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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현대인물을 찾아서, 영광도서 김윤환 대표 편] "영광도서, 독서토론 영속시켜 부산시민 사랑에 보답할 터"독서운동가 김윤환 영광도서 대표에게 독서문화의 길을 묻다 / 편집국장 차용범
이 글은 인터뷰 시점이 2013년인 까닭에 일부 내용은 현 시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책 읽는 도시 달콤한 부산…영광도서 Since 1968’(광고 카피). 그 영광도서 김윤환 대표(70)는 부산 독서문화의 우뚝한 아이콘이다. 오직 ‘밥’을 위한 서점에서 시작, ‘책 잘 안 읽는 시대’, 재벌형 서점∙온라인 서점 전성시대 속에서, 부산대표∙국내 최고(最古) 대형서점을 꿋꿋하게 운영하며, 부산사람과 화통해 온 자스러운 서점경영가다. 구조적인 서점 약세 추세 속에서도, “사람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인생철학에 따라 수익에 관계없이 서점을 운영하며, 세계 유일 모델의 영광독서토론회를 26년간(2019년 기준) 운영하고 43만 권의 책을 기증한 열정적인 독서운동가다.

김윤환 대표는 출판의 영역을 넘어, 다목적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지역 문예운동을 지원하며 문화나눔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열정적 독서운동가다(사진: 차용범 제공).

그는 서점경영가와 독서운동가를 넘어, ‘지역문화 지킴이’를 자임하며 현대 문화예술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부지런한 문화운동가다. 그는 왜, 지금 ‘돈’이 되지 않는 도심 서점을 붙들고, 52년여(2019년 기준) 계속 매달리고 있는가? 그는 지금 같은 출판시장 불황 속에서도, 영광도서를 '부산문화의 자존심'으로 지탱하고 있다. ‘부산 기네스’에 오를 만큼 유서 깊은 영광독서토론회를 ‘부산시민의 문화유산’으로 키우고 있다. 그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는 왜, 출판의 영역을 넘어, 다목적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지역 문예운동을 지원하며 문화나눔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가? 그의 삶, 그 화두와 목표는 과연 무엇인가?

[약력]

1949년 경남 함안 출생. 영광도서 대표이사. 한국방통대 일본학과 졸업, 동아대 경영학 박사. 현재 목요학술회 부회장, 부산불교실업인회 회장, 부산시 새마을회 회장, 낙동강사랑연대 회장, 부산상공회의소 감사. 한국간행물윤리 독서진흥상, 대한민국 새마을훈장(협동장), 부산문화대상, 부산시민산업대상, 부산산업봉사대상, 자랑스러운 부산시민상 대상, 국세청 아름다운납세자상, 대한불교조계종 포교대상 공로상 등 수상. 저서 <조직 활동을 통한 자기계발>(공저), <나의 선생님>(공저),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종이거울보기 40년>, <서른에 법구경을 알았더라면> 등.

부산시민의 문화사랑방, 향토서점 영광도서

먼저, 영광도서의 경영상황과 역할, 향후 각오부터 묻는다. 영광도서 같은 토종 대형서점의 운영여건이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Q. 지금, 영광도서, 어떻게 운영하나?

“난, 지난 2000년부터 월급이 없다. 서점, 서면 요지의 주차장 수익과 임대료로 운영한다. 수익 면에서, 가격경쟁에서 잘 팔리는 책만 진열하고, 온라인으로 저가 판매하는 대형서점들을 이겨낼 수 없다. 날마다 전쟁을 치르듯 겨우 버텨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영광도서가 그만두면 부산의 토종 대형서점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우리라도 꼭 살아가야 한다.” 영광도서는 다행히 자체 건물을 갖고 있어서 임대료 부담이 없다. 도서대금과 인건비를 지출하며 겨우 현상유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Q. 향토서점 영광도서, 맡은 바 역할을 어떻게 보고 있나?

“두말 할 필요 없이, 부산시민의 문화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본다. 부산시민들은 영광도서를, 정말 필요한 책들이 가득한 ‘보물창고’로 보고 있다고 확신한다. 오늘 영광도서가 살아가는 힘 역시 부산시민의 사랑과 성원 덕분이다.” 향토서점은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참여 욕구를 풀어주고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하고 교류하는 마당이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부산의 문화공간으로 끝까지 부산시민과 함께 가리라는 다짐이다.

