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칼럼] 나폴리에 대한 유감-나폴리에 관한 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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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 칼럼] 나폴리에 대한 유감-나폴리에 관한 미감
  • 칼럼니스트 박기철
  • 승인 2023.01.2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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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여년전 그리스의 식민지 신도시Neapolis=New Polis였던 나폴리는 로마제국의 도시였다. 이후 비잔틴으로 불리는 동로마제국, 스페인 아라곤왕국, 프랑스 부르봉왕국 등 여러 외세 국가와 민족들이 지배하였던 땅이었다. 그래도 1282년 시칠리아왕국으로부터 탈퇴한 후 1861년 가리발디Giuseppe Galibaldi 1897~1882가 정복지를 에마누엘레 2세Vittorio Emanuel Ⅱ 1820~1878에게 봉납하며 이태리가 하나의 왕국으로 통일되기 전까지 장화 모양의 이태리 반도 남쪽을 아우르는 나폴리왕국이었다. 이 왕국의 문명 역시 화려하고 찬란했다. 나폴리왕국의 수도였던 나폴리가 세계3대 미항으로 꼽힌 것은 항구 그 자체가 아름답다기보다는 그러한 역사적 흔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폴리를 처음 접한 소감은 왜 3대미항에 꼽히는지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폴리를 보고 죽으라는 말이 도대체 왜 나왔을까? 나폴리 유감有憾이란 말이 적당하다. 여기서 감은 마음이 하나로 느끼는 감感이 아니라 마음이 둘로 서운한 감憾이다. 서운할 것까지야 있겠냐만은 어릴 적부터 들었던 3대 미항에 대한 기대감은 나폴리 땅을 밟는 순간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어제 팔레르모에서 배를 타고 나폴리항구에 도착했을 때도 그랬고, 오늘 폼페이에서 기차를 타고 나폴리역에 도착했을 때도 그랬다. 나폴리는 쓰레기가 범람하는 도시였다. 나폴리 길거리에는 유난히 쓰레기가 많았다. 그리고 기차역 앞에 저렇게 총든 군인들이 멀쩡하게 지키고 있는데도 소매치기들이 많단다. 내가 들어갔던 케밥 식당주인은 절대로 배낭을 뒤로 매고 다니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을 정도다. 밖에 도둑과 소매치기들이 많다고 했다. 다행이 무사했지만 나폴리에 대한 첫 인상은 좋지 않았다.

넘치는 길거리 쓰레기와 소매치기들이 많다는 나폴리 기차역 앞(사진: 박기철 제공).
넘치는 길거리 쓰레기와 소매치기들이 많다는 나폴리 기차역 앞(사진: 박기철 제공).

하지만 내가 가진 나폴리에 대한 첫인상은 막연한 통념일지 모른다. 나는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것처럼 코끼리의 한 부위만 만지고 코끼리를 평가하는 것일 게다. 아주 짧게 나폴리의 한 부분 만 본 것 가지고 나폴리의 전체를 어떻다고 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저 넘치는 쓰레기더미와 들끓는 소매치기들 안에서도 나폴리가 세계의 3대 미항에 꼽히는 분명한 이유가 충분히 있을 것같다. 나폴리라는 도시 하나만 놓고 3대 미항을 운운하는 것이라기보다 나폴리와 같이 나폴리만에 있는 소렌토, 카프리 등의 아름다움과 베수비오 화산 주변의 아름다움이 같이 아름답기에 그럴 것이다. 더군다나 아름다운 것만 존재하는 곳은 세상에 없다. 절대 선과 절대 악은 없다지만 상대적 선과 악은 능히 공존한다. 내가 지금 그런 말을 하면서도 아무데나 버리는 쓰레기와 아무데서나 설치는 소매치기범들은 나폴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하며 커다란 도시문제가 아닐 수 없다. 로마, 밀라노와 함께 이태리 3대 도시 중의 하나인 나폴리에 관한 미감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그 문제부터 순순히 해결되어야 한다. 진정한 3대미항에 당당히 선정될 수 밖에 없으며, 첫인상도 좋고 나중감도 좋은 나폴리가 되기 위해서는 그 문제부터 어서 척결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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