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칼럼]아르키메데스 후예들이 사는 시라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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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칼럼]아르키메데스 후예들이 사는 시라쿠사
  • 칼럼니스트 박기철
  • 승인 2022.04.2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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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美)~여(女)~문(文)/Amenity, Feminism and Lifeway ㊼ / 칼럼니스트 박기철
해안가 썰렁한 곳에 외로운 아르키메데스(사진: 박기철 제공)
해안가 썰렁한 곳에 외로운 아르키메데스(사진: 박기철 제공)

시칠리아 섬에 있는 시라쿠사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단연 아르키메데스Archemede BCE 287?~212다. 미국 여러 곳에 시라쿠사에서 지명이 유래한 시러큐스라는 도시가 있다. 아무튼 시라쿠스는 아르키메데스 덕분에 유명해진 도시임에 틀림없다. 아르키메데스는 시라쿠사에서 태어나고 시라쿠사에서 죽었다. 그래서 나는 시라쿠사에 가면 아르키메데스와 관련된 많은 취재감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시라쿠사 왕이 내준 황금왕관의 진위 여부를 해결하는 문제에 고민고민하다 머리 좀 쉬자며 욕조에 들어가다가 외쳤다는 ‘유레카’의 장본인인 아르키메데스다. 시라쿠사는 온통 아르키메데스의 도시일 것으로 짐작했다. 하지만 와보니 아니었다. 아르키메데스를 레오나르도다빈치와 엮어 만든 초등학생 견학용 수준의 허접한 박물관이 하나 있었다. 해안가 썰렁한 곳에 허접한 동상 하나 있었고 아르키메데스 광장이 있었지만 정작 그 곳에 아르키메데스 대신에 산타 루치아라는 성녀 조각상이 있었다.

아르키메데스광장 포근한 곳에 산타루치아(사진: 박기철 제공)
아르키메데스광장 포근한 곳에 산타루치아(사진: 박기철 제공)

베니스 기차역 이름이 산타루치아역이고 나폴리 항구 이름이 산타루치아 항구인 것처럼 이태리인들은 산타루치아를 좋아하는 것같았다. 매년 아르키메데스광장에서 아르키메데스가 아니라 산타루치아를 기리는 성대한 축제가 열린단다. 왜 아르키메데스는 산타루치아보다 찬밥 신세가 되었을까? 내 제한된 머릿속 지식으로 짧은 추정을 했다. 고대 그리스의 식민도시였던 시라쿠사 사람으로 아르키메데스는 시라쿠사를 점령하려는 로마군에 저항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로마군 창칼에 맞아 죽었다. 그러한 역사가 있었기에 로마인들의 후예인 이태리인들은 이태리 땅이 된 시라쿠사에서 아르키메데스에게 그리 부족한 대접을 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천년도 훨씬 더 지난 과거의 응어리를 던져 버리고 아르키메데스광장에 아르키메데스 조각상을 세우고, 번듯한 아르키메데스 박물관 하나 정도는 지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르키메데스 축제까지 열면 더 좋겠다.

불에 그을려 하트 모양을 넣어 파는 두부(사진: 박기철 제공)

아르키메데스의 후예들이 사는 시라쿠사는 활기찬 해안 도시였다. 시장에 가니 치즈인지 두부인지 모를 길거리 음식을 팔고 있었다. 먹어보니 두부 맛이 나는 치즈였다. 그런데 겉면을 불로 살짝 그을려 식감을 좋게 하며, 하트 모양의 토마토를 치즈 겉면에 붙여서 미감을 좋게 해서 파는 광경이 재밌었다. 상인의 표정도 멋지다. 당대의 천재 아르키메데스는 억울하게 죽고 세계적 유명세 만큼 고향에서 예우도 못받고 있지만 행복하게 사는 후예들을 보면 기분좋아 하실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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