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칼럼] 점점 더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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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칼럼] 점점 더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
  • 칼럼니스트 박기철
  • 승인 2022.03.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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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美)~여(女)~문(文)/Amenity, Feminism and Lifeway ㊻ /
칼럼니스트 박기철
절반씩 나뉘어져 배에 실려진 기차 (사진: 박기철 제공).
절반씩 나뉘어져 배에 실려진 기차 (사진: 박기철 제공).

페루자에서 기차를 타고 로마에서 환승하여 시라쿠스섬의 메시나까지 가는 밤 기차를 탔다. 기차는 동트기 전 이태리 본토의 남동쪽 끝자락의 ‘빌라 산 지오반니’ 기차역에 정차했다. 그런데! 네 냥씩 절반으로 나뉘어져 배에 실려졌다. 승객들은 기차에 타고 있지만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것이다. 난생 처음 보는 놀라운 광경이었다. 예전에는 기차 승객들이 내려 배를 타고 건넜을 것이다. 언젠가는 다리가 세워져 이처럼 기차를 배에 태우는 일 없이 그냥 기차타고 갈 것같다. 실제로 메시나해협을 잇는 메시나대교를 건설할 계획이 있단다. 인간의 능력은 참으로 엄청나다. 하지만 그 대단한 능력이 늘 항상 언제나 인간의 편리와 경제의 증진 쪽으로만 몰아 가기에 문제다.

배에 실려진 기차를 타고 메시나 해협을 건너 시칠리아의 항구도시 메시나에 도착했다. 시칠리아에 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 곳이 마피아의 본거지라는 사실이다. 그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들이 있지만 MAFIA라는 말 자체가 이태리어에서 왔다. 1282년 당시의 프랑스인 수천명을 살해했던 시칠리아 만종晩種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시칠리아는 외세에 맞서 피튀기게 싸우는 뜨거운 저항의 땅이었다. 폭력을 동반하는 저항의 정신은 1900년대를 전후로 미국으로 이민 간 시칠리아인들에게까지 이어졌다. 그들은 협박과 폭력을 통해 주류, 매춘, 도박, 유흥, 환락 사업을 하는 거대기업형 범죄조직을 일구었다. 그러면서 마피아는 조폭조직을 뜻하는 일반명사가 되었다. 이탈리안 잡, 시칠리아 등의 영화는 마피아 영화다.

시칠리아에서 파는 말론 브란도 티셔츠(사진: 박기철 제공)
시칠리아에서 파는 말론 브란도 티셔츠(사진: 박기철 제공).

이들 마피아 영화의 압권은 <God Father>가 아닐 수 없다. 1972년에 우리나라라에서도 개봉되었던 <대부> 1에 이어 2와 3이 나왔다. 시칠리아에 오니 영화의 주인공인 말론 브란도가 나오는 티셔츠를 판다. 대부라는 영화는 잔인한 조폭들 영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깡패 조폭들 영화가 너무나도 격조와 품위있으며 미감있다.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그 결정적 이유는 거의 전적으로 시칠리아에서 찍었던 ‘대부 1’의 로케이션 장면에 기인한다. 돈 콜레오네의 셋째 아들인 마이클 콜레오네는 미국에서 반대편 마피아의 두목을 죽이고 피신차 아버지가 살았던 시칠리아로 가는데 그 장면들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양치기 목동으로 피해 살던 마이클이 한 눈에 시칠리아 처녀에게 반하는 장면, 그녀의 아버지에게 청혼하겠다고 하는 장면, 그녀와의 결혼식 장면, 자동차 운전을 가르쳐 주며 그녀와 행복하게 살던 장면 등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특히 영화 주제가인 ‘Speak Softly Love’가 바로 이 시칠리아 로케이션 장면에서 흐르는데 정말로 노래가 감미롭기 그지없다. 하지만 아름답던 아내는 반대편 마피아가 마이클을 죽이려고 자동차에 몰래 설치한 폭탄이 터져 즉사하고 만다. 그리도 아름다운 사랑이 그렇게 잔인한 폭력으로 끝나니 더욱 애절하다.

맨 아래가 영화 '대부' 촬영지 안내하는 내용(사진: 박기철 제공)
맨 아래가 영화 '대부' 촬영지 안내하는 내용(사진: 박기철 제공).

영화 속 시칠리아 로케이션 촬영장면이 그리도 아름답고 유명하기에 시칠리아에 오니 그 곳까지 택시로 간다는 걸 알리는 포스터가 금방 눈에 띈다. 시칠리아의 사보카라는 곳에서 그 아름다운 장면들이 촬영되었는데 이 곳 메시나에서 사보카까지 43km 떨어졌는데 택시 한 대에 120유로니까 1인당 30유로란다. 사실 나는 관광지로 만들어진 영화 촬영지는 안가려고 하는 편이다. 그 곳은 실재하는 현실이 아니라 영화속 허상적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상하게도 대부에서의 그 시칠리아 촬영지 만큼은 가고 싶었다. 내 속마음을 눈치챘는지 바로 저 포스터 옆에 있던 택시 운전사가 나를 강하게 호객했다. 잠시 그 적극적인 호객행위에 따르고 싶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그의 호객을 냉정하게 뿌리칠 수 있었다. 저 포스터 안에서 골라 간다면 그깢 과거의 영화촬영지보다 실제의 에트나 화산을 가는 편이 낫다. 그 화산은 멀쩡하게 살아 있다. 우리 인류의 앞날은 인간의 능력이 아무리 발달해도 화산 등의 자연재해에 의해 끝장날 수 있다. 내가 지금 발딛고 있는 메시나도 1908년에 지진이 나서 도시 인구의 1/3인 8만여명이나 죽었다. 지금의 도시형태는 모두 지진 이후 재건된 것이란다. 나는 지금 사실 영화 대부 속의 아름다운 시칠리아가 아니라 아주 위험한 곳에 와있는 것이다. 그런 걸 생각하면 내가 아름답고美 여성스러운女 생활방식文인 美~女~文이라는 것도 부질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아름답건 여성스럽건 간에 문학-사학-철학, 물리학-화학-생물학, 무용-미술-음악, 과학-기술-공학, 정치-언론-경영, 심리학-사회학, 의학-약학 등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인간이 이룬 무늬인 文문은 지구 자연이나 우주 자연이 요동치면 한 방에 간다. 인류 문명은 가장 결정적인 그 한 방에 좌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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