영광도서는 1968년 개업 이래 오늘까지, 늘 부산시민의 문화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진은 2000년 모습(사진: 차용범 제공).
영광도서는 1968년 개업 이래 오늘까지, 늘 부산시민의 문화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진은 현재 영광도서의 모습(사진: 차용범 제공).

Q. 왜, 어려운 경영상황을 뚫고 계속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나? 이런 상황, 언제까지 이겨낼 각오인가?

“영광도서, 51주년(2019년 기준)이다. 경영은 날로 어렵지만, 난 서점경영을 천직으로 생각한다. 어떤 이는 날 보고 ‘우습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이 정도 물질적 기반을 이뤘으면 이제 시민사랑에 보답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자랑스러운 부산시민상, 부산문화대상, 이런 큰 상, 왜 나에게 주겠는가? 더 잘하라는 격려 아니겠나?”

서울 종로서적이 95년 역사 끝에 문 닫는 것을 보며, 그는 오기로 대응한다. 재벌형 서점이 아무리 부산공략에 나서도 끝까지 영광도서를 지키겠다는 각오다. 이제 어느 정도, 재벌형 서점들도 영광도서의 저력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그는 다짐한다, “끝까지 영광도서를 끌고 가겠다, 100% 약속한다”고-. 영광도서가 ‘서점다운 서점’일 수 있도록, 독자의 욕구를 최대한 충족할 경쟁력을 갖춰가겠다는 것이다.

작은 동네서점에서 ‘국내 최고(最古)' 대형서점까지

김윤환, 그는 서점운영을 ‘천직’으로 여기지만, 실상 그의 출발은 ‘우연’에서부터다. 18세 때 경남 함안에서 무작정 가출, 부산으로 왔다가 ‘함안서점’ 간판에 끌려 사환으로 취업, 서점과 인연을 맺은 것이다. 그 작은 인연이 영광도서 창업과 국내 최고 토종서점까지, 부산문화의 한 아이콘으로까지 큰 것이다.

Q. 서점을 연 계기와 과정은?

“중학교를 마친 뒤 형편상 진학을 못하고 농사일을 돕다 보니 마음이 쓰렸다. 마산으로, 부산으로 진학한 친구들이 방학을 맞아 고향에 올 때마다 그들의 교복 입은 모습이 얼마나 부럽던지. 여학생들의 교복 칼라는 또 어쩌면 그렇게도 화사한지…. 1966년 설 다음날, 아는 형을 따라 고향 경남 함안에서 무작정 부산으로 왔다. 그렇게 가출해서 부산 거리를 배회하다 우연히 ‘함안서점’이란 간판을 봤다. 함안 대산 촌놈이 낯선 타지에서 고향 지명을 딴 간판을 봤으니 얼마나 반가웠겠나? 무작정 들어가서 사정을 했다. 밥만 먹여달라고.”

그는 당시 부산상고(지금 롯데호텔 자리) 담벼락에 붙은 작은 중고책 서점 사환으로 취직했다. 신간보다 헌책이 더 많이 유통되던 시절, 그는 자전거로 부산전역을 오가며 중고책을 수집해 서점에 배급하는 도서 유통업을 익힌 뒤, 1968년 1.5평짜리 서점 문을 열었다. 5월 1일, 영광도서 창립 기념일이다. 오늘, 1000여 평짜리 대형서점의 출발이다.

Q. 처음 서점 문을 열 때 주위 우려가 있었다는데?

“그랬다. 처음 이 곳에 서점을 차리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대가 심했다. 그때, 서면지역은 오늘 연산로터리나 수영삼거리를 능가할 소문난 유흥가였기 때문이다. 누가 이런 데까지 와서 책을 사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술집 종업원이라고 책 읽지 말라는 법 없고, 이 지역을 찾았던 손님들이 영광도서를 기억했다 다시 찾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했다.”

