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칼럼]사소한 하나가 좌우하는 전반적 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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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칼럼]사소한 하나가 좌우하는 전반적 미감
  • 칼럼니스트 박기철
  • 승인 2022.08.2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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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없이 대충 붙인 종이(사진: 박기철 제공)
성의없이 대충 붙인 종이(사진: 박기철 제공)

밤에 버스를 타고 살레르노에서 아말피까지 가는 차창 밖은 검은 밤의 야경마저도 아름다웠다. 훤한 낮의 풍경이었으면 얼마나 더 아름다웠을까 싶었다. 버스에서 내려 숙소까지 가는 해변길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숙소는 실망스러웠다. 숙소 건물의 겉 모습은 고풍스러웠으나 안은 어수선했다. 개미를 방지하기 위해 방 안에서 음식을 들지 말라고 써붙인 종이가 무척 건조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하면서 무슨 숙박업을 하려는 것인지 의아했다. 그래도 하루밤 편히 디비져 자면 되려니 위안했다.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려니 카운터에 또 덕지덕지 붙은 종이들이 더욱 지저분하게 보였다. 벽에 붙은 여행안내 포스터들도 지저분했다. 숙소주인이 어떨 사람인지 충분히 상상이 갔다. 만나진 못했지만 그는 손님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숙박비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종이 붙인 것가지고 뭐 그리 대수롭게 따지느냐고 따지겠지만 그 사소한 하나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God is in detail!”이란 말처럼 하나하나의 사소한 디테일이 중요하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서처럼 깨진 유리창 하나가 건물 전체를 황폐화 시킬 수 있다. 마찬가지로 미감없이 붙인 저 안내문 하나가 숙소 전체에 관한 미감을 빵점으로 만들 수 있다. 그나마 우연히 카메라에 잡히게 된 아말피 중년여인의 희미한 실루엣silhouette이 아름다웠다. 다만 겉모습은 아름다워도 속마음은 어떨지 모르겠다. 우리와 사는 문화가 영 다르니 아마도 판단할 수 었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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