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식지 않는 ‘우영우 팽나무’ 인기... 주민들은 주차난 등 불편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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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식지 않는 ‘우영우 팽나무’ 인기... 주민들은 주차난 등 불편 호소
  • 취재기자 정하나
  • 승인 2022.11.1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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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동부마을 수령 500년 된 팽나무에 전국에서 관광객 몰려
TV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 문화재로 지정
팽나무 훼손은 물론 주차문제로 마을주민들은 "달갑지 않아"

평일이지만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마을. 모두 마을 한쪽에 굳건히 솟아있는 팽나무를 보러 온 것이다.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동부마을에는 TV 드라마의 배경이 되며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팽나무가 있다. 동부마을은 창원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생소한 마을이었다. 대산면 바로 옆에 위치한 진영읍에 사는 주민도 “동부마을은 처음 들어봤다”고 했다.

최근 팽나무가 주목받게 되면서 조용했던 동부마을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게 됐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팽나무가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함께 주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했다.

핫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팽나무의 인기 여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방영된 팽나무의 모습이다 (사진: ENA 유튜브 캡처).
TV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방영된 팽나무의 모습이다(사진: ENA 유튜브 캡처).

동부마을은 평일조차도 관광객이 북적이는 일명 ‘핫플’이 됐다. 마을에 관광객이 많아진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지난 6월 ENA에서 방영한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7~8회차 배경이 된 곳이 바로 동부마을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는 동부마을이 ‘소덕동’으로 나오고 팽나무와 마을 보존을 위한 주민들의 사투가 펼쳐진다.

드라마 방영 이후 동부마을은 밀려오는 관광객으로 붐비게 됐다. 낡은 담벼락에는 귀여운 벽화가 그려졌고 좁은 골목 사이로 많은 사람이 오가게 된 동부마을. 마을 입구엔 팽나무로 가는 안내 팻말과 함께 창원시에서 나온 직원들이 관광객의 안내를 돕고 있다. 취재를 위해 찾은 동부마을은 10월임에도 낮 최고기온이 24도까지 올랐던 다소 더운 날씨였지만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김해 진영읍에서 온 관광객 최경희(48) 씨는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는데 정신이 없을 정도네요”라고 말했다.

 ‘창원 북부리 팽나무’... 우영우 인기에 힘입어 진짜 천연기념물 되다

작고 소박했던 동부마을을 사람들로 북적이게 만들어 준 것은 팽나무. 2015년 7월 보호수로 지정된 팽나무는 500년이란 시간을 견뎌왔다. 팽나무는 높이 16m, 둘레 6.8m로 나무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한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언덕 중심에 팽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 취재기자 정하나).
창원시 동부마을 언덕 중심에 팽나무가 자리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하나).

이 팽나무는 지난 10월 12일 ‘창원 북부리 동부당목’이란 이름을 가진 비지정 문화재가 됐다. 많은 관광객이 팽나무를 보기 위해 동부마을을 방문하면서 나무가 점점 상했고 창원시에서 보호수뿐만 아니라 문화재로 지정도 한 것.

팽나무를 보는 것도 좋지만 주변이 탁 트인 마을 언덕에 올라가서 보는 마을 전경 또한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해 내동에서 온 안소연(16) 양은 “팽나무 보러 온 건데 여기서 보이는 풍경도 너무 좋은 거 같아요”라고 감탄했다.

 ‘관심은 좋지만’... 작은 마을에 관광객 몰려들어 사생활 침해에 주차난까지 발생

그렇다면 동부마을 주민들은 팽나무와 관광객들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마을 주민 이덕록(68) 씨는 “드라마에 나간 건 좋았지, 근데 사람이 많이 오는 게 우리 입장에서는 결코 좋은 게 아니야”라고 말했다.

동부마을은 마땅한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은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관광객이 몰려드는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불법 주차다. 마을 입구 도로 한쪽에 많은 차량이 줄지어 주차돼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주민들이 이를 심각한 문제라고 말한다. 이덕록 씨는 “여기 사는 사람들은 이게 다 불편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농사를 하려면 경운기 등을 끌고 다녀야 하는데 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작은 시골 마을에 많은 차량이 몰려 통행에 위험이 있다고도 호소했다.

“문화재 된 건 좋은 일이지. 근데 처음엔 문화재 등록을 500m 앞까지 할 거라고 해서 주민들이 다 반대했어. 논밭 다 마음대로 못하고 개발도 안될 거 아냐. 주차 문제로 얼마 전에 시청에서 나왔는데 이게 빨리 해결돼야 우리도 편하고 사람들도 편할 건데.”

창원시 의창구에 따르면 현재 동부마을은 하루 평균 1000여 명이 방문하고 있다, 주차에 대한 문제가 계속되자 박주야 의창구청장은 “마을 주민과 관광객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창원의 자랑 ‘동부마을’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해야

창원시에서 동부마을 팽나무를 홍보하고 있다 (사진: 창원시 인스타그램 캡처).
창원시에서 동부마을 팽나무를 홍보하고 있다(사진: 창원시 인스타그램 캡처).

팽나무가 문화재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도 관광객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창원시에 따르면 ‘우영우 팽나무’로 가는 창원시티투어버스 특별 노선을 오는 11월 말까지 연장 운영한다. 관광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많이 마련한 만큼 마을 주민과 관광객들 간의 갈등이 없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창원시 관계자는 “창원의 팽나무가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이 자랑스럽지만 팽나무를 안전하게 지키고 주민분들의 편의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거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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