최근 부산시는 새 도로명 주소를 만들면서 이 지역을 ‘문화로’라고 결정했다. “이게 반드시 우리 영광도서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이 지역을 부산을 대표하는 최고의 문화거리로 만드는 데 힘을 보태야겠다고 마음먹는 중이다“ 김 대표의 얘기다. 그는 이 ‘문화로’가 서울의 대학로나 홍대 대학가처럼, 길거리 공연과 품격 있는 문화행사가 다채롭게 이어지는, 그런 활력 넘치는 거리로 뜰 날을 그리고 있다. 영광도서 역시 이 거리와 함께 오래도록 상생하며, ‘부산문화 1번지’로 자리 잡을 그 날이다.

영광도서는 1971년 현 급행장 옆으로 이전, 상호를 ‘영광서림’으로 바꿨다. 맨오른쪽 가게 안에 선 이가 김윤환 대표(사진: 차용범 제공).

Q. 서점 운영 초창기 어려운 점은? 어떻게 극복했나?

“당시 많은 서점이 그랬듯 영광도서도 헌책 중심이었다. 4년 뒤 조금 자리를 잡았을 때 규모를 넓히면서, 헌책과 신간 도서를 함께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하지만 부산의 도서총판들이 책을 잘 안 주더라. 유흥가에 자리 잡은 서점이란 이유로….”

그는 대안을 생각했다. 서울에서 직접 책을 사오는 방식이다. 일주일에 한 번, 밤 11시에 부산역을 출발하는 통일호 열차를 타고 서울에 갔다. 교보문고 생기기 전, 종로서적과 중앙도서전시관이 가장 큰 규모였다. 거기서 필요한 책을 사왔다. 문제는 서울에서 사온 책을 팔 때마다 파는 만큼 10~15% 손해 보는 장사를 해야 한다는 것. 지방서점은 서울과 달리, 도서정가보다 10~15% 싸게 파는 관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손해 본 게 아니었다. 영광도서는 ‘어떤 책이든 다 있는 서점’이란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부산지역 지식인에서 일반 고객에까지, 좋은 반응을 얻는 서점으로 자리 잡았으니까. 서울을 오가는 길에 많은 책을 읽으면서, 팔릴 만한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선별해내는 안목까지 얻었다.”

Q. 작은 서점에서 오늘 같은 대형서점으로 성장한 비결은?

“‘고객의 신뢰’가 가장 컸다. 고객들이 찾는 책은 전국에 수소문해서라도 반드시 구해 전해준 것이 신뢰를 쌓은 가장 큰 비결이었다. ‘영광도서에 가면 어떤 책이라도 구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단골고객도 많이 생기고 서점규모도 나날이 커졌다.”

Q. 요즘 대형 오프라인 서점, 계속 문 닫고 있다. 지켜보는 심정은?

“2002년 6월 ‘종로서적 폐업’이 상징적 신호탄이다. 100주년을 고작 5년 앞둔 창립 95년 만의 일이다. 이어 양우당, 동아서적, 중앙도서전시관 같은 수도권의 유서 깊은 대형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장기적 경기불황과 책을 외면하는 분위기에 밀려서. 지방도 마찬가지다. 대구의 문화서적과 제일서적, 본영당, 학원서림을 비롯, 2010년에는 55년 역사를 자랑하는 부산의 문우당 서적과 30년 동보서적도 문을 닫았다. 청학서림, 중앙서림, 대한도서, 옥샘서원 같은 부산의 좋은 서점들이 잇따라 폐점했다. 그럴 때마다 정말 마음이 착잡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2012년 말 전국 서점 수는 2500개, 문구점 겸업점을 제외한 순수서점은 1700개다. 1997년 5400개에서, 1/3 이하로 급감했다.

Q. 영광도서가 국내 최고(最古) 대형서점이라던데?

“고작 46년에 전국 최고다? 만감이 교차한다. 영광도서에 없는 책이라면 전국 다른 서점에도 없다는 말이 나돌 만큼 책 종수가 가장 많다든지, 매장규모 대비 종업원 수가 가장 많은 서비스 최고의 서점이라든지, 이런 칭찬을 들을 때와는 무척 다른 느낌이다.” ‘영광도서는 그럴수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다’, 그는 각오를 되새긴다. 부산시민 또한 ‘향토서점을 살려야 한다’는 분위기를 형성, 어려운 상황에서도 큰 힘을 주고 있다.

