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플댄스로 영감 얻어... 줄리안 오피 '춤추는 사람들'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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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플댄스로 영감 얻어... 줄리안 오피 '춤추는 사람들'로 돌아오다
  • 취재기자 박인영
  • 승인 2023.06.2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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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들' 통해 현대인 일상 보여준 줄리안 오피
5년 만에 '춤추는 사람들' 작품으로 다시 부산 찾아
LED 영상과 참여형 작품 등 다양한 볼거리 제공

당신은 평소에 어떻게 걷는가? 대부분 별생각 없이 걷기 때문에 어떻게 걷는지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의 걸음을 눈 여겨보고 작품으로 표현한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줄리안 오피로 영국 출신 팝 아티스트이다.

그는 영국 런던의 행인들을 시초로 '걷는 사람들'을 소재로 잡았다. 길거리에서 음악을 듣거나 통화를 하는 사람, 담배를 피우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 등을 포착하여 작업한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을 주제로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미술계에 따르면 그는 "걷는다는 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흥미롭고 역동적이고 각기 다른 사람들의 모습은 풍부한 컬러를 담은 팔레트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서울에서 진행된 개인전에서 그는 서울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묘사한 작품을 전시했다. 어두운 분위기가 나는 런던과 달리 밝은 배경을 띈 서울의 거리는 대부분이 핸드폰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약 9년이 지난 현재는 어떨까. 대부분이 핸드폰을 하고 있다. 유명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핸드폰 본다고 못 알아본다는 농담이 있듯이 현대인의 핸드폰 의존율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몇 년 후 줄리안 오피가 또다시 대한민국 거리의 사람들을 묘사할 때도 여전히 사람들의 손에는 핸드폰이 있지 않을까.

한편, 줄리안 오피는 '걷는 사람들'의 형태를 탈피해 새로운 인체의 움직임을 찾고 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틱톡에서 셔플댄스를 보게 되었고 셔플댄스의 춤동작에 매료를 느낀 줄리안 오피는 5년 만에 ‘춤추는 사람들’로 다시 부산을 찾았다.

경쾌한 음악을 따라 역동적으로 춤을 추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인영).
경쾌한 음악을 따라 역동적으로 춤을 추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인영).

국제갤러리 부산점에 들어가자마자 화려한 LED 영상과 경쾌한 음악이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경쾌한 음악에 리듬을 맞춰 춤추고 있는 LED 영상은 드로잉 60개를 이어 붙여 구현한 것이다. 그는 국제갤러리에서 만난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팬데믹이 끝나가는 시점에 아주 빠르고 동적인 느낌의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며, 실제로 댄서인 그의 딸과 함께 LED 영상 속 5가지 춤의 스텝을 고안해 냈다.

F1963 석천홀로 넘어가면 관객이 작품의 일부가 되어보는 참여형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바다 그림을 배경으로 러닝머신이 놓여 있어 누구나 작품 속 모습처럼 걷는 퍼포먼스를 할 수 있다.

관람객들이 러닝머신 위를 걷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인영).
관람객들이 러닝머신 위를 걷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인영).

한차례 러닝을 뛰다 보면 VR 부스가 기다리고 있다. VR 고글을 끼고 가상 세계에서 재현된 조각 영상 페인팅 등 줄리안 오피의 다양한 작업을 볼 수 있다. 시공간의 제약으로 미처 다 관람할 수 없는 부분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VR 체험을 끝내고 나면 다양한 포즈와 크기의 사람 조각이 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를 오갈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줄리안 오피의 기획 의도이다. VR 체험이 끝난 후 바로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끔 되어 있어 높은 크기의 조각들을 보니 마치 이것들이 가상 세계처럼 느껴졌다.

석천홀 중앙에 놓여 있는 가장 높은 크기의 사람 조각이다(사진: 취재기자 박인영).
석천홀 중앙에 놓여 있는 가장 높은 크기의 사람 조각이다(사진: 취재기자 박인영).

이번 줄리안 오피의 개인전은 '걷는 사람들'에서 벗어나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컬러풀한 색채부터 신나는 음악까지 다가오는 여름에 즐기기 좋은 전시회이다.

개인전에서 만난 최민정(31, 해운대구) 씨는 "전시회에 가면 작품만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전시회는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요소가 있으니, 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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