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은 지금 천재 자폐 변호사 ‘우영우’ 앓이, 안방극장 찾아온 ‘힐링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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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은 지금 천재 자폐 변호사 ‘우영우’ 앓이, 안방극장 찾아온 ‘힐링드라마’
  • 취재기자 김연우
  • 승인 2022.07.1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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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채널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시청자들 사로잡다
자폐를 다룬 드라마 우려되는 점도 분명있지만, 사회적 관심은 충분히 끌었다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80년 전만 해도 나와 김정훈 씨는 살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지금도 수백 명의 사람이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라는 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요즘 가장 화제인 채널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3화 명대사다. 최근 이 드라마로 많은 시청자가 눈물을 흘리고 웃음을 지었다. ‘우영우’는 극 중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다. 그녀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신생 채널에서 엄청난 시청률을 보여주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채널 ENA와 동시 방영 중인 넷플릭스에서는 국내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했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사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드라마 채널 인스타그램 캡처).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사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드라마 채널 인스타그램 캡처).

 

‘우영우’가 사람들을 웃고 울리게 한 포인트는 무엇일까? 따뜻한 시선으로 ‘우영우’를 감싸주는 주변 사람들이다. 그녀의 로펌 대표 한선영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특이사항이 적혀있는 우영우의 이력서 페이지를 떼고 잘 부탁한다는 쪽지를 붙여놓는 사람이다. 우영우의 직속 상사 정명석은 그녀를 처음 봤을 땐 변호사로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지만, 이내 자신이 찾지 못한 부분을 해결하는 우영우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낀다. 그녀의 직장동료이자 로스쿨 동기 최수연은 직장생활에 버벅거리는 우영우를 늘 도와주면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그녀에 대한 미묘한 감정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영우가 도움이 필요해 보이면 언제든지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이처럼 우영우의 주변 인물들은 자폐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인물들이란 점에서 굉장히 흥미롭다.

시청자들은 ‘우영우’라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배우 박은빈이 아니면 상상이 안 간다는 반응이다. 고래를 사랑하며, 일식집에서도 김초밥만 고집하는 영우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그녀가 유일하다는 것. 우영우 애청자 유송아(22) 씨는 “스토리 전개도 지루하지 않고 박은빈 배우의 연기가 너무 뛰어나서 매주 우영우가 방송되는 날만 기다린다”고 말했다.

‘우영우’의 화려한 감독과 작가진도 한몫했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배가본드’, ‘자이언트’ 등에서 독보적인 연출력을 보여준 유인식 감독과 영화 ‘증인’으로 다수의 영화제를 휩쓴 문지원 작가가 드라마를 맡았다. 영화 ‘증인’은 자폐를 가진 소녀가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증인석에 서는 이야기다. 두 작품 모두 자폐를 가진 주인공이 법정에 선다는 점이 마치 한 드라마의 세계관 같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성 결여와 의사소통 문제, 비정상적인 행동 패턴을 보이는 사회성 발달장애를 말한다. 행동이나 관심이 한정되고 반복적인 양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주인공 우영우가 ‘반향어’ 현상을 보이는 것도 이런 예다. ‘반향어’는 상대방의 말에 대답하지 못하고 그대로 따라 하거나 비슷하게 따라 하는 것을 뜻한다. 

한편, 우영우의 이야기가 자폐 극복이나 성공사례로 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강남대 특수교육학과를 다니는 송예람(22) 씨는 장애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딜레마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 씨는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한 부분이 있어야지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장애를 다룬 드라마의) 대부분이라 부정적인 측면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하지만 자폐 특성을 잘 다룬 드라마가 유행한다는 것 자체로 자폐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요즘 같은 차별과 혐오의 시대에 장애에 대해 생각할 계기가 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

드라마에 대해 우려하는 점도 분명 존재하지만, ‘자폐’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것만으로 우영우는 제 몫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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