“완전 정가제 정착시켜 올바른 출판문화 가꿔야”

출판시장은 지금 ‘빨간 불’이다. 2012년도 신간도서 발행 종수․부수 모두 크게 감소했다(종수 -9.7%, 부수 -20.7%). 국내외 경제상황 악화와 독서인구 감소, 제작비 상승 등 영향이다. 참 걱정스런 추세다. 향후 도서출판 시장은 어떠할까?

“베스트셀러만 살아남는 구조로 출판사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다. 팔리는 책과 팔리지 않는 책이 뚜렷하게 나뉠 것이기 때문이다. 출판계의 전통적 프로모션 기법이었던 광고, 홍보는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 오직 온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가 책의 판매에 결정적 영향을 줄 뿐이다. 온라인 서점끼리 벌이는 끝을 모르는 할인 경쟁과 책값의 몇 배에 이르는 경품제공은 출판의 양극화를 더 부추기고 있다.” 그는 변형 정가제 아닌 완전한 도서정가제만이 올바른 출판문화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단언한다. 지금은 ‘약은 약국에, 책은 서점에’ 시대가 아닌, 책 판매채널 다양화시대인 만큼, 현재 거품 있는 편법 정가제 대신, 적정한 가격을 정해 판매할 수 있는 완전한 정가제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Q.영광도서, ‘없는 책이 없는 서점’이라는데 사실인가? 책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나?

“영광도서에 없다면 그 책은 전국 어느 서점에도 없다는 말들을 한다고 들었다. 그건 사실 좀 과장된 말이겠고, 다만 그렇게 되려고 최선을 다한다는 말씀만은 자신 있게 드릴 수 있다. 우리 서점은 지금 전체 43만여 종, 110만 권을 상시 전시하고 있다. 도서 종류에서 전국 최고 수준일 것이다.”

영광도서는 최근 인터넷서점 책자 할인판매, 포인트 적립 등 e-마케팅의 강점을 활용한 판매전략에 부응, 온라인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Yes24’보다 먼저다.

Q. 오프라인 서점이 지닌 강점은 무엇인가?

“오프라인 서점은 독자들이 직접 책의 향기를 맡으면서, 내용을 확인하며 구매할 수 있다. 도서선택의 폭도 훨씬 넓다. 서점의 전문가들을 통해 좋은 책을 소개받는 것은 물론, 맞춤형 독서 계획도 추천받을 수 있다.”

Q. 서점 일에 일생을 헌신하고 있다. 책이 좋은가?

“우선은 생업으로 시작했으나 책과의 인연은 제법 깊다. 아버님은 서당에서 마을 청년들을 가르치기도 했던 한학자였다. 다른 집보다는 제법 책 많은 집에서 자랐다. 중학교 때는 도서부원으로 활동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책이 뿜어내는 독특한 향기가 너무 좋았다.”

독서운동가 넘어, '부산문화 지킴이'로

영광독서토론회-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이름이다. 영광도서가 부산문화에 기여하는 빛나는 문화유산이다. 베스트셀러의 작가가 ‘강연’ 아닌 ‘토론’ 형식으로 독자와 만난다는 것, 이 행사에 웬만한 작가는 빠짐없이 두루 참여했다는 것, 그래서 20년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 세계유일의 사례이다. 부산시가 ‘직할시 승격 50년'을 앞둘 당시 '부산의 보물을 찾아라, 부산 기네스 시민공모'를 실시한 결과, 영광독서토론회는 4위에 올랐다. 그만큼 부산시민과 함께 키워온 저변 넓은 행사인 것이다.

영광독서토론회는 베스트셀러의 작가가 ‘강연’ 아닌 ‘토론’ 형식으로 독자와 만난다. 사진은 제121회, 김훈 작가 독서토론회(사진: 차용범 제공).

Q. 영광독서토론회를 연 계기는?

“199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갔다가 감명 받은 부분이 있다. 독자들과 저자가 직접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더라. 1993년 ‘책의 해’를 맞아 제1회 행사를 시작했다. 서점 한 편 다목적 문화공간에서 ‘영광독서토론회’란 이름으로. 매달 무료로 개최하고 있다.”

