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칼럼] 맨발 걷기로 노장철학‧양자역학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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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 칼럼] 맨발 걷기로 노장철학‧양자역학을 만나다
  • 논설주간 박창희
  • 승인 2023.07.03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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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의 지압 및 접지 효과로 건강 개선
노자 장자의 철학, 양자역학 비밀도 풀어
가장 확실한 저탄소 녹색경제 실천 방안

신발을 벗었다. 양말도 벗었다. 맨발로 땅을 밟는다. 지구를 걷는다. 쿵쿵~ 지구가 북소리를 낸다. 발바닥이 간지럽다. 천-지-인(天地人)이 하나로 연결된 느낌. 천지만물이 내속으로 다가온다. 놀랍다. 단지 양말과 신발을 벗고 걸었을 뿐인데, 몸이 가벼워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판타지다! 사실 ‘기분 좋다’는 말만큼 ‘기분 좋은 말’은 없다. 행복에 한껏 다가선 기분, 해탈의 경지가 이럴까.

맨발걷기를 시작한 지 약 한달. 몸이 확연히 좋아졌다. 수시로 찾아왔던 두통이 사라졌다. 밥맛이 좋아지고 밤잠을 깊이 잔다. 발뒤꿈치의 각질이 말끔해졌다. 피부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더 놀라운 것은 간과 당뇨 수치도 떨어졌다는 사실. 눈으로, 몸으로 확인하는 건강 개선신호는 놀랍다 못해 신기롭기까지 하다.

맨발 걷기로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사진: 취재기자 박창희).
을숙도 생태공원에서 시민들이 맨발 걷기를 하기 전 각자 발을 내밀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창희).

맨발 걷기의 기적

전문가들은 맨발걷기가 좋은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든다. 먼저 발 마사지를 받는 것 같은 지압(reflexology) 효과다. 보드라운 발바닥의 맨살이 흙땅이나 잔자갈, 나뭇가지 따위가 널린 산길에 발이 닿으면 자연 지압효과가 난다. 그 다음은 발바닥의 아치 자극으로 혈액의 펌핑 기능이 강화돼 혈액 순환이 좋아진다. 마지막으로 접지(接地, earthing) 효과다. 가전제품이 접지를 통해 안정되는 것처럼 신체와 지구가 만나 몸의 균형을 되찾는다는 얘기다. 사람에 따라 약간씩 다르긴 해도, 맨발걷기가 좋다는 데엔 별 이견이 없다.

‘맨발걷기의 기적’을 쓴 박동창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회장은 맨발걷기의 과학적 매커니즘을 이렇게 설명한다.

“땅을 접촉하지 않으면 일상에서 우리는 내내 피곤함을 느낀다. 급기야 뭇 질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는다. 세포 속 원자핵의 궤도를 도는 짝을 잃은 전자인 활성산소에 전자의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활성산소가 성한 세포를 공격하게 된다. 전자의 부족으로 혈액 속 적혈구의 표면 전하가 낮아져 혈액이 끈적끈적해지며 혈류를 늦추고 심할 경우 혈전이 되어 심혈관질환, 뇌 질환의 원인도 된다. 그리고 면역력이 떨어지고, 면역계의 작동에 필수적인 ‘전자의 결핍’(electron deficiency)으로 인해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의 공격에 취약해진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살아 있는 땅이 아닌 죽어 있는 땅, 부도체의 신발을 신고 사는 삶의 결과다.”

신발 없이 생활하기는 어렵지만, 치유나 지구와의 소통에는 되레 방해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신발의 역설이다.  

"있음의 쓸모는 없음에 있다"

어싱, 즉 접지 효과는 동양의 노자‧장자 철학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맨발로 땅을 만나고 지구와 대화하고 우주와 소통하는 일이 그렇다. 그러자면 자연의 모습으로 도(道)와 덕(德)에 다가가야 한다. 삶의 문제를 푸는 지름길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하나의 바퀴통에 서른 개의 바큇살이 모이는데, 그 가운데 빈 구멍이 있으므로 수레의 쓸모가 생긴다. 흙을 이겨 그릇을 만드는데, 그 가운데 공간이 있으므로 그릇의 쓸모가 생긴다. 그러므로 있음의 쓸모는 없음에 있다”고 했다. 그릇은 비어 있는 것이 덕이라는 뜻이다. 그래야 그 빈 곳에 무언가를 넣을 수 있다. 양말을 벗고 신발을 벗어던져 자연을 만나는 일이 이와 같지 않은가.

장자는 ‘장자’ 1편 ‘소요유(逍遼遊)’에서 절대 자유의 경지를 설파한다. ‘소(逍)’자는 소풍간다, ‘요(遙)’자는 멀리 간다, ‘유(遊)’자는 노닌다‘는 뜻이다. 세 글자 모두 책받침 변(辶, 쉬엄쉬엄 갈 착)이 붙어 있다. 소요유는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경지에서 노니는 정신’이다. 장자가 말하는 자유의 철학은 모든 성심에서 벗어난 정신적 자유를 추구함으로써 소요유의 경지를 체득하는 것이다. 진정한 자유를 얻으려면 땅과 호흡하며 걸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그것이 삶의 여행을 즐기는 맨발 정신일 것이다.

부산 금정구 오륜동 회동수원지 옆의 땅뫼산 맨발 걷기 체험장(사진: 박창희 기자).
부산 금정구 오륜동 땅뫼산 맨발 걷기 체험장. 회동수원지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사진: 박창희 기자).

양자역학의 비밀과 맨발 걷기 

맨발걷기는 현대 물리학의 기초인 양자역학의 비밀도 일부 풀어낸다. 양자역학은 분자, 원자, 전자, 소립자 등 미시적인 계의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 우리 몸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포 속 원자들의 미시세계를 관찰하면, 그 자체가 하나의 우주라는 인식에 닿는다.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끊임없이 생성‧소멸하는 우주의 신비가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 전자는 어떤 입자로 존재하지만 그 파동을 결정하는 것은 ‘관찰'이란 행위다. 요컨대, 전자의 세계에서는 인간의 언어적 논리와 감각으로 설명이 되지 않지만 그 현상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라캉에 의하면 맨발걷기는 언어 구조로 형성된 상징계 너머의 존재와 만나는 실제계로 이해된다.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맨발걷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의 우주와 만나는 큰 사건이다. 맨발로 땅을 밟을 때마다 미시 세계의 우주에서는 빅뱅 같은 엄청난 에너지의 유동이 일어난다는 것. 의식을 집중해 맨발로 걸으면 그 전자의 에너지가 더욱 견고해져서 몸속 건강 효과를 높여준다는 논리다.

맨발 걷기의 세계는 우리가 잘 모르는 오묘한 데가 있다.  그렇다고 너무 철학적이고 사변적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가벼워지기 위해 하는 맨발 걷기가 무거워지는 것은 맨발의 진심이 아닐 터.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의 힘이 곧 맨발 정신일 것이다.   

맨발 걷기는 돈이 안드는 가장 확실한 저탄소 녹색경제 실천 방안이다. 맨발걷기를 통해 건강을 지키고, 노자 장자 철학을 새롭게 이해하고, 우주를 연결하는 양자의 세계까지 다가갈 수 있다면 그게 곧 구원이자 평화가 아니겠는가.

목표를 하나 세운다. 매일 가까운 산길에서 하루 1만 보를 걷는다. 1만보 중 최소 5천 보를 맨발로 채운다. 그리고 맨발 걷기의 효과를 이웃에 퍼뜨린다. 신나는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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