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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서점에 기가 질린다면 사람 냄새 포근한 독립서점에 가 보세요"전국 200여 곳, 마니아 중심의 서적 판매... 독립출판물 제작· '시 읽기'등 독서 프로그램도 운영 / 김강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초, 2018년을 ‘책의 해’로 지정하고 동네 서점이 문화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독서율이 매년 감소할 뿐만 아니라 서점도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감소하는 국내 연간 독서율과 종이책 독서량(그림: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죽어가는 독서 문화에 생기를 불어넣는 서점이 있다. 도서유통업계에서 꿋꿋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독립서점’이 그것이다. 독립서점이란 기존의 거대 자본을 기반으로 한 대형서점의 유통방식에서 벗어나, 주인이 취향대로 모은 책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소규모의 책방을 의미한다. 구글 지도에서 검색해보면 197개가 나올 정도로 독립서점은 마니아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

전국적으로 197개 남짓의 독립서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네이버에서 독립서점을 검색했을 때의 결과다(사진: 인터넷 캡처).

쾌적하고 넓은 공간,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분야별 도서들. 대형서점은 이런 ‘편리함’의 결정체다. 대형서점과 비교해 100분의 1도 되지 않는 규모, 1000분의 1도 되지 않는 도서량. 상식적으로 경쟁이 불가능할 것만 같은 구도에서 독립서점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의 한 대형서점. 7만여 권 가량의 장서를 판매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강산).

“독서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해요.” 해운대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김진희(47, 부산 해운대구) 씨의 말이다. 독서를 즐기지 않는 사람은 대형서점에 들어서면 막막함을 느낀다. 모처럼 책을 한 권 사 읽어보려 왔지만 수 만권의 책들 사이에서 어떤 책을 사야할지 고민부터 생긴다. 잘 보이는 곳에 놓인 베스트셀러를 사서 읽어보지만, 결국 다 읽지 못하고 집을 꾸미는 디자인 소품이 된다. 하지만 독립서점은 다르다. 특정한 분야의 책들로만 이루어진 아기자기한 공간은 책에 대한 어려움을 가진 독자에게 친숙하게 다가온다. 집 근처 독립서점을 자주 이용하는 이하나(25, 부산 해운대구) 씨는 “저는 대형서점에 들어가면 책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아요. 하지만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의 책들로 가득 찬 독립서점을 이용할 때는 마치 나를 위해 만들어진 장소에 온 듯 편안함을 느껴요”라고 말했다.

책에 대한 흥미를 만들어줬다는 독립서점에서 책을 보는 이하나 씨(사진: 취재기자 김강산).

독립서점만이 가지는 특별한 강점에는 ‘독립출판물’이 있다. 시중에 출판되는 도서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철저히 분업화되어 있다. 작가는 글을 쓰고, 디자이너는 표지를 디자인하며, 출판사에서는 편집을 한다. 독립출판물은 이와 다르게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작가 개인이 맡는다. 책의 내용은 물론, 그림, 표지까지 오롯이 작가의 노력이 들어가 있다. 비용의 문제 때문에 적은 부수만 발행되는 독립출판물을 시중에서 만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독립출판물은 당국에 등록해서 ISBN 번호를 받아 도서관에서 검색이 가능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유롭게 자의로 출판된다. 그래서 독립출판물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독립서점이다. 실제로 독립출판물을 출판하기도 했고, 자주 구매하기도 하는 추미전(56, 부산 해운대구) 씨는 “독립출판물의 가장 큰 장점은 정말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존재한다는 거에요. 상업성을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려 쓴 책이기 때문에 기존 출판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스타일의 책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의 한 독립서점에서 만난 독립출판물(사진: 취재기자 김강산).

순수하게 ‘책’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책과 함께 특별한 ‘스토리’를 판매한다는 점도 독립서점만의 매력이다. 제주도에서 가장 유명한 독립서점인 ‘인공위성 제주’는 기부된 책으로 만들어지는 ‘질문’ 서점이다. 이 서점은 기부할 책을 가지고 가서 어떤 주제든 하나의 질문을 주인에게 던지면, 주인이 그 질문에 대답을 해주는 특이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인공위성 제주에서 질문을 던졌던 방민영(24, 부산시 금정구) 씨는 “그 당시 고민이 되던 인간관계에 관한 질문을 했어요. 비록 명쾌한 답은 얻지 못했지만 차분한 서점에서 주인분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마음이 진정되는 느낌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독립서점 ‘인공위성 제주’의 내부 모습(사진: 취재기자 김강산).
밖에서 본 독립서점 ‘인공위성 제주’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김강산).

부산 해운대의 독립서점 ‘책방 봄봄’은 동화와 시집만을 취급하는 서점이다. 이곳 역시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닌 ‘그림책 깊이 읽기’와 ‘시 함께 읽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서점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장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부산 해운대의 독립서점 ‘책방 봄봄’의 특별한 프로그램이 창문에 글로 소개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강산).

책방봄봄의 ‘그림책 깊이 읽기 모임’은 그림책이 글이 적고 그림이 많다고 후다닥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페이지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며 천천히 읽어보는 프로그램으로 아이의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주고 싶은 엄마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시 함께 읽기’ 모임은 금방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 있는 시의 세계를 여럿이서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누며 감상법을 배워 나가는 프로그램으로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는 독립서점은 전국적으로 크게 늘어나는 분위기지만 경영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대형서점에 비해 좋지 않은 입지, 적은 도서 판매량으로 ‘책’만을 판매해서 서점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독립서점이 카페를 겸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독립서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협회나 단체가 있어서 독립서점의 미래를 위한 토의가 오간다면 좋겠으나 그런 조직은 현재 없다. 전국에 독립서점이 정확히 몇 개가 있는지도 파악되지 않는다. 네이버 검색창에 뜨는 곳이 200개 정도이니 대개 그 정도 내외가 아닐까 추측된다. 올해로 독립서점을 연 지 2년차가 된 김진희(47, 부산 해운대구) 씨는 “서점 창업은 쉬워요. 창업비용이 다른 자영업에 비해 작고 유지비도 크게 들지 않거든요. 문제는 ‘생존’이에요. 대형서점과는 다른 독립서점만의 매력을 알려서 오랜 시간 책과 호흡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취재기자 김강산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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