이문열, 신경숙, 김훈 같은 우리나라 대표작가 대부분이 몇 번씩 다녀갔다. 모시려 마음먹었다가 못 모신 분, 세 분이 있다. 박경리 선생은 노년 <토지> 재판 쓰실 때 건강이 좋지 않아서. 박완서 선생은 “작품은 독자한테 평가 받는 거지, 평론가와 얘기하고 하는 건 내 취향 아니다”라고 해서. 고은 선생은 “독자와의 토론, 마음 내키지 않는다”고 해서 모시지 못했다.

지난 2011년 1월 148회 주인공으로 나섰던 일본의 나오키상 수상작가 <리큐에게 물어라>의 야마모토 겐이치가 남긴 말이 있다. “출판대국을 자부하는 일본에서도 이처럼 지속적인 행사를 찾아볼 수 없다. 독자들의 관심 또한 충격적”이라고.

Q. 독서토론회를 열며 겪은 어려움, 에피소드, 스토리는?

“초기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작가들의 특성상 강연회가 아닌 토론회라는 형식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작가와의 만남 자체가 생소했던 독자들의 참여 또한 저조했다.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며 토론문화를 정착시켰고,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1995년 8월 <아리랑>의 저자 조정래 씨 행사 때는 찌는 듯한 더위 속에 내뿜는 열기와 높은 습도로 찜통이 되었지만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고, 작가는 신이 나서 두 팔을 걷어 부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1997년 4월 장편소설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했던 전경린 씨가 왔을 때는 일흔을 넘긴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참석하여 화제를 뿌렸고. 2001년 12월 한국 문학논쟁의 한 가운데 있었던 이문열 씨와 지정토론자로 나선 노혜경 시인과의 열띤 논쟁으로 한국문단과 학계, 언론에 이슈가 되었던 일, 이 때 준비한 의자 250개가 동나고 100여 명은 구석구석에 칼처럼 서있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이 정도면 분명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다. 작가와 문학평론가, 독자들이 책 한 권을 놓고 마주 앉아 두 시간이 넘도록 진지한 토론을 벌이는 것, 그게 흔할 수 있는 일인가. 이 행사의 성공요인엔 “작가에게 초청비를 주지 않는다”는 원칙도 있다. 출판사들도 처음엔 ‘무료 참석’ 원칙을 반대했으나, 이제 “베스트셀러로 뜨려면 영광토론회 다녀와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문학이 함께하는 사랑방 잔치에 아들 딸 손잡고 찾아보는 것도, 옛 추억을 살려 문학 소년소녀가 되어 보는 것도 참 좋겠다.

Q. 무료 강좌․이동도서관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일본어 강좌 같은 10여 개 무료강좌를 개설, 개방하고 있다. 특히 ‘책 읽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무료로 이동도서관을 운영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왕 선발 대회, 독서 감상문 현상 공모, 독서 정보지 무료 배포 같은 사업도 적극 벌이고 있다.”

Q. 책 기증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신간도서 중심으로 서점경영을 전환하면서 헌책을 통영에 있는 한 중학교에 몽땅 기증했다. 헌책방에 내다 팔아서 목돈을 만질 수도 있었지만, 우연한 계기로 도서 지역 중학교에 책을 기증하고 나니, 나눈다는 것, 참 보람이 크더라.” 그는 1975년 경남 통영 욕지중학교에 책 1000권을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책 기증을 지금까지 쉼 없이 이어가고 있다. 돈이 없어 책을 읽지 못하는 야간학교 근로 청소년을 비롯해 교도소․군부대에도 책을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기증한 책은 어림잡아 43만 권.

김윤환 대표는 1975년 경남 통영 욕지중학교에 책 1000권을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국군 병영과 ‘부산지하철문고’까지, 책 기증을 지금까지 쉼 없이 이어가고 있다(사진: 차용범 제공).

