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칼럼] 님과 함께 소렌토에 살고 싶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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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 칼럼] 님과 함께 소렌토에 살고 싶은 까닭
  • 칼럼니스트 박기철
  • 승인 2022.12.1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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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밑으로 걷는 활기찬 소렌토 시민(사진: 박기철 제공).
오렌지가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 밑을 걷는 활기찬 소렌토 시민들(사진: 박기철 제공).

‘Torna a Surriento’란 나폴리 민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돌아오라 소렌토로’ 라고 번역되어 불린다. 소렌토로가 사람 이름인 줄 알았는데 소렌토라는 소도시 이름이다. 중고등학교 음악시간에 선생님 피아노 반주에 부른 적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Surriento와 발음이 비슷한 Surrender란 제목의 노래를 록앤롤 풍으로 불렀다. Surrender라는 팝송은 연인에게 이제 항복하고 나랑 사랑을 즐기자는 노래지만, Torna a Surriento라는 칸초네는 떠나려는 연인에게 오렌지 향기가 피어오르는 소렌토로 돌아오라는 노래다. 나폴리말인 Surriento는 Sorrento다.

소렌토Sorrento! 과연 소렌토는 님을 떠나려고 해도 다시 돌아올 만한 아름다운 해안도시였다. 시칠리아에도 오렌지가 많았지만 소렌토에서는 길거리 어디에나 오렌지 나무가 많았다. 하도 많아서 귀할 것이 없고 천함을 지천(至賤)이라 하는데 좋은 말이 아니다. 하도 많아서 눈이 즐거워 지락(地樂)이었다. 제주도 귤밭에서 귤이 많이 열리니 본 적이 있었어도 길거리에 오렌지 열매가 많이 열리는 것은 처음 보았다. 정말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왜 돌아오라 쏘렌토로라는 칸초네에 오렌지가 나오는지 실감이 났다. 길거리에 떨어진 걸 하나 주워 맛을 보았다. 아주 시어서 사람들이 안따먹는 줄 알았는데 주운 오렌지는 감미롭고 향기로웠다. 맛도 맛이지만 향이 더욱 진했다.

우리도 이렇게 유실수를 길거리에 심을 수 있을까?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 그 길에서 꿈을 꾸며 걸어가리라 을지로에는 감나무를 심어보자 감이 익을 무렵 사랑도 익어가리라♪. 우리에게 이런 노래가 있지만 정말로 길거리에 유실수를 심기 힘들다. 원예(園藝)적으로 길거리에 유실수를 기를 수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화(文化)적으로 길거리에 열린 유실수를 온전히 바라보고 즐길 수 있는 미감이 있을까? 우리 한국인은 다람쥐들이 먹어야 할 도토리까지 산에서 싹쓸이하는 수준이다. 오죽하면 도토리 채취금지라는 푯말까지 세울까? 그렇게 생각할 때 저렇게 탐스럽게 자란 오렌지를 따지도 않고 바라보며 무심하게 즐기는 소렌토 사람들의 여유로운 미감은 참 멋지다. 이 것만으로도 나는 이태리에서 소렌토를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게 되었다. 만일 내가 소렌토에 살면서 떠나려는 님이 있으면 저 아름다운 오렌지를 바라보며 행복하게 살자고 제발 떠나지 말라며 애원할 것같다. 돌아오라 쏘렌토로를 부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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