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감 주는 담뱃갑 표기, 효과는 ‘확실’...정부, 담뱃감 경고문구 그림 더 확대할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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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감 주는 담뱃갑 표기, 효과는 ‘확실’...정부, 담뱃감 경고문구 그림 더 확대할 계획
  • 취재기자 최하빈
  • 승인 2021.04.2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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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처음 도입된 담뱃갑 경고 그림 표기
흡연 경고 그림, 청소년 흡연 예방에 높은 효과
경고 그림을 피하기 위한 일부 흡연자들 꼼수

‘공포 마케팅’이라는 마케팅 기법이 있다. ‘공포 소구 광고(fear appeal)’라고도 불리는 공포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공포심과 불안감을 가져다 줘 소비에 영향을 끼치게 한다. 시중에서 판매 중인 담뱃갑 표지 이미지 역시 이러한 마케팅 기법을 활용한 정부의 담배 판매량 억제 방안 중 하나다.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표기하는 제도는 2001년 캐나다에서 처음 시작돼 2016년 12월 처음으로 한국에 도입됐다. 담뱃갑의 경고 그림으로는 확대된 암세포의 모습, 구강암에 걸린 모습 등 다소 수위 높은 이미지는 물론 간접흡연을 하는 여자아이의 모습 등과 같이 비교적 낮은 수위의 이미지도 함께 포함돼 있다.

부산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담배를 진열해 판매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최하빈).
부산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담배를 진열해 판매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최하빈).

이러한 방식은 소비자에게 흡연을 경고하는데 매우 효율적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018년 ‘담뱃갑 경고 그림에 대한 청소년 인식’ 결과를 발표하고 경고 그림이 청소년들의 흡연 예방에 높은 효과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답한 청소년 10명 중 7명이 담뱃갑 경고 그림을 인지하고 있으며, 인지한 청소년의 80%가 담뱃갑 경고 그림을 보고 흡연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했다.

브라질, 캐나다, 홍콩 등 여러 나라에서도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도입한 이후 국민의 흡연율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캐나다의 경우, 담뱃갑 그림 경고를 도입한 이후 흡연자 44%의 금연 동기가 증가됐으며 21%가 담배 소비를 자제했다. 터키와 벨기에 또한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표기한 이후 국민들의 흡연 감소가 각각 6.5%, 6.4%씩 이뤄졌다.

잦은 흡연으로 금연을 고민하던 김경훈(26, 경남 김해시) 씨는 담뱃갑에 그려진 경고 그림을 보고 금연에 성공했다. 김 씨는 “금연을 매우 고민 중이었지만 잘 되지 않아 힘들었다”며 “담뱃갑에 그림이 처음 도입되고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하다 보니 어느 순간 금연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근 금연에 성공한 윤누리(22, 대전시 동구) 씨는 “금연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담뱃갑 경고 그림이 크게 자리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담뱃갑 면적의 절반을 경고 문구와 사진으로 표기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최하빈).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담뱃갑 면적의 절반을 경고 문구와 사진으로 표기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최하빈).

경고 그림이 사람들의 담배 소비에 영향을 끼치자, 해당 제도에 대항하는 ‘꼼수’들이 등장했다. 담뱃갑에 경고 그림이 부착된 이후 이득을 본 곳은 담배 케이스 판매 업체였다. 흡연자들은 다소 징그러운 담뱃갑 경고 그림을 피하기 위해 담배 케이스를 구매해 자체적으로 경고 그림을 보지 않으려 했다. 담뱃갑에 경고 그림이 표기된 이후 담배 케이스를 산 이성진(48, 울산시) 씨는 “담뱃갑에 표기된 그림이 보기 싫어서 케이스를 사용한다”며 “힘들어서 담배를 피우는 데 담배 표지에 그런 그림이 있으면 심리적으로 더 불안해져서 구매했다”고 답했다.

편의점과 마트 등 담배를 판매하는 직원에게 그림을 교체해 달라고 요청하는 이들도 존재했다. 담뱃갑에 표기된 경고 그림의 수위가 일정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다소 불안감을 덜 유발하는 그림을 선호한다는 것.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서주희(21, 부산시 사상구) 씨는 “가끔 손님들이 담뱃갑에 있는 그림을 바꿔 달라는 요청을 한다”며 “다소 징그러운 그림들이 표기된 담뱃갑은 피하고, 아이가 있는 그림이나 임산부의 그림 등 다소 심리적으로 덜 불편한 그림이 있는 담뱃갑으로 교체해 달라고 한다”고 대답했다.

얼굴의 반이 해골 모양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 담배는 골다공증의 주범으로 뼈에 무리를 준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얼굴의 절반이 해골 모양으로 변해버린 한 남성이 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 담배는 골다공증의 주범으로 뼈에 무리를 준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일각에서는 담뱃갑 표기에 대한 사이즈를 더욱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담배의 흡연 경고 그림·문구 크기를 담뱃갑 전체 면적에 50%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담배규제기본협약(FTCT) 가입국을 대상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흡연 경고문에 최소 면적과 동일하다는 것. 이탈리아, 영국 등 대다수 유럽연합(EU) 회원국은 담뱃갑의 경고 그림 면적이 65% 이상에 달하고 인도나 태국 및 호주 등이 80%가 넘는 것에 비한다면, 우리나라의 담뱃갑 경고 그림 사이즈는 턱없이 적은 수치다.

이외에도 유럽은 담뱃갑의 디자인에 대한 규제를 더욱 철저히 하고 있다. 담뱃갑에 특정 상표 디자인을 모두 지우고, 밋밋한 표면에 상품 이름만을 써넣을 수 있다. 심지어 나머지 공간 65%는 모두 흡연에 대한 경고그림으로 뒤덮어야 한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담뱃갑에 대한 규제를 더 철저히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1월 27일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발표하며 담뱃갑에 있는 경고 그림·문구 사이즈를 75%까지 확대할 계획을 내세웠다. 또, 청소년들과 대학생, 군인 등 미래흡연 고위험군의 흡연예방사업 역시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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