독서권장 위해 ‘걸어 다니는 독서진흥 광고판’ 되다

도서관이나 문화마당이 턱없이 모자랐던 시절, 서점은 이를 대신할 훌륭한 독서문화센터였다. 서점에서 책을 들춰보고 읽어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 속에 빠질 수 있었다.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서점을 나서는 마음은 부자도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서점은 ‘책을 사는 공간’을 넘어 ‘책을 즐기는 문화공간’이었다. 이 서점이 신음 중이다. 서점 없는 도시, 상상만 해도 쓸쓸하다. 부산의 독서문화는 어떨까?

Q. 부산의 독서문화, 어떤 강․약점을 갖고 있나?

“굳이 강점을 든다면, 부산은 다른 지역보다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는 도시다. 부산시∙교육청 등은 독서 쪽에 많은 예산을 반영하고, 부산은행 등은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한다. 영광도서가 건강하게 버티는 것, 다른 지역에선 ‘부산은 서점할 만한 도시’로 본다.

Q. 독서를 함으로써 얻는 효과라면?

“독서는 사실상 만병통치약이다, 최근 확산되는 자살과 청소년 탈선 같은 사회병폐도 독서를 통해 마음을 안정시키고 정신을 건강하게 만들면 반드시 개선시킬 수 있다. 시대흐름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데도 독서만한 게 있나, 책은 인생이라는 강을 건너는 지혜의 뗏목이다.” 서점경영가 겸 독서운동가의 강고한 철학이다.“

Q. 사회활동도 활발한데 특별한 이유라도?

“음…, JCI부산시지구 회장을 거쳐 한국청년회의소 중앙부회장을 지냈고, 부산상공회의소 상임위원을 거쳐 감사를 맡고 있다. 독서진흥 공로와 새마을운동 활동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새마을포장과 새마을훈장 협동장도 받았다. ‘부산을 가꾸는 모임’과 ‘낙동강사랑연대’ 같은 단체의 발족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왜? 나름의 이유가 있다. 많은 사람이 ‘책, 하면 김윤환’을 떠올리듯, ‘만나는 사람에게 책과 독서를 한 번쯤 깊이 생각하게 만들자’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스스로 ‘걸어 다니는 독서진흥 광고판’을 자임하는 셈이다. 결국 그의 삶, 첫째 화두와 마지막 목표는 독서권장이다.

김윤환 대표는 ‘책, 하면 김윤환’을 떠올리듯, ‘만나는 사람에게 책과 독서를 한 번쯤 깊이 생각하게 만들자’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사진: 차용범 제공).

Q. 앞으로 계획은?

세계 유일의 영광도서토론회를 영원히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 한기호 한국출판연구소장이 조사한 바로도, 작가-평론가-독자가 만나 토론하는 형식은 세계에 다시없다. 애착과 의무감을 안 가질 수 있는가. 다음, 책 박물관을 만들 꿈을 키우고 있다. 지금 서면 복개천 주차장 자리를 생각한다. 희귀본과 옛날 책,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특히 사회에 헌신한 분들은 어떤 책을 읽었는지를 알려주고 싶다. 부산시민이 온전히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념적 공간으로 가꿔보고 싶다.“

부산사람 김윤환의 ‘부산’, 그리고 ‘일상’

김윤환은 경남 함안 산촌에서, 10대에 부산으로 가출, 60대 중반을 살고 있다. 그가 처음 서면에 발 디뎠을 때, 부산 거리엔 질서란 게 없었다. 서면은 우범지역이어서, 거리마다 술병이 넘치고 마약(히로뽕)도 끓고…, 도시기반시설이 크게 뒤떨어진 도시였다. “이제 부산은 세계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부끄럽지 않은 도시다.” 그는 부산의 변모를 그저 ’엄청난 변혁‘이라고 표현한다. 말 그대로 ’한반도 변방 후진도시‘에서 ’세계중심 선진도시‘로 컸다는 것이다.

Q.부산과의 인연, 기억에 남는 추억이라면?

“처음 부산에 온 날이 1966년 2월 1일이다. 구덕운동장에서 온천장까지 전차가 다니더라. 그 전차를 타고 7번을 전 코스 왕복한 적이 있다. 도시가 궁금하기도 했고, 부산에 살려면 부산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Q. 부산, 부산사람, 부산문화의 특징은 무엇일까?

“마음만 맞으면 의기투합하고, 기분만 좋으면 화끈하게 통하는 것, 부산사람 특유의 기질 아닐까?”

Q. 취미는?

"독서를 취미라고 할 수는 없고. 등산을 즐긴다. 젊었을 땐 마라톤을 했다. 이제 관절도 안 좋고. 등산도, 마라톤도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등산할 때 정상에서 바라보는 세상경치, 최고다. 산에서 내려와 정상을 올려다 볼 때, 그 성취감은 또 어떤가. 부산의 산이란 산은 다 가봤다.“

Q. 부산사람들은 영광도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 것 같은가? 어떤 평가를 듣고 싶나?

“현재 영광도서 회원이 38만 7000을 넘는다. 가족회원 방식으로 그렇다. 부산, 120만 세대 중 40만이면, 그거 엄청난 숫자다. 부산사람, 재벌형 서점 중 여러 곳 이미 외면해 철수시켰다. 교보문고가 있지만, 많은 부산시민은 영광도서부터 들렀다가 교보문고로 간다. 부산시민들은 영광도서를 ‘부산의 자존심’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정말 눈물날 정도로 고맙다.”

Q. 소문난 책장수이니, 좋아하는 책 추천한다면.

“‘감명깊게 읽은 책은 <명심보감>이다. 예로부터 수신서의 교과서, 만인을 위한 인생의 길잡이 역할을 한 책이다. <명심보감>의 가르침은 가훈(家訓) ․ 사훈(社訓) ․ 교훈(校訓)일 수도 있고, 내일의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올바른 삶의 방법을 제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단지 흘러간 한 시대 사람들이 남긴 글귀만이 아니라, 앞으로 먼 장래를 사는 데 필요한 처세훈이요 격언․금언이다.

최근엔 <퇴계처럼>을 읽고 있다. 정말 좋더라. 선비정신을 회복해야 할 시대, 자신을 낮춤으로써 결국 조선 최고의 리더십을 발휘한 퇴계 이황 선생의 사례집이다. 일상의 실천적 삶에서 자연스레 존경심이 우러나더라. 꼭 읽기를 권한다.

Q 나중, 후세로부터 어떤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나?

“타고난 책장수였다고….”

김윤환은 많고 많은 상 중 하나를 다시 보탠다. 부산MBC∙BS금융지주 공동주관 제14회 부산문화대상의 문화예술부문 수상자다. 상은 그의 공적을 요약했다, “1991년 문화부로부터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지정된 영광도서 문화사랑방을 운영하면서 디지털 사진 무료특강, 책 나눔 북콘서트, 시낭송회 등 각종 문화행사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영광도서 갤러리를 개관해 부산지역의 역량 있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기회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부산의 현대 문화예술 보급에 이바지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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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김윤환은 소년시절 부산에 뿌리를 내려 일생을 살며, 그의 방식으로 부산에 헌신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 고향을 지키며 이웃을 아낄 줄 아는 사람으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더러, 체험에서 우러나온 진실을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 만나면 그 편안함에 기대고 싶은 멋진 사람…, 이런 평가들도 받으면서. 그는 부산대표 대형서점의 대표이지만, 그의 집무공간은 좁고 단출하다. 그 검박한 공간에 자리 잡은 외톨이 휘호 한 폭, ‘고집멸도(苦集滅道)’. 불교 용어다. ‘수고가 모여 있으면 없게 하여 도리를 닦는다’는 뜻이다.

불교에 심취해서일까? 그는 최근 부처님 말씀 중 진리만을 모은 책을 발간, 인기를 끌고 있다. <서른에 법구경을 알았더라면>이다. 번잡한 세상살이로 세속에 때 묻은 채 아등바등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고쳐 세우는 매섭지만 다정한, 정신이 번쩍 나게 해 주는 책‘(부산문화재단 남송우 대표 서평)이다. 그는 이 책에서, ‘앞만 보고 달려온 30, 40, 50대에게 쉼표를’이라는 부제를 붙였듯, 스스로 인생을 되돌아보며 남은 인생을 성찰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 회고, 성찰 속에서, 그 자신의 정체성은 도저히 포기하지 못할 터이다. ‘타고난 책장수·열정적 독서운동가’ 김윤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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