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칼럼]페루자에서 가장 인상적인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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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칼럼]페루자에서 가장 인상적인 만남
  • 칼럼니스트 박기철
  • 승인 2022.02.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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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美)~여(女)~문(文)/Amenity, Feminism and Lifeway ㊺ / 칼럼니스트 박기철
높은 언덕에 중심지가 있는 도시 페루자(사진: 박기철 제공).
높은 언덕에 중심지가 있는 도시 페루자(사진: 박기철 제공).

다음 행선지를 어디로 정할 것인지는 순전히 내 자유의지에 따른다. 이태리 종단여행이므로 북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중에 맘에 드는 아무 곳이나 찝으면 그만이다. 한 곳이 잡혔다. 살짝 들은 바 있는 페루자다. 2016년 여름에 리히터 규모 6.2의 지진이 났다는 뉴스를 통해 처음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많은 유적지들이 부숴졌다니 이태리가 위험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이태리에 왔고 또 지진이 나서 위험할지도 모를 그 곳으로 다음 목적지를 정했다. 알고보니 안정환이 페루자 팀에서 프로축구 선수로 뛰었던 곳이었다. 또 나중에 알고보니 페루자에서 지진이 난 것이 아니라 페루자로부터 70여 km 떨어진 곳에서 지진이 난 것이었다.

피렌체에서 기차를 타고 도착한 페루자역 부근은 뭔가 칙칙했다. 버스를 타고 숙소까지 가려니 한참이나 올라가는 듯했다. 알고보니 페루자는 해발 400미터 정도에 중심지centro가 있는 도시였다. 높은 언덕에 위치한 페루자의 밤거리를 걸으니 묵직한 건물들로 인해 뭔가 중세에 온 듯한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페루자 올드타운의 늦은 밤은 유흥과 환락의 시간인 듯했다. 나같은 동양인은 없는 듯했다. 이태리 젊은이들에게 놀기 좋은 페루자인 듯했다. 아침에 일어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어제 밤에 다녔던 중심지를 다시 가니 과연 페루자는 높은 곳에 있었다. 아래 동네가 훤하게 보인다.

페루자에서 가장 이뻤던 미니메트로(사진: 박기철 제공).
페루자에서 가장 이뻤던 미니메트로(사진: 박기철 제공).

기차역은 저 아래 다운타운에 있다. 어제 오던 대로 버스를 타고 내려가려는데 이상하게 마땅치가 않다. 택시를 타면 간단하겠지만 될수록 택시를 안탄다는 내 나름의 여행 원칙이 있었기에 더 알아보기로 했다. 지나가는 남학생에게 물어보니 미니메트로를 타는 게 제일 좋단다. 미니메트로? 의아했다. 도대체 이 높은 도시에 무슨 지하철이 있다는 것인가? 그런데 친절하게도 길을 안내해준 남학생을 따라가니 지하철역이 있었다. 놀랍고 신기했다. 더 놀랍고 신기한 것은 미니메트로의 생김새였다. 열 명 정도가 타면 꽉 찰 아주 작은 그야말로 미니메트로였다. 메트로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고 케이블카라고 하기에는 조금 큰 크기였다. 알고보니 중심지인 업타운과 다운타운을 연결하는 대중교통 수단이었다. 앙증맞을 정도로 작고 예쁜 미니메트로를 타고 내려가는 짧은 시간이 즐겁고 유쾌했다. 이곳 이태리인들도 즐거워 하는 것같았다. 이번 페루자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일은 저 미니메트로와의 우연한 만남이었다. Beautiful Minimetro! 버스나 택시를 탔다면 이런 재미있는 게 있다는 걸 알지도 못하고 페루자를 뜰 뻔 했다. 페루자! 강추强推 도시다. 밤 문화도 즐겁다. 여기서 미니메트로는 꼭 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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