 읊었다.

평생 해오던 사고방식이 문제가 생겨도 좀처럼 바꾸지 않는 ‘고집’ 불통은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어떤 사람은 고속도로에서 차를 늘 80km로, 그것도 추월선으로 운전하면서 안전하고 합법적이라고 태연히 말한다. 물론 그런 저속 운전은 자기 만족적이면서 불법은 아닐지 모르지만, 고속도로의 자연스러운 차량 흐름을 막고 다른 사람의 사고 위험을 높인다. 우리 주위에는 이처럼 이해 불가한 무모한 고집으로 주위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꼭 있다.

과도한 ‘욕심’인 물욕, 과시욕, 명예욕, 승부욕, 비교 욕구도 참 못난 행동이다.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사람의 물질 욕구는 40세를 정점으로 줄여야 하고, 그다음부터는 정신적이고 가치적인 삶을 지향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젊었을 때 좋아하던 스포츠 중계를 어느 날 딱 끊은 사람도 있다. 일부러 열받을 필요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어떤 이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욕심이 과하다. 네덜란드 작가 세스 노터봄이 쓴 ‘산티아고 가는 길’이란 스페인 여행기에는 스페인 내전의 격전지를 돌아보며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누구는 공산주의자가 되고 누구는 민족주의자가 되어 왜 서로를 죽이는 스페인 내전을 벌였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대목이 있다. 세상은 자기가 뜻한 바대로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걸 일찍 깨닫고 나이 들면 정치적 욕심을 줄이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마음 건강의 두 번째 요소는 인간관계라는 ‘인연’을 중시하는 일이다. 부모, 형제, 배우자, 자식, 친구, 선후배와의 관계를 하나하나 소중한 인연으로 여겨야 한다. 친구들이 다 모인 다음에야 약속 장소에 스타처럼 등장하는 친구보다는, 먼저 가서 친구를 맞이하는 사람이 가슴 넓은 진정한 친구다. 좋은 인연은 사랑으로 의리를 지켜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쓸데없는 인간관계에 얽히지 않도록 사는 게 좋다.

‘취미활동’은 인생의 활력소다. 무슨 취미가 좋을지는 각자가 정하자. 다만, 자기만 좋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금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괴롭힘을 주는 취미는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종교도 정신건강을 돕는 중요한 요소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생각 건강

생각 건강은 곧 뇌 건강이며 치매 예방에 좋은 지적(知的) 활동을 의미한다. 2차 대전 때 소련군에 잡혀 포로가 된 폴란드 장교들이 소련 포로수용소에서 겪은 에피소드가 전설처럼 내려온다. 처음 4000명의 폴란드 포로가 수년이 지나면서 처형과 강제 노역으로 차차 죽어서 수년 후에는 400명으로 줄더니, 전쟁 막바지에는 79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날마다 죽어가는 동료들을 보면서 자신도 내일 죽을 수 있다는 절박한 포로수용소에서 이들 79명이 결의한 일은 지적인 활동을 해서 짐승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다가 죽자는 거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일과 후 자기 전에 각자 돌아가면서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대하여 기억하는 지식을 총동원해서 강의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이를 듣고 토론했다고 한다. 이 처연한 이야기는,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살아 있는 동안은 동물과 엄연히 구분되는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살기 위해 ‘지식 탐구’, 즉 생각하기를 멈추지 말라는 교훈을 준다.

꼭 시험 봐야 공부하는 일은 20대에 끝났다. 나이 든 인간의 지적 활동은 용도가 없어도 인간이기에 하는 일이다. 지적 활동으로는 ①신문읽기, ②독서, ③여행이 제격이다.

‘신문’은 가급적 종이 신문이나 인터넷의 PDF판을 읽는 게 좋다. 자기가 선택한 언론사가 뉴스의 중요도를 결정해서 펼쳐 놓은 것이 종이 신문이며, 이를 읽는 게 바로 신문 읽기의 묘미다. 신문에는 세상이 담겨 있다. 이제는 참여자보다는 관찰자로서 신문 속 세상을 음미하자. 안 보이던 게 보이면 그것이 공부 아닌가.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걸으면서 하는 독서”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독서’와 ‘여행’은 지적 행위란 점에서 같다. 어떤 책을 읽고, 어디로 어떤 행태의 여행을 떠날 것이냐는 각자가 정보를 잘 취합해서 스스로 결정할 문제다. 다만, 깃발 든 가이드를 따라 양 떼처럼 몰려다니는 관광 상품 여행은 별로 배울 게 없다.

명상하는 것도 지적 활동이다. 지하철에서 핸드폰으로 웹툰을 보거나 게임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눈을 감고 하루를 되돌아보는 게 훨씬 지적(知的)이다. 외국어 공부, 디지털 기기 익히기, 일기 쓰기 등 지적 활동은 주위에 널렸다.

산책하면서 친구와 인생을 논하라

몸, 마음, 생각을 건강하게 하는 일은 남녀노소를 가릴 게 아니다. 젊은이들도 각자의 나이와 직업에 따라 완급과 정도를 조절해서 ‘건강 삼합’을 실천해보자. 산책길을 걸으며(몸 건강), 맘 맞는 친구와(마음 건강), 인생철학을 논하면(생각 건강) 건강의 세 마리 토끼(건강 삼합)를 동시에 잡는 기회가 된다. 우리 일상생활 속에는 이렇게 건강하게 사는 방법이 널려 있다. 그걸 찾고 습관으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마가렛 대처 여사는 습관이 인생을 바꾼다고 했는지 모른다. 운명이 우리의 삶을 언제 멈출지 모르지만, 삶이 계속되는 한, 건강 삼합을 실천하는 습관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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