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복합문화공간 ‘F1963’, 와이어 공장에서 문화와 예술을 담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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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복합문화공간 ‘F1963’, 와이어 공장에서 문화와 예술을 담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다
  • 취재기자 김민지
  • 승인 2024.04.23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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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F1963’까지 가는 산책로에 대나무가 울창하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F1963’까지 가는 산책로에 대나무가 울창하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대나무숲길은 그늘이 짙어 어둑할 정도다. 우거진 대나무가 가득한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앞에 복합문화공간 ‘F1963’이 보인다.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있는 ‘F1963’은 공장을 의미하는 ‘F(Factory)’와 고려제강 공장이 처음 지어진 년도 ‘1963’을 합친 단어다. 1963년부터 2008년까지 다리용 거대 와이어로프를 만드는 고려제강이 생산을 종료하고, 2014년 부산 비엔날레 전시장으로 쓰이며 새로운 의미로 쓰이게 됐다.

F1963으로 들어가기 전 건물 입구에 걸려있는 간판이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F1963으로 들어가기 전 건물 입구에 걸려있는 간판이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와이어 공장에서 문화 공간으로 바뀐 F1963은 다양한 공간적·문화적 의미를 지녔다. 미술품이나 전시, 공연, 연극, 음악회, 서점, 아트 도서관, 아카데미 등을 통해 지성과 문화 예술이 만나는 공존의 장 역할을 한다. 카페나 식당도 있어,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F1963은 친환경과 슬로우 라이프를 위한 공간으로도 쓰이고 있다. 야외 대나무숲과 키친가든 등 ‘그린존’을 구성하여 재생 건축으로도 유명하다. 기존 고려제강 공장에서 설비라인으로 쓰이던 공장 공간을 전시와 공연이 가능한 장소로 재탄생하여, 현재는 ‘석천홀’로 불린다. 석천홀에서는 부산시에서 주최하는 음악회나 규모가 큰 전시가 열리기도 한다.

F1963을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공간이다. 밖에서 커피와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작은 테이블이 여러 개 놓여있고, 휴식을 위한 그늘도 만들어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F1963을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공간이다. 밖에서 커피와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작은 테이블이 여러 개 놓여있고, 휴식을 위한 그늘도 만들어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겉은 철조로 되어있는 큰 공장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아예 다르다. F1963 입구에 들어서면,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곳에서 쉴 수 있는 야외 휴게 공간이 먼저 보인다. F1963은 젊은 사람들과 더불어 관광객, 외국인 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들로 구성됐다. 중고 서적을 구매할 수 있고 책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Yes24 중고서점’과 기존 공장의 오래된 철판을 커피 테이블로 새롭게 바꾼 카페 ‘테라로사’가 있다. 테라로사에서는 산지별 커피와 천연발효빵 등의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Yes24 중고서점’ 내부에 음식 및 커피를 먹을 수 있는 휴식 공간과 다양한 종류의 중고책들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Yes24 중고서점’ 내부에 음식 및 커피를 먹을 수 있는 휴식 공간과 다양한 종류의 중고책들이 진열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휴식 공간을 지나, 왼쪽 건물로 향하면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전시 공간이 나타난다. 기하학적 형태를 띠고 있는 전시물을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2023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위해 스위스 소재 USI 건축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이 만든 작품이다. ‘사운드 오브 아키텍처’는 전시물 사이를 걸을 수 있고, 걸음 소리를 통해 표면이 진동하여 소리를 증폭시키는 공명 구조다. 사람들은 전시물 사이를 걸으며 하늘을 바라보며 다채로운 빛과 음악 간의 관계를 경험할 수 있다.

학생들이 걸음을 통해 소리를 증폭시키는 설치물 ‘사운드 오브 아키텍처’ 사이를 직접 걸어보는 체험을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학생들이 걸음을 통해 소리를 증폭시키는 설치물 ‘사운드 오브 아키텍처’ 사이를 직접 걸어보는 체험을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면 입구부터 전시물이 가득 설치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Where Is My Friend’s Home(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전시다. 이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자유롭게 편안한 분위기에서 전시물을 감상할 수 있다. 이어 파트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직원, 구루(Guru)가 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전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전시 작품들이 입구 앞에서부터 가득 있고, 학생들이 판매대에서 전시 상품을 구경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전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전시 작품들이 입구 앞에서부터 가득 있고, 학생들이 판매대에서 전시 상품을 구경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올해 상반기까지 진행되는 이 전시는 현대 블루 프라이즈 디자인 2022 수상자 박지민 큐레이터가 기획했다. 고밀도 도시, 환경 오염과 팬데믹 시대를 직면한 우리에게 휴식과 도피를 위한 공간이라는 기본적 개념을 넘어, 디지털 시대 과잉 정보로부터의 휴식을 제공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어 현대자동차는 전시를 통해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브랜드 비전도 전시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전시를 구경한 대학생 박대형(22, 부산시 남구) 씨는 “전시 공간이나 전시구성이 다른 미술관이나 박물관과는 달라서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며 “전시를 통해 작품을 보여주고 기업의 브랜드나 이미지도 잘 보여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F1963을 처음 와보는데 생각보다 넓고, 즐길 수 있는 예술이나 문화가 많아서 자주 애용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또한 F1963은 공간적 의미에서 더 나아가 부산에서 예술적·문화적 가치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에 재학 중인 신민경(23) 씨는 “아트 부산이나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부산이 ‘미술의 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수영구에 미술관이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런 복합문화공간에서는 재생 건축도 자주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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