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책 팔며 독자 상담도 해주는 '행복한' 독립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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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책 팔며 독자 상담도 해주는 '행복한' 독립서점
  • 취재기자 강도은
  • 승인 2023.05.2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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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에서 '책방 여행하다' 운영하는 고하나 씨
심리상담 병행..."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행복해지길"

대규모 자본이나 큰 유통망에 의지하지 않고 서점 주인의 취향대로 꾸며진 독립서점. 대형서점과 차별화된 감성적인 인테리어와 다양한 콘셉트의 책을 파는 독립서점이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고하나(38, 부산시 중구) 씨는 부산 중구에서 심리서 전문 독립서점 ‘책방 여행하다’를 운영하고 있다. '여행하다'는 ‘여기서 행복하다’의 줄임말이다. 고 씨는 “많은 사람들이 ‘여행하다’라고 줄여놓은 말 때문에 여행 서적을 판매하는 곳인 줄 안다. 하지만 서점에 방문하는 사람들과 내가 이 공간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이름을 짓게 되었다”고 말했다.

대형 서점은 책이 분야별로 나누어져 있는 반면, 독립서점은 그중 한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고 씨는 “독립서점 운영을 계획하고 있을 때 심리학을 접하게 되었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로 해보자’라는 생각에 심리서 전문 독립서점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책방 여행하다’를 운영하고 있는 고하나 씨(사진: 취재기자 강도은).
‘책방 여행하다’를 운영하고 있는
고하나 씨(사진: 취재기자 강도은).

'책방 여행하다'는 소규모 서점이다. 서점 안에는 고 씨가 판매하고 있는 북 액세서리들과 심리서, 그 왼쪽으로 테이블 하나 있는 것이 전부다. 고 씨는 “공간의 크기보다는 내가 꾸려갈 수 있는 공간에서 운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공간은 보자마자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미래가 그려졌다”고 말했다.

이 서점에는 특별한 점이 하나있다. 바로 상담을 해주는 서점이라는 것이다. 고 씨는 책방 한켠에서 수비학 상담과 타로 상담, 쇼핑몰 운영 상담을 하고 있다. 그녀가 상담에서 이야기하는 주제는 ‘내 감정이 어떤지와 그것을 서로 어떻게 연결하는지를 이야기해 보고, 나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고하나 씨가 서점에서 상담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상담소에 가면 “자 이야기 해보세요”라는 말을 가장 먼저 한다. 고 씨 역시 과거 번아웃이 찾아왔을 당시 상담소를 다니며 이런 질문을 들었다. 고 씨는 그러한 상담소의 분위기가 마치 ‘교장실 같다’는 생각을 했고, 거기서 공간이 주는 압박감을 받게 되었다. 고 씨는 그러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접근해보자’라는 생각에 서점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그녀는 “서점 앞에는 3개의 계단이 있다. 하지만 목적이 있지 않는 한 저 3개의 계단을 딛고 올라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그래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 수 있도록 아기자기한 소품을 이용하여 편안한 공간으로 보일 수 있게 인테리어를 했다”고 말했다.

그녀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것은 공간뿐만이 아니다. 서점에서 진행하는 타로 상담 역시 편안함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그녀는 “우리나라는 길거리에서 타로 가게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런 곳을 운영하는 분들은 심리 상담에 대한 전문직이 아닌데 사람들은 타로를 보며 속 이야기를 쉽게 꺼낸다”고 말했다. 이것이 그녀가 일반 심리 상담이 아닌 타로 상담을 하는 이유이다. 그녀는 “접근성이 좋은 타로를 통해서 상담을 하면 사람들이 내면의 이야기를 쉽게 꺼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타로로 미래를 예측하기보다는 동시성을 이야기하며 고객과 상담을 한다”고 말했다.

‘책방 여행하다’는 고 씨가 과거 상담을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그 경험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고 씨는 자신과 하는 상담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모두 타인에게는 관대하나 나 자신에게는 한없이 냉정하다. 나에 대해 아는 것이 가장 힘든데, 사람들 모두가 나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 계기를 찾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와 상담을 한 고객들은 “처음에 들어왔을 땐 공간이 작아서 놀랐고 갑갑했다. 하지만 상담 후 나갈 땐 이 공간이 넓